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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후보 원주 왜 이러나... 김주성 감독, 전략은?

[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주 DB,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30점 차이 완패

등록|2024.10.25 16:51 수정|2024.10.25 16:51
'우승 후보'로 꼽히는 프로농구 원주 DB가 홈에서 충격적인 참패를 당하며 2연패 수렁에 빠졌다.

DB는 24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62-92, 무려 30점 차로 완패했다.

유력한 우승후보 DB의 추락

▲ 24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농구 원주 DB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 경기가 끝난 뒤 전광판의 양 팀 득점이 30점 차이 나고 있다. 2024.10.24 ⓒ 연합뉴스


DB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올 시즌 개막 직전 열린 컵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10개 구단 감독이 선정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DB는 지난 시즌 에이스로 활약한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이 팀을 떠났지만, KBL 무대에서 검증된 빅맨인 치나누 오누아쿠가 4년 만에 팀에 복귀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인 아시아쿼터 이선 알바노, 김종규, 강상재 등 핵심전력은 대부분 건재했다. 이관희와 김시래 등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수들도 가세했다. 감독 2년 차를 맞이한 김주성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단 장악력도 더 무르익었을 것으로 기대됐다.

DB는 19일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서울 삼성을 제압하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22일 서울 SK전에서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놓고 8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며 주춤했다.

이어 이틀 만에 열린 가스공사 전에서는 경기 내내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하는 졸전 끝에 일방적으로 무너졌다. 홈 팬들 앞에서 당한 30점 차 대패는 우승후보로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길 만했다. 지난 시즌 개막부터 폭발적인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것과는 전혀 상반된 흐름이다.

2연패를 당하는 동안 DB의 야투율은 연이어 3할대를 밑돌만큼 최악이었다. DB 전에서는 야투율 34.2%(27/79), 3점슛 27.3%(9/33)에 그쳤고 4쿼터 막판 4분여 동안 모두 득점에 실패했다. 가스공사전에서도 34.7%(25/72), 3점슛 23.8%(5/21)에 자유투 성공률마저 543.8%에 불과했다. 3경기 동안 팀 야투율은 38.6%에 그치며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수비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코피 코번(삼성), 자밀 워니(SK), 앤드류 니콜슨(가스공사) 등 상대 에이스 외국인 선수들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모두 20득점 이상을 허용했다. 실책은 삼성 다음으로 많은 15.7개를 기록하며 상대에게 공격권을 헌납하고 속공으로 내준 실점도 많았다.

DB 입장에서는 야전사령관 알바노의 예상치 못한 부진이 가장 뼈아프다. 알바노는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29점 8어시스트를 터뜨리며 맹활약했지만, SK전에서는 단 2점 3어시스트, 가스공사 전에서도 6점 4어시스트에 그치며 출장 시간도 많이 감소했다.

김주성 감이 알바노의 플레이에 연이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좋지 않은 조짐이다. SK전에서는 수비력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가스공사전에서는 볼 핸들러로서 경기 운영을 잘 풀어나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가스공사전 작전타임 도중 김주성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다가 알바노의 태도에 화를 내며 삿대질하고 거친 발언을 하는 모습까지 포착되기도 했다.

DB는 로슨과 두경민이 팀을 떠나면서 알바노 외에는 공격력을 갖춘 볼 핸들러가 부족한 실정이다. 김주성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승부처에서 알바노의 공격력을 더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에서는 알바노의 득점력이 폭발하며 효과를 거뒀지만 최근 2연패 기간에는 알바노가 부진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안 풀릴 때 포인트 포워드로 볼 핸들러 역할까지 해주던 로슨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로슨의 빈자리

▲ 24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농구 원주 DB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 경기를 3분 54초 남겨놓은 상황에서 전광판의 양 팀 득점차가 30점 이상 나고 있다. 2024.10.24 ⓒ 연합뉴스


로슨의 빈자리는 트리플포스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통빅맨인 오누아쿠가 가세하면서 높이와 리바운드는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김종규-강상재와의 공존이 애매해졌다.

김주성 감독은 아직 선수단 최상의 조합을 찾지 못했다. 로슨과는 포지션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 오누아쿠가 꾸준히 더블-더블(득점-리바운드)을 기록 중이지만 13.7점(11.3리바운드)에 그친 득점력은 지난 시즌 고양 소노(18.9점) 시절과 비교해도 크게 미치지 못하며 팀이 원하던 해결사의 면모와는 거리가 있다.

부상으로 컵대회를 건너뛴 강상재가 정규리그에 복귀했지만 지난 시즌과 달리 3번 포지션에서 다소 헤매는 모습이다. 가스공사전에서는 김종규를 스타팅에서 제외하고 강상재를 4번으로 투입했지만 앤드류 니콜슨의 수비에 실패했고 오누아쿠-알바노와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볼을 잡는 횟수가 적었고 경기 후반에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교체됐다.

지난 시즌 DB의 트리플포스트는 'DB산성'이라는 장신군단의 이미지와 달리, 오히려 리바운드는 떨어져도 공격농구에 더 특화된 팀이었다. 올 시즌은 선수 구성상 수비와 속공을 위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선수들이 달라진 팀컬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고 베스트 라인업도 아직 불확실하다.

올 시즌의 DB는 현재 74점을 넣을 동안 실점은 10점이나 더 많은 84실점을 내주고 있다. 수비가 안 되니까 공격까지 덩달아 안 풀리는 비효율적인 농구를 펼치고 있다.

같은 우승후보지만 역시 연패에 빠진 부산 KCC의 문제가 부상자 속출이라면, DB와의 차이는 주력 선수들이 대부분 건재한데도 경기력이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오히려 컵대회를 결장했던 강상재가 일찍 복귀했고, 식스맨층의 뎁스는 지난 시즌보다 더 두터워졌다. 그런데도 부진한 경기력은 DB로서는 초반이라지만 당혹스러운 결과다.

DB는 26일 안양 정관장과 원정, 27일에는 홈으로 부산 KCC를 불러들이며 주말 연전을 앞두고 있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김주성 감독이 어떤 변화의 카드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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