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전날 '박장범 유력' 소문"... 실세는 김건희가 정한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박상현 언론노조 KBS 본부장
▲ 지난 2월 7일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의 한 장면 ⓒ KBS 유튜브
지난 23일 KBS 이사회는 현재 KBS <뉴스9>을 진행하는 박장범 앵커를 KBS 사장 최종 후보로 임명 제청했다. 사실 언론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술친구로 알려진 박민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박장범 앵커가 되자 야권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힘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박장범 앵커의 사장 최종 후보 임명제청에 대해 KBS 내부에서 어떻게 보는지 들어보기 위해,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장을 지난 25일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KBS 이사회가 <뉴스9> 진행하는 박장범 앵커를 KBS 사장 최종 후보로 임명 제청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일단 이번 KBS 27대 사장 공모는 그 과정 자체가 문제투성이입니다. 이사들의 자격 적법성이 두드러졌어요. 지난 18일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리는 결정이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행정법원에서 2인 체제의 위법성에 대한 언급은 했지만 '2인 체제가 내리는 의결이 위법'이라고 명확하게 얘기한 건 처음이었어요. 지금 KBS 이사 11명 가운데 7명이 이진숙, 김태규 2인 체제 방통위에서 추천돼서 임명된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을 추천한 의결도 위법한 것이기 때문에 임명도 무효가 되는 거죠. 이 사람들이 KBS 사장 뽑을 자격이 있느냐는 부분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 MBC 대주주인 방문진의 현재 이사들이 냈던 새 이사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받아 들여진 후, 야권 성향의 KBS 이사들도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았나요?
" 방문진 이사들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실질적인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걸 이유로 (신임)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효력 정지 집행정지를 넣었고, KBS 이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행정법원에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거든요. 기피 신청이 기각됐는데 이에 대해 방통위에서 또 즉시 항고했고요. 재판부 기피 신청에 대한 판단이 지금 서울고등법원서 심리 중인 상황입니다."
-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요?
"정부의 시간 끌기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같은 취지였는데 행정법원이 2인 체제에서 했던 결정이 위법하다라는 판단 내렸기 때문에, 소송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하겠죠. 또 소수의 이사가 어제(24일) 사장 후보자 의결한 것에 대한 효력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또 새로 넣었습니다."
- 사장 선임과 관련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할 것 같은데요.
"KBS 같은 경우에는 바로 임명하는 건 아니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거든요.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가 도착하면 국회가 20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20일 정도는 시간이 있는 상황이어서 법원에서 빨리 판단만 내려준다면 (사장 후보자 선임을 무력화할) 시간은 있죠."
▲ KBS 이사회가 23일 박장범 현 '뉴스9' 앵커를 제27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사회가 사장 임명을 제청하는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보내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새로 선임될 사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10일부터 2027년 12월 9일까지다. 2024.10.23 ⓒ 연합뉴스
- 박장범 앵커가 최종 후보가 될 걸로 예상하셨나요?
"처음 박장범 앵커가 지원했을 때 뜬금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왜냐면 보통 사장직에 지원하시는 분은 회사에서 임원도 하고 정년도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이 하시는데 박장범 앵커는 현직 앵커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임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기존의 지원자들과 비교했을 때, 약간은 빠른 느낌도 있고 실제 지금 나이도 50대 중반이어서 정년이 다소 남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뜬금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2월에 있었던 <특별대담>에서 '조그마한 파우치' 발언이 워낙 컸기 때문에 전혀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아닐 것 같고, 강력한 후보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박장범 앵커가 믿는 구석 없이 지원하지는 않았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면접 전날 박장범 앵커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굉장히 크게 확산됐죠."
- 박장범 앵커가 최종 사장 후보가 됐다는 소식 들었을 때 어땠나요?
"역시 헛소문이 돌았던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놀라긴 했습니다. 박민 사장이 들어온 이후 KBS의 방송은 정부 성과를 선전하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에 눈 감는 식의 뉴스를 해왔는데요. 이제는 그런 걸 넘어서서 디올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축소했던 것처럼, 아예 (KBS가) 정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데 힘쓰라는 (정부의) 신호로 받아들였죠."
- 박장범 앵커가 사장 후보로 임명 제청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 술친구가 김건희 라인에 밀렸다"는 평가도 나오던데.
"흔히 나오는 얘기가 '우리나라 지금 진짜 대통령이 누구냐'잖아요. 지금 (윤석열) 대통령보다 김건희 여사의 심기를 보호해 주고, 김 여사 마음에 들 만한 사람이 더 실세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거라고 봅니다."
박민보다 박장범이 더 우려스러운 이유
▲ 박상현 언론노조 KBS 본부장 ⓒ 박상현 제공
- 박장범 앵커는 지난해 <뉴스9> 맡기 전까지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기자는 아니었는데, 어떤 인물인가요?
