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3시,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사업준비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기념식과 제30회 통일언론상·제36회 안종필자유언론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10월 24일은 50년 전인 1974년 군사독재의 언론탄압에 맞서 동아일보 등 31개 언론사 기자들이 '자유언론실천 선언'을 발표한 날이다. 이날 행사에는 언론계 원로와 언론 종사자와 관계자 등 언론인 200여명이 참가해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웠다.


KBS 오태훈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서 조성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1974년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은 박정희 유신 독재의 엄혹한 독재에 저항해서 결행한 자유언론 쟁취 투쟁으로서 언론사의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전두환 독재 시절인 80년에는 동아투위, 조선투위와 80년 해직 언론인들이 같이 연합해서 민주언론운동협의회를 결성하고 반독재 저항 매체인 '말'지를 간행해서 국민 속으로 전파하고 나아가 한겨레 신문 창간을 주도하는 등 이 나라 언론사에 아주 획기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지금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정신은 후배들에 의해서 면면히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서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을 맞은 지금 언론은 이 정권의 방송장악 언론 침탈 공작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10.24선언을 주도했던 노년 선배로부터 지금 현직의 젊은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한데 뭉쳐서 이 언론 침탈 공작을 막아내고 자유언론, 민주언론을 수호하고 언론의 정의를 바로세워 나가야 하겠다"라고 역설했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많은 분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의의를 강조해 주시고 '그 임무가 굉장히 컸다' 이렇게 평가를 해주시지만 현재 우리 언론의 상황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희가 한 일은 없이 평가만 높이 받는 게 아니냐. 제대로 이 일을 못해서 우리 언론이 이 지경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반성을 먼저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단체와 후배들이 <자유언론실천 50년>을 냈는데, 많이 읽어서 동아·조선에 의한 조작이나 이런 일이 절대 있을 수 없도록 다짐하면서 후배들에게 감사드리고 우리들의 이 과업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은 "50년 전 동아일보 기자들을 선두로 전국의 31개 언론사의 수많은 언론인들이 거의 동시에 한마음 한뜻으로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자유언론 실천을 다짐했다"면서 "이렇게 많은 언론인들이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원칙을 내걸고 이를 지키기 위해 함께 투쟁한 것은 한국 언론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자부했다. 또 "10.24 선언은 언론계의 우리 후배들이 길을 잃었을 때 길을 찾아주는 별이 될 것이다. 권력의 탄압을 받아 좌절하고 있을 때, 그 권력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이 별을 보고 길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용기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동 목사(한빛교회)는 "동아투위와 제가 걸어온 역사가 거의 같다"면서 "동아투위의 그 중심은 여전히 자유언론을 위한 고난이었다. 그 고난의 역사가 우리 역사에 하나의 중요한 모멘텀이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여러분이 하신 일 장하고 감사하다"고 축사를 했다.


함세웅 신부는 "저는 신학을 공부하면서 각 종교의 경전이 있는데, 글로 쓰인 경전뿐 아니라 삶을 통해서 이룩한 것이, 바로 우리 시대 온 인류의 경전"이라며 "동아·조선일보 투위 기자님들 후배 기자님들의 모든 삶이 우리 민족사회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길잡이를 세워주신 경전을 이렇게 써주신 분들이다. 생각하면서 모두 영육 간 건강을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김중배 전 MBC사장은 "동아투위 조선투위의 50년은 그 고난의 길로 말미암아 오히려 가치 있는 큰길이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그동안 뭘 했나 하는 참담함에 저도 동의를 한다. 그런 측면이 있다. 우리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참담한 현실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러며 "우리가 나라를 잃었을 때 의병장, 의병들이 창궐했던 것처럼, 동학의 그 거사처럼 방방곡곡에서 독립언론 대안언론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새로운 언론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강호의 의병장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저는 희망의 단서, 근거로 확인하고 싶다"고 축사했다.


