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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기둥 타고 올라가는 기행 듀오, 새 앨범에 담긴 에너지

[리뷰] 힙노시스 테라피, 3집 < RAW SURVIVAL >

등록|2024.10.25 17:12 수정|2024.10.25 17:12

▲ 힙노시스 테라피의 정규 3집 ⓒ HYPNOSIS THERAPY


무대의 기둥 위를 타고 올라가고, 무대 밑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등, 자신들이 서는 무대마다 기행을 펼치는 뮤지션이 있다. 이들의 기행은 뮤직 페스티벌과 이태원의 라이브 클럽, 그리고 해외 무대를 가리지 않는다. 래퍼 짱유와 프로듀서 제이플로우(Jflow)가 결성한 듀오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의 이야기다.

고향 부산에서 만나 2015년 '와비사비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이후 각자의 커리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Jflow는 '히피는 집시였다'로 활동하면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 & 소울 음반상을 받았다. 짱유는 솔로 앨범으로 호평을 받는 것에 이어, 2019년 < 쇼미더머니 8 >에 출연하기도 했다. 2022년 이 두 사람이 함께 발매한 정규 앨범 < HYPNOSIS THERAPY >을 발표한 이후, 서브컬쳐의 역사를 경유해 한국 대중음악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힙노시스 테라피가 유럽 투어를 약 일주일 앞둔 25일, 세 번째 정규 앨범 < RAW SURVIVAL > 을 발표했다. 앨범의 발매와 함께 타이틀곡 'Don't Stop'의 뮤직비디오도 유튜브에 함께 공개됐다.

▲ 듀오 힙노시스 테라피(왼쪽부터 제이플로우, 짱유) ⓒ ALPS inc.


이번 앨범은 '날 것의 생존'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3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속도감을 극대화한다. 앨범 전반에 걸쳐 과감하게 신사이저를 사용하며, 베이스, 리듬 악기들을 자유롭게 배치하면서 '날것의 생존'이라는 주제를 직관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앨범 전체가 마치 하나의 강력한 셋(set)처럼 흘러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 앨범의 후반부는 디제이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듣는 것 같은 에너지로 무장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 세 트랙 중 두 트랙에 해외 아티스트가 힘을 보탰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우간다 출신의 래퍼 ECKO BAZZ가 참여한 'HELLO!', 미국 포클랜드 출신의 전자 음악가 QUIET BISON이 함께 한 마지막 트랙 'BLAZE'는 앨범의 클라이맥스 역할을 확실히 한다.

특히 QUIET BISON의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 디자인은 앨범의 끝으로 향하는 분위기를 심화시키며 마지막까지 독특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제이플로우의 정교한 비트와 짱유의 공격적인 랩이 이루는 조화는 가공할 만한 힘을 가졌다. 이들을 전자음악과 힙합 중 하나로 규정짓고자 하는 시도는 이번 앨범에서도 좌절된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힙노시스 테라피는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뮤직에이전시 알프스의 중개로 10월 말부터 시작해 약 3주간 유럽 투어를 전개한다. 벨기에의 FIFTY LAB 페스티벌 페스티벌 등을 포함, 유럽 8개국을 찾을 예정이다. 다음 달인 11월 30일에는 투어의 피날레로 한국에서 올해 마지막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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