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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보낸 180여일... 우린 멈출 수 없다

[천막 소식 178일-179일차] 겨울나기 준비 중인 천막농성장

등록|2024.10.26 16:15 수정|2024.10.26 16:42

▲ 이슬이 맺힌 거미줄 ⓒ 임도훈


"앗, 이 거미 천막농성장에서 온 거 아냐?"

거실 조명 아래로 작은 거미가 길게 거미줄을 늘이고 있자 큰아이가 신기한 듯 바라보며 말한다. 공중에서 흔들흔들 하길래 화분위에 잘 내려주었다. 천막농성장에 거미줄은 이제는 자연스러운 장식이다. 나무 사이에 쳐진 거미줄에 아침 이슬을 맞아 초롱초롱 물방울이 달리면 마치 진주구슬목걸이 같다.

날이 추워지면서 오글오글 천막에 모여살던 거미줄, 송충이들이 겨울나기를 하러 떠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작은 아이들의 움직임이 사라진 겨울의 금강은 왠지 쓸쓸할 것 같지만 또 새로운 친구들이 그 존재감으로 겨울을 꽉 채워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이제 180일이 지나고 곧 200일이 다가온다. 금강이 흐르도록 지켜온 시간이 이제 200일,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지만 멈춰설 생각은 없다.

주민이 찬성하면 하는 댐 건설?... 과정도, 명분도 취약한 기후대응댐

▲ 환경부가 개최한 지천 기후대응댐 후보지 주민설명회. 주민 반대로 결국 무산되었다. ⓒ 김미선


지난 24일 환경부 종합감사가 열렸다. 종합감사인만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이 댐 건설에 대한 질의들이 이어졌다. 기후대응댐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명숙 지천댐 반대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계속 댐을 추진하고, 반대 주민들과 소통조차 하지 않고 있어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정책을 하면서 국민들을 괴롭히고 강제하며 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답하면서도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댐 건설을 취소할지 묻는 질의에는 "지금 당장 완전히 취소했다고 말하긴 좀 이르다"며 댐 건설을 포기하지 않은 듯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3일, 댐 후보지(안)으로 발표한 14곳 중 10곳을 후보지로 정해 유역별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을 지방자치단체에 발송했다. 반대가 심했던 강원 양구군(수입천댐), 충남 청양군(지천댐), 충북 단양군(단양천댐), 전남 화순군(동복천댐)은 제외되었다. 국감에선 환경부가 신규 댐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공식 회의를 단 두 차례만 열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아 이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기후대응댐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회의 두 번이라는 너무나 허술한 절차로 후보지가 결정된 것은 물론이고 '찬성하면 하고 반대하면 안한다'는 식의 명분없는 근거들로 환경부가 강행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환경부는 일방적인 댐 추진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절차를 갖추고 기후대응댐 추진의 근거를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국가 예산 수조원이 들어가는 일을 환경부 관료 몇 명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그래야 한다면 허술한 절차로 밀어붙이는 그 '근거없는 자신감'이 어디서 온 것인지 설명부터 해야 할 것이다.

낙동강 녹조재난, 책임자 처벌과 대책 마련되어야

▲ 국회청문회 요구 기자회견 ⓒ 낙동강부산네트워크


낙동강네트워크,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정당으로 구성된 낙동강녹조재난대책위원회가 국회 청문회를 요구하며 나섰다. 이들은 낙동강 녹조재난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하며 국민동의청원 서명을 받고 있고, 11월 10일까지 총 5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난 8월 낙동강 주민 22명 중 11명의 콧 속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었고, 낙동강에서 3.7킬로미터 떨어진 아파트 거실에서도 녹조 독이 검출되고 있어 한시라도 빨리 제대로 된 조사와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에 낙동강을 지키려는 이들이 국회 청문회를 해서라도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여름부터 낙동강에 창궐한 녹조는 지금까지도 남아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녹조 독은 낙동강 뿐 아니라 강물이 흘러드는 논밭의 쌀, 무, 배추 등 농산물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부산, 김해, 창원, 대구, 고령 수돗물의 녹조 독은 미국 캘리포니아 수돗물 관리기준(0.03ppb)을 9.4배 초과해 심각한 상황이지만 환경부는 손 놓고 '녹조 독소는 없다'는 말로 면피하고 있다.

▲ 국민동의청원 카드뉴스 일부 ⓒ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한시라도 빨리 수문을 열고 강을 흐르게 해야한다. 또 녹조 독소 피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민관의 공동조사에 나설 수 있도록 국민들의 목소리를 높여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부를 압박해야 할 시점이다.

▲ 강은 우리의 희망이다. ⓒ 임도훈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이성복의 시집 <남해, 금산>에 실린 '강'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180여일의 천막농성 기간 동안 그래도 희망을 품고 버틸 수 있던 것은 언제나 옆에서 지치지 않고 흐르는 강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금강은 인간이 막기 전엔 한번도 흐르기를 쉰 적이 없다. 자기의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고 순환하며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나누어왔다. 그것은 지치지 않는 강이 우리에게 주는 희망이다.

우리가 강에서 보낸 시간은 180여일이지만,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한 더 싸울 수 있는 시간은 '버리고도 남을만큼' 많이 남아있다. 어디서 죽을지, 언제 절망할지 묻는 이가 있다면 금강에 와보라고 말하고 싶다. '흐르는 강'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희망을 품어볼만 하다고, 와서 그 해답을 눈으로 확인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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