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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였던 신해철 음악을 교도소서 튼 이유

[신해철 10주기] 그런 슬픈 표정하지 말라던 '그대에게'…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언제나 그댈 사랑해

등록|2024.10.26 14:24 수정|2024.10.27 19:33
2021년, 가수 신해철씨가 사망한 지 7주기가 되던 때였다. 억울하게 고인이 된 그가 점차 대중에게 잊혀지는 게 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워 법무부의 교정방송인 보라미라디오에서 일일 DJ를 하기로 했다.

교정 방송인 보라미라디오는 전국 재소자들이 머물고 있는 교정시설에만 송출되는 특별한 라디오 방송이다. 게다가 듣기 싫다고 끌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서 청취율 100%를 자랑한다. 당시 내가 진행했던 방송은 법무부 보라미라디오 다시 듣기에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이 덕분에 MBC에서 제작하는 가수 신해철의 10주기 추모 다큐멘터리 팀에서 그때의 일일 DJ 방송분을 듣고 그때를 한 번 더 재현해줄 것을 요청받기도 했다(관련기사 : MBC 다큐 '우리 형, 신해철'에서 못다 한 이야기
https://omn.kr/2afxl).

당시 내가 법무부 라디오 방송에 가서 그를 추모한다며 일일 DJ를 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에 걸쳐 방송된 MBC 다큐멘터리 <우리 형, 신해철>에도 이미 나온 이야기지만, 신해철은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분류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 법무부 교정방송국 보라마라디오에서 일일DJ로 방송 진행중인 기자의 모습 ⓒ 최호림


당시 상황을 10주기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SBS 라디오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의 연출을 맡았던 정찬형 PD의 인터뷰 말로 인용하자면 "(신해철이) 힘들다고 했다. '으악' 하고 진저리를 칠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오랜 팬으로서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던 나 역시 문화예술계를 짖눌렀던 국가 최고의 권력자들에게 그의 음악을 듣게 하고 싶었다.

당시인 2021년 교정시설엔 이명박, 박근혜씨가 머물고 있었다.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고 큐사인이 떨어진 뒤 나는 라디오 방송이 진행되는 1시간 동안 재소자들의 보호자가 신청한 2곡을 제외하고 모든 곡을 신해철 곡으로 선곡했다. 그 모습을 하늘에서 해철이 형이 보고 뭐라고 했을진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나와 함께하고 싶었는지 이번 10주기 추모 방송에 나를 불러 함께 했다는 생각도 든다.

▲ 2021년 일일DJ 당시 교정방송 보라미라디오 큐시트(신청곡 두곡을 제외하곤 모두 신해철씨 곡이다) ⓒ 최호림


2024년 10월 27일은 그가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2014년 10월 17일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서 강모 원장의 집도로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 심정지로 쓰러진 그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10월 27일 오후 8시 19분 세상을 떠났다.

아직도 그날이 생각난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그의 사망 소식을 그의 가까운 지인에게 먼저 접하곤 집에 주차를 하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차 안에서 몇 시간을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차 안에서 흘렀던 노래가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10년씩이나 지났지만 그는 우리에게 이 세상에 자신이 없을 이 날들을 대비해 가사를 만든 것 같다.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엔 후회 없겠죠." - 신해철 1집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가사 중에서.

그도 그런 것이 이성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같던 이 곡이 그가 떠난 지 10년이 지나 다시 들어보니 자신이 떠난 빈자리에 슬픈 표정 하지 말란 가사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한마디 하려고 한다.

"해철이 형, 나 역시 우리들의 만남엔 후회 없어. 그리고 이젠 형 없다고 슬픈 표정 하지 않을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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