자유언론실천 선언 정신, 언론노조에 계승

권영길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은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은 언론자유 정치 투쟁의 길 50년이었다"면서 "이 긴 세월 동안 온갖 고난에도 굽힘 없이 언론 쟁취를 위해서 투쟁해 오신 조선투위, 동아투위 동지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권 위원장은 "'미디어오늘'에 실려 있는, 50년 전 자유언론 실천을 선언했던 서명자 명단을 쭉 살펴보니, 삼분의 일에 가까운 분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분들이 다 가신다고 하더라도 자유언론실천 정신은 살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서 "자유언론실천선언 정신이 언론노조에 이미 계승되어 굽힘없이 나가고 있다"며 "언론노조의 창립선언문 강령, 규약 첫머리를 통해서 언론노조는 언론 민주화를 통해서 사회민주화에 기여한다고 천명했다. 바로 50년 전 자유언론실천선언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단연코 윤석열 퇴진 투쟁이 바로 자유언론실천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힘을 합쳐서 윤석열 퇴진 투쟁에 함께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상축사를 통해 "1975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건을 여전히 기억한다"면서 "저는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자그마한 백지 광고를 내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용돈을 모아 내밀었던 기억을 아직도 지울 수 없다. 저의 첫 번째 민주주의를 향한 손내밈이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오늘날의 자유언론실천 선언 정신을 실천하는 최우선 과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공영언론은 우리 사회 공론의 장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 길에 저도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격려했다.


1974년 한국일보노조 지부장을 역임한 이창숙 선생은 한국일보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던 젊은 날의 투쟁사를 말하기도 했다. 이 선생은 "저는 가끔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가끔 한다"면서 "제가 말하는 적자생존의 의미는 적은 것만 살아남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는 적어놨기 때문에 있는 거다. 적어놓지 않으면 사라진다"고 부연했다. 그러며 "오늘 출판을 기념하는 <자유언론실천선언 50년>이 그 증거다. 이 책을 보면서 50년을 살아오면서도 놓지 않은 그 직심이 느껴졌다. 기획하고 글을 쓰고 편집해서 책으로 엮은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이 직심을 마지막까지 간직하셔서 아름다운 황혼을 보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동아투위 가족인사에서 동아투위 2대 위원장이었던 고 안종필 선생의 부인 이광자 여사는 "언론의 자유가 말살된 먹먹한 유신 치하에서도 동아투위를 비롯한 여러 해직 기자 여러분들의 심정에 간직하셨던 정론직필의 그 지사적 사명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이 오늘날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가능케 하였다고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또한 "주지하다시피 오늘의 현실은 주권재민이라는 헌법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사회의 모든 영역과 시스템을 검사들이 통치하고 지배하는 이른바 검찰공화국이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처럼 민주주의를 배반하는 시절에 언론인으로서 과거보다 더 많은 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많은 책임과 기대에 부응하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주어진 자유가 오히려 한계가 되지 않도록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실천해 나가시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2부에선 제30회 통일언론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통일언론상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가 공동으로 시상하는 상으로 제30회 통일언론상 특별상에 SBS특별기획 <조선중앙텔레비죤>, KBS추적60분 <전쟁과 민간인>, 제주CBS <4‧3밀항인 기록 경계를 넘어서>가 선정됐다.

이채훈 통일언론상 심사위원장(전 PD연합회 정책위원)은 심사평에서 "제30회 통일언론상은 안타깝게도 대상이 없다"면서 "인쇄매체에서 출품작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문사의 경우 발제를 해도 채택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발제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드러난 게 아닌지 우려된다. 그럼에도 인쇄매체의 출품을 이끌어 낼 주최 측의 노력과 의지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며 "녹록지 않은 언론 상황이지만, 언론인 모두 배전의 노력으로 내년 시상식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평가를 내놨다.