"앵커를 굉장히 오래 했어요. 1994년 입사해서 한 10년 차 기자 때부터 (뉴스)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앵커를 쭉 했었고요. 런던 특파원 갔다 왔고, 회사에서 간부에 해당하는 사회부장 시사제작부장 등을 했고 고대영 사장이 있을 때 비서실장을 했죠. 그 이후에는 조금 한직에 있기도 했지만 김의철 사장 시절에는 <일요진단> 앵커까지 했었거든요. 앵커로서 경력이 많은 사람인데 결과적으로 <뉴스9> 앵커를 하면서 2월에 한 대통령과의 대담이 박장범 앵커를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큰 사건이었다고 봅니다."
- 기자들 사이에서 '박장범 기자'에 대한 평가는 어땠나요?
"기자는 기사로 얘기를 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말씀드렸던 것처럼 10년 차쯤부터 앵커를 했기 때문에 '기사로 평가할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고요. 10년 차 정도부터 앵커와 특파원, 간부,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꽃길만 걸었다'는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장범 앵커는 지난 2월 <KBS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한 것과 관련해 사장 후보자 심사에서 면접관에게 해명을 했다고 합니다. "제품명 자체가 디올 파우치이고, 방송에서 회사 이름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였다며, '크기가 작은 가방'이라고 표현한 것도 '파우치'를 풀어서 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변명이라고 보고요. 방송에서 앵커로서 (그 말을) 한 것은 방송을 사유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 박장범 앵커는 언론에서 구분하는 품목에는 필수품과 사치품만 있고, 명품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말장난이라고 봅니다."
- 박장범 기자가 앵커를 맡고 <뉴스9> 시청률은 어땠나요?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고, 이 경향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라는 부분도 반영되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또 단순히 시청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도 KBS가 추락했어요. 이는 단순히 박장범 앵커만의 문제가 아니라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뉴스가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박장범 앵커도 (시청률 하락에) 책임이 있죠."
▲ KBS 이사회 열렸던 23일 언론노조 KBS 본부의 투쟁 모습 ⓒ 박상현 제공
- 사장 선임하던 날 언론노조 KBS 본부 노조가 파업했지만, 사장 선임에 영향 없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저희가 파업한 이유는 이사회에 제대로 된 사장 뽑아달라라고 요구하는 한편, 면접에 참여하는 지원자들에게 KBS를 어떻게 할 것인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박장범 앵커는 10시에 면접이었음에도 아침 7시쯤에 면접장에 미리 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리고 또 다른 후보는 흔히 얘기하는 쪽문으로 면접장에 올라갔습니다. 결국 후보자들이 구성원들을 맞닥뜨릴 의지라든지 강단도 없이 KBS 사장 하겠다는 욕심을 내고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그 파업에서 저희 구성원들은 우리 전체적인 의지를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사장 후보자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파업하고, 우리의 의지를 확인하고 공유했다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 시민평가단 평가를 안 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것도 문제죠. 이사들의 자격이나 적법성도 문제가 있었고, 시민 참여 평가단 제도를 없앴던 것도 KBS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잘못된 결정이라고 봅니다.
- 박장범 앵커가 사장이 된다면 가장 우려스러운 게 뭘까요?
"박민 사장과 비교해서 대비되는 부분이 있어요. 박민 사장은 외부에서 왔고 방송을 모르기 때문에 KBS에서 본인이 기용했던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운영하는 부분에서 방송을 몰라 거친 부분들이 많았고 업무 지시할 때도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 입장에선 ' 저 사람이 얘기하는 것들이 우리와 맞지 않기 때문에 실행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영이 안 서는 상황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박장범 앵커는 어쨌든 KBS 내부 출신으로 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30년 동안 회사 생활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민 사장 때는 (잘못된) 업무 지시를 거부할 명분이 선명했던 반면, 박장범 앵커는 회사의 제도를 이용해서 거부할 수 없는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거부할 수 없는 환경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때문에 회사의 장악과 통제를 촘촘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는 것이 더 힘들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요?
"KBS는 지금 무단협 상태예요. 그래서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행위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무단협 상황까지 온 건 결국 임명 동의제나 공정방송위원회 같은 공정방송 제도를 사측이 무력화했기 때문이에요. 박장범 앵커에게 공개적으로 '공정방송 제도를 어떻게 할 거냐, 파우치라는 발언 때문에 KBS를 순식간에 국민의 방송에서 용산의 방송으로 만든 주범인데 당신이 공정방송을 할 의지가 있느냐', '공정방송을 할 의지나 능력이 있다면 무단협 상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계획을 내놓으라'라고 따져 물을 겁니다.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박장범 후보자로부터 답변을 받아내려고 합니다. 더불어 언론노조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박장범 앵커가 얼마나 부적격 인사인지, KBS 사장이 되면 왜 안 되는지 드러내고, 윤석열 정부가 박장범 앵커를 내리꽂아 KBS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걸 계속 알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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