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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없는' KB 야전사령관 허예은의 '홀로서기'

[여자농구] 27일 개막전에서 19득점7어시스트4스틸 맹활약 , KB 64-56 승리

등록|2024.10.28 09:15 수정|2024.10.28 09:15
KB가 하나은행과의 시즌 공식 개막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 스타즈는 27일 부천 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과의 개막전에서 64-56으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했던 KB는 시즌이 끝난 후 8관왕의 주인공 박지수(갈라타사라이SK)가 유럽 리그로 진출하며 전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KB는 개막전 승리를 통해 지난 시즌 승률 9할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KB는 강이슬이 3점슛 3방을 포함해 17득점6리바운드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B의 승리를 견인했고 아시아쿼터 나카타 모에도 11득점7리바운드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KB는 리바운드에서 27-45로 크게 뒤졌지만 40분 동안 실책 8개만 기록하는 안정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특히 KB의 젊은 '야전사령관' 허예은은 19득점7어시스트4스틸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가드 세대교체' 이끄는 젊은 포인트가드들

▲ 165cm의 단신가드 허예은은 박지수의 파트너로 낙점 받은 포인트가드 유망주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많은 포지션이 그렇지만 포인트가드 역시 세대교체가 느린 포지션 중 하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당시 30대 후반을 향하던 이미선(삼성생명 블루밍스 수석코치)이 출전했고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1987년생 이경은이 대표팀에 선발된 바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기량이 뛰어나고 대범한 성격을 가진 젊은 포인트가드들이 속속 등장해 리그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20대 젊은 포인트가드의 선두주자는 단연 BNK 썸의 안혜지다. 사실 안혜지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BNK와 계약기간 4년, 연봉총액3억1000만원에 FA계약을 체결했고 통산 5번이나 어시스트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이미 현존하는 리그 최고 수준의 포인트가드다. 164cm로 신장은 작지만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시야, 이타적인 마인드, 강한 심장 등 포인트가드가 갖춰야 할 요소들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다만 통산 25.5%에 불과한 3점슛 성공률은 안혜지가 가진 약점으로 BNK를 상대하는 팀은 안혜지의 낮은 3점슛 성공률을 고려해 공간을 벌려 돌파를 경계하는 수비를 할 때가 많다.

2018년 프로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신이슬(신한은행 에스버드)은 2022-2023 시즌 주전가드 이주연과 키아나 스미스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신이슬은 지난 시즌 삼성생명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며 7.2득점3.7리바운드3.9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 4월에는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1억5000만원의 조건에 신한은행과 FA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6-2017 시즌 박지수와 함께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김지영(신한은행)도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저돌적인 돌파가 강점인 선수다. 특히 지난 2016년 11월 KDB생명 위너스 시절의 이경은을 상대로 보여준 더블클러치 득점은 김지영의 '인생 플레이'로 꼽힌다. 하지만 하나은행에서 주전급 선수로 꾸준히 활약하던 김지영은 신한은행 이적 후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성적도 떨어졌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KB 개막전 승리 견인

▲ 허예은은 개막전에서 출전시간,득점,어시스트,스틸 부문에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상주여고 출신 포인트가드 허예은은 2019-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에 지명됐다. 팀의 기둥 박지수와 콤비를 이룰 포인트가드가 필요했던 KB는 신장은 작지만 패스감각과 돌파력이 뛰어나고 탁월한 농구지능을 겸비한 허예은을 낙점했다. 허예은은 루키 시즌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단 9경기만 출전하고 신인왕에 선정됐지만 당시 허예은의 신인왕 수상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2년 차 시즌까지 심성영(우리은행 우리WON)에 가려 많은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하던 허예은은 2021-2022 시즌부터 심성영을 제치고 KB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다. 8.5득점2.8리바운드5.6어시스트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허예은은 박지수,강이슬과 함께 '트로이카'로 활약하며 KB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허예은은 단숨에 WKBL에서 단신 포인트가드를 상징하던 안혜지의 라이벌로 떠올랐다.

하지만 허예은은 박지수가 9경기 출전에 그쳤던 2022-2023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하고도 눈에 보이는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박지수의 부재로 슛 기회는 더욱 늘어났지만 2점슛 성공률은 48.7%에서 37.8%, 3점슛 성공률은 32.9%에서 23.7%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허예은은 박지수가 돌아온 지난 시즌 11.2득점4.7리바운드6.2어시스트3점슛 성공률 37.1%로 또 다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까지 박지수라는 거목의 보호 속에 마음껏 코트를 누빌 수 있었던 허예은은 이번 시즌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27일 개막전에서 하나은행을 상대한 허예은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9득점을 포함해 3리바운드7어시스트4스틸로 맹활약하면서 KB의 승리를 이끌었다. 허예은은 이날 슈터 강이슬(7개 시도)보다 많은 9개의 3점슛을 시도(3개 성공)할 정도로 KB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물론 KB의 개막전 상대였던 하나은행은 신지현(신한은행)이 팀을 떠나고 아시아쿼터 와타베 유리나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가드진이 크게 약해졌다. 따라서 개막전 결과만으로 허예은의 홀로서기와 '박지수 없는' KB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조금 이르다. 하지만 허예은이 개막전 때 보여준 자신 있는 마인드로 시즌을 치른다면 이번 시즌 KB도 결코 만만한 팀이 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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