이 심사위원장은 "KBS <추적60분 - 전쟁과 민간인>은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이 상황에서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전쟁이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통렬하게 보여주었다"며 "한국전쟁 때의 민간인 학살 자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 이 부분을 끈질기게 추적한 집념과 열정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SBS <특별기획 2부작 – 조선중앙텔레비죤>은 남과 북의 교류가 꽉 막힌 상황에서 남북 언론교류의 활성화를 역설했다"면서 "북측 방송을 보는 남측의 다양한 연령층의 시선을 보여주고, 단순한 정서적 반응을 넘어, 정량 데이터를 통해 시청 행태를 분석하여 완성도를 높였다. 지금은 모든 교류가 중단된 상태지만, 언제든 다시 교류를 재개할 수 있도록 관심을 환기했다"고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제주 CBS <4.3 밀항인 기록 - 경계를 넘어>는 덜 알려진 4.3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여 특히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일으켰다"라면서 "인력과 장비가 충분치 않은 지역방송에서 발품을 많이 팔아서 저널리즘의 책임을 묵묵히 수행한 점에 큰 박수를 보낸다. 장시간 당사자들을 찾아다니며 증언을 녹취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라디오 방송도 의미가 컸지만, 노컷뉴스 보도들이 활자매체라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별상을 수상한 SBS의 김희남PD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다양한 미디어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체제 경쟁은 끝났다"면서 "신뢰 회복의 전제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에서도 조선중앙TV를 개방하는 문제에 대해 편견 없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특별상을 수상한 KBS 장민구 PD는 " 6.25전쟁에서 희생당한 민간인과 그 유족분들이 아직까지 명예가 회복되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면서 "처음에는 이 분들의 억울함을 좀 풀어주는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취재 경위를 밝혔다. 이어 "제가 만나본 피해자와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느끼는 감정은 저로서는 감히 헤아리기 어려운 심정들이었다. 방송에는 채 담지 못한 그 분들의 많은 말과 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제주CBS의 고상현 PD는 특별상 수상소감에서 "현재 분단이 고착화하면서 남북통일이 요원해진 상황이다. 지금도 남북한이 반목하며 통일의 가치는 희미해지고 있다"며 "생활 속에서 남북 분단을 겪고 있는 4.3 밀항인을 조명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 '4.3의 완전한 해결'은 남북통일이 돼서야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 여태 제대로 된 '이름'을 찾지 못한 4.3도 남북한이 하나가 돼야 그 이름을 찾을 수 있다"라며 "이번 수상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4.3과 남북문제를 열심히 취재하겠다"고 다짐했다.

3부 순서에서는 제36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꺽일지언정 굽히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자유언론실천운동에 헌신하다가 옥중에서 얻은 병으로 1980년 2월 세상을 떠난 고 안종필 제2대 동아투위 위원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1987년 10월 동아투위가 제정한 상이다. 자유언론실천재단이 지난 2014년 설립되면서 동아투위와 공동으로 시상식을 주관하고 있으며 올해로 제36회를 맞았다.


제36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심사위원장인 이완기 새언론포럼 회장은 "심사위원들은 의제의 정치·사회적 중요도, 취재 과정의 난이도 및 충실도, 기사로 인한 사회적 파급력 등을 중심으로 논의한 결과 자연스럽게 두 후보로 좁혀졌고, 심층적 논의를 통해 '언론장악카르텔공동취재팀'(이하 공동취재팀)에 본상을, '이종섭 대사 출국금지'를 보도한 'MBC 법조팀'에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심사위원장은 본상을 수상한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은 뉴스타파(한상진ㆍ봉지욱ㆍ연다혜 기자, 박종화 피디), 미디어오늘(박재령 기자), 시사IN(문상현 기자), 오마이뉴스(신상호 기자), 한겨레신문(박강수ㆍ최성진 기자) 5개 언론사 9명의 언론인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취재팀"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동취재팀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극도의 상업주의와 정파성이 난무하는 언론환경 속에서 언론사 간의 과도한 취재 경쟁을 지양하고 협업과 연대를 통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각 언론사가 가진 고유의 전문성을 살리고 조화시켜 권력의 언론장악을 고발한 공동취재팀은 이러한 언론 현실을 극복할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서 "특별상을 수상한 MBC 나세웅ㆍ윤상문ㆍ정상빈ㆍ박솔잎ㆍ김상훈 기자는 MBC 보도국 법조팀으로 활동하면서 '이종섭 대사 출국금지' 및 '대통령실 통화' 등을 연속 보도했다"면서 "심사위원회는 '이종섭 대사 출국금지' 보도는 '채 상병 순직 사고'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수사외압 의혹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이종섭 출국금지 등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집요하게 추적함으로써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본상을 수상한 오마이뉴스 신상호 기자는 "언론장악 카르텔 프로젝트 취재를 통해 권력의 감시견이라는 기자 본연의 책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여러 언론사와의 협업의 과정에서 제게 주어진 몫은 충실히 수행하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계속 권력 감시견으로서 제 몫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본상을 공동수상한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는 "공동취재를 시작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지금도 5개사 로고가 같이 들어간 기사를 마감할 때면 신기하고 가슴 벅참을 느낀다"며 "미디어오늘은 구성원 모두가 언론자유를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장 기자뿐 아니라 미디어오늘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모두가 그렇다. 언론이 칭찬 받기 쉽지 않은 시대인데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소감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