'여성 혐오' 방관한 네이버웹툰, 불매 운동 가속화되나
<이세계 퐁퐁남> 웹툰 공모전 1차 통과... 웹툰 작가 연합 "독자 기만 말아야"
▲ 네이버 웹툰 ⓒ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이 자사 공모전에서 여성 혐오적 내용이 담긴 작품을 1차 통과시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이용자들은 회원 탈퇴, 유료 포인트 환불 등 불매 운동을 벌이며 사안 해결을 요구했지만, 네이버웹툰은 '불매'를 '불티나게 매입하기'라는 표현으로 바꿔 다른 웹툰을 홍보하는 데 차용했다.
뒤늦게 공식 사과문을 통해 "광고 캠페인 운영상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여론이 악화된 후다. 현재 불매 운동은 웹툰 관련 펀딩·굿즈, 계열사 불매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웹툰 작가 226명은 "불매운동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당사자이며 창작자로서 네이버 웹툰사의 미흡한 대처에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 네이버웹툰 <이세계 퐁퐁남> 화면갈무리 ⓒ 네이버웹툰
불매 운동은 지난달 25일 <이세계 퐁퐁남>이 '2024 네이버웹툰 지상 최대 공모전'에서 편집부의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이 웹툰은 39세 남성이 아내에게 배신당하고 이혼 과정에서 재산을 잃은 뒤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내용이다.
주인공 '박동수'는 결혼 후 10년간 성실히 일하며 아내를 부양했지만, 정작 아내는 '과소비'하고 끝내 여러 남자와 '외도'한다. 법은 '결혼할 때 3000만 원도 안 들고 온 여자'에게 재산 절반을 나누라고 심판하고, 경찰은 아내가 스스로 자해한 흔적을 보고 자신을 가정폭력 범으로 만든다. 아내만 옹호하는 세상에 박동수는 모든 것을 잃고 자살을 결심한다.
해당 작품에서 여성은 어떠한 노동 행위를 하지 않으면서 과소비하고, 성적으로 문란하고, 악의적인 속임수로 남성의 삶을 망치는 존재처럼 묘사된다. 또한 그런 여성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사회에서 남성은 억울한 '퐁퐁남'이 된다. '퐁퐁남'은 기혼 남성의 자조적인 표현으로 보이지만, 여성들이 경제적 이득을 위해 남성을 이용한다는 편견과 성적 뉘앙스가 담긴 여성 혐오적 신조어다. 이 웹툰은 해당 단어를 제목에 그대로 가져다 쓰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세계 퐁퐁남> 작가 '퐁퐁'은 "퐁퐁남, 설거지론의 어원이 집단강간에서 비롯됐다는 허위 사실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며 "해당 용어는 2000년대 초에도 사용된 주식 용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SNS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원과 무관하게 여성을 '더럽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여성 혐오적 표현을 비판 없이 답습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작품은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거쳤음에도 1차 심사에서 통과했다. 결국 이용자들은 '네이버웹툰이 여성 혐오적 작품을 방관한다'며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SNS상에서 회원 탈퇴나 유료 포인트 환불이 담긴 인증 사진을 릴레이로 올리거나 앱 삭제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불매'는 '불티나게 매입하기'의 줄임말?
▲ <이세계 퐁퐁남>이 묘사하는 여성의 존재 ⓒ 네이버웹툰
이어진 네이버웹툰의 마케팅도 여론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6일 X (옛 트위터)공식 계정에서 웹툰 '소꿉친구 컴플렉스'를 홍보하며 "소꿉친구 컴플렉스 불매합니다. 불티나게 매입하기, 불처럼 뜨겁게 매입하기"라는 문구를 올렸다. 이를 두고 최근 벌어진 불매운동에 대한 조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용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지난 22일 네이버웹툰은 "운영상의 실수로 이전 트윗이 복사 및 신규로 재발행되며 일시적으로 노출이 늘었고, 발견 즉시 해당 소재를 삭제했다"고 사과했다. 또 불매운동을 조롱한다는 오해를 산 마케팅 콘텐츠를 삭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한편, 226명의 작가가 모인 '웹툰 작가 연합'은 "불매 운동에 대한 사측의 대응에 항의한다"며 "이는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네이버웹툰을 믿고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의 신뢰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뜻을 밝혔다.
불매 운동은 수치상으로 드러났다. 24일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20대 이하 여성 DAU(일간 활성 이용자 수)는 이달 5일 159만 7626명에서 20일 133만 6645명으로 2주 만에 16.34%(26만 981명) 급감했다. 또한 전체 DAU는 220~239만 명에서 불매 운동 후 200만~210만 명 수준으로 10% 감소했다. 네이버웹툰의 미온한 대처에 이용자들은 웹툰 관련 펀딩·굿즈, 계열사 불매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국내 웹툰 이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1위 플랫폼이다. 87.1%의 이용률을 기록하며 2위 카카오페이지(37.6%)와 큰 격차를 보였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플랫폼이지만, 여성 혐오적 작품에 대한 자정과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네이버웹툰은 지난 2020년 <복학왕>에서 여자 캐릭터가 남성 팀장과 성관계 후 정직원이 되는 것처럼 암시한 장면과 <헬퍼2: 킬베로스>에서 여성 캐릭터가 강간당하는 여러 장면을 내보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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