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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3000득점' 표승주, 정관장의 새 '토종에이스'

[여자배구] 25일 페퍼저축은행전 블로킹 4개 포함 22득점 폭발, 정관장 연승

등록|2024.10.26 10:09 수정|2024.10.26 10:09
정관장이 고전 끝에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개막 2연승을 달렸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25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1, 25-18, 18-25, 23-25, 15-6)로 승리했다. 1, 2세트를 비교적 손쉽게 따낸 후 3, 4세트를 내주며 '리버스 스윕' 위기에 몰렸던 정관장은 5세트에서 경기력을 회복하면서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았다.

정관장은 메가왓티 퍼티위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26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반야 부키리치도 56%의 뛰어난 리시브 효율과 함께 21득점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미들블로커 정호영은 블로킹 5개를 곁들이며 12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FA 이소영(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보상 선수로 정관장 유니폼을 입은 표승주는 공격 3000득점과 함께 22득점을 기록하며 정관장의 새 '토종에이스'임을 증명했다.

전력누수 최소화할 수 있는 보상선수 지명

▲ 표승주는 도로공사에서 GS칼텍스로 이적했던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보상선수 지명을 통해 팀을 옮겼다. ⓒ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V리그에서는 타 구단에서 A등급의 FA 선수를 영입할 경우 원 소속구단에 보호선수 6명(FA 영입선수 포함)을 제외한 보상 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배구가 리베로를 포함해 7명의 주전 선수가 활약하는 종목임을 고려하면 뛰어난 FA를 영입하면 주전 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주전 선수가 팀을 떠난 구단도 보상선수 지명을 잘하면 FA 이적에 따른 전력 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7년 FA자격을 얻은 박정아(페퍼저축은행)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로 이적하자 기업은행은 박정아의 보상선수로 아웃사이드히터 유망주 고예림(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을 지명했다. 도로공사 시절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하던 고예림은 기업은행 이적 후 많은 기회를 얻으며 공수에서 크게 발전했고 2018-2019 시즌이 끝난 후 보상 선수가 아닌 FA 이적을 통해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지금은 실업배구 대구시청에서 활약하고 있는 백목화는 현대건설에서 루키 시즌을 보낸 후 FA 박경낭의 보상 선수로 지명 받아 KGC인삼공사(현 정관장)로 이적했다. 현대건설에 비해 선수층이 얇았던 인삼공사에서 출전 기회가 늘어난 백목화는 2009-2010 시즌과 2011-2012 시즌 인삼공사의 우승 멤버로 활약했고 2012-2013 시즌에는 득점 7위(412득점)에 오르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보상선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도 적지 않다. 2014년 김사니의 보상선수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했던 신연경은 2020년에도 이다영(GS파니오니오스)의 보상선수로 현대건설로 팀을 옮겼다. 하지만 세터가 부족했던 현대건설은 기업은행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신연경을 보내고 이나연 세터를 영입하면서 세터진을 강화했다.

흥국생명에서 루키 시즌을 보낸 유서연(GS칼텍스 KIXX)은 2017년 김해란 리베로의 보상선수로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다가 곧바로 오지영 리베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유서연은 도로공사 이적 후 첫 시즌부터 도로공사의 우승 멤버가 됐고 2020년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로 이적한 후에도 첫 시즌 트레블 멤버로 활약했다. 그렇게 유서연은 나이에 비해 '우승복'이 많은 선수가 됐다.

이소영 공백 최소화하고 있는 표승주

▲ 5년 전 FA와 보상선수였던 표승주(왼쪽)와 염혜선은 이번 시즌 정관장에서 팀 동료로 호흡을 맞춘다. ⓒ 한국배구연맹


어느덧 만 32세가 된 표승주 역시 적지 않은 나이만큼 꽤나 복잡한 '이적 스토리'를 가진 선수다. 2010년 도로공사에 입단해 네 시즌 동안 활약한 표승주는 2014년 도로공사가 FA로 영입한 정대영의 보상 선수로 지명 받아 GS 칼텍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표승주는 GS칼텍스에서 아웃사이드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면서 리그에 자리를 잡았다.

2018-2019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표승주는 주전으로 꾸준히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웃사이드히터가 약했던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표승주는 이적 후 꾸준히 기업은행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고 2021년에는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4강 멤버로 활약했다. 2021-2022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자격을 얻은 표승주는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2억8210만 원에 기업은행과 재계약했다.

표승주는 두 번째 FA계약 후 2022-2023 시즌 김연경(흥국생명)에 이어 국내 선수 득점 2위(529점)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도 434득점을 기록하며 기업은행의 토종에이스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최근 세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한 기업은행은 FA시장에서 이소영을 영입했고 기업은행의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표승주는 프로 데뷔 후 두 번째로 보상선수 지명을 받아 정관장으로 이적했다.

표승주 정도의 나이와 경력을 가진 선수라면 보상선수 이적이 자존심 상할 수도 있었지만 표승주는 새 팀에 빠르게 적응하며 정관장에 잘 녹아들었다. 컵대회 4경기에서 51득점을 기록했던 표승주는 지난 20일 GS칼텍스전 10득점에 이어 2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는 22득점을 기록하며 정관장의 연승을 주도했다. 표승주는 페퍼전에서 공격 3000득점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0-2011 시즌 신인왕 출신의 표승주는 아직 챔프전 우승 경력이 한 번도 없다. 정관장은 이번 시즌 막강한 외국인 좌우 쌍포와 젊은 미들블로커 콤비, 노련한 세터, 그리고 여전히 전성기의 기량을 자랑하는 토종 에이스 표승주로 이어지는 강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정관장의 새 토종 에이스 표승주 역시 이번 시즌이야말로 챔프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적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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