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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빅토리아-유니, 외인 14명의 명암

[여자배구] 시즌 초반 각 구단 외국인-아시아쿼터 선수들의 활약

등록|2024.10.28 21:43 수정|2024.10.28 21:43
지난 19일에 개막한 V리그가 팀 당 2경기에서 3경기씩 치르면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가 개막 후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고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GS칼텍스 KIXX는 아직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지 못했다. 반면에 지난 시즌 최하위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1승1패로 승점 4점을 따면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들도 팬들에게 선을 보였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나 GS칼텍스의 지젤 실바처럼 배구팬들에게 익숙한 얼굴도 있고 정관장의 반야 부키리치처럼 소속팀을 옮긴 V리그 유경험자도 있다. 과연 개막 후 지난 2~3경기에서 코트를 누볐던 14명의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시즌 초반 배구 팬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불안하던 빅토리아, 득점 1위 질주

▲ 빅토리아는 시즌 초반 득점 1위를 질주하면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지명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빅토리아 댄착은 2000년생의 젊은 나이와 부족한 해외리그 경험 때문에 다소 위험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빅토리아는 시즌 개막 후 2경기에서 40.82%의 성공률로 69득점을 올리며 시즌 초반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48.04%에 달하는 공격 점유율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활약했던 부키리치는 이번 시즌 정관장으로 팀을 옮기면서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아웃사이드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198cm의 최장신 선수 부키리치가 과연 상대의 목적타 서브를 견딜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부키리치는 시즌 초반 43.59%(4위)라는 기대 이상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47.69%의 성공률(4위)을 자랑하는 공격력도 여전히 위협적이다.

V리그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은 기량이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상대에게 많이 노출됐다는 단점도 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서 두 번째, V리그에서는 4번째 시즌을 맞는 모마는 3경기에서 53득점으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지만 공격성공률은 36.57%(10위)로 썩 높지 않다. GS칼텍스의 실바 역시 득점 3위(52점)에 올라 있지만 공격 성공률은 31.09%(13위)로 효율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도로공사의 지명을 받은 불가리아 출신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메렐린 니콜로바는 2경기에서 42.17%의 공격성공률(6위)로 39득점(공동 5위)을 올리는 준수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아직 승리는커녕 승점조차 따지 못하고 있어 니콜로바의 활약도 크게 돋보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도로공사의 성적이 올라가지 못하면 니콜로바의 분전도 빛을 내지 못할 것이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페퍼저축은행이 선택한 크로아티아 국가대표 바르바라 자비치는 2경기에서 34득점을 올리며 득점 10위, 공격성공률 5위(44.12%)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반 박정아와 이한비 등 국내 공격수들과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1순위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비치의 활약은 다소 아쉽다. 페퍼저축은행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자비치의 폭발력이 꼭 필요하다.

흥국생명의 투트쿠 부르주 역시 득점 11위(33점), 공격성공률 9위(39.39%)로 외국인 선수인 점을 고려하면 초반 활약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실제로 투트쿠는 지난 24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공격성공률 33.33%로 12득점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비롯해 정윤주, 김다은 같은 좋은 공격수들이 많지만 외국인 선수로서 투트쿠가 더 좋은 활약을 해줄 필요가 있다.

장신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추락

▲ 장위가 가세하면서 페퍼저축은행은 높이가 강점인 팀으로 거듭났다. ⓒ 한국배구연맹


자비치의 활약이 살짝 아쉬운 페퍼저축은행이 이번 시즌 초반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는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아시아쿼터 1순위인 197cm의 장신 미들블로커 장위의 대활약 덕분이다. 장위는 2경기에서 51.43%의 성공률로 29득점을 올리고 있고 세트당 1.1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면서 블로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세터와의 호흡이 완전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장위의 활약은 더 좋아질 확률이 높다.

재계약에 성공하며 V리그 2년 차를 맞는 정관장의 메가왓티 퍼티위와 현대건설의 위파위 시통 역시 시즌 초반 명불허전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부키리치와 정관장의 쌍포를 구성하고 있는 메가는 이번 시즌 2경기에서 56.25%의 성공률(1위)로 42득점(4위)을 기록하고 있다. 위파위 역시 35득점(8위)과 함께 41.79%의 리시브 효율(5위)로 현대건설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태국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올랜도 발키리스)와의 재계약이 불발된 기업은행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중국 국적의 세터 천신통을 지명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공격수들과의 호흡이 다소 흔들릴 때도 있지만 178cm의 큰 신장을 활용한 높은 타점에서의 토스로 V리그에 점점 적응하고 있다. 천신통이 동료들과의 호흡이 완전해지면 기업은행도 순위 경쟁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흥국생명은 시즌 개막 직전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4순위이자 컵대회에서도 활약했던 황루이레이와의 지명을 해지하고 뉴질랜드 출신 미들블로커 아닐리스 피치를 영입했다.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주로 활약했던 피치는 183cm로 신장은 황루이레이보다 작지만 파워 넘치는 공격이 돋보이는 선수다. 피치는 늦은 합류에 비해 빠른 적응 속도를 보이며 개막전부터 흥국생명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다.

시즌 초반 하위권에 허덕이고 있는 도로공사와 GS칼텍스는 나란히 아시아쿼터 유니에스카 로블레스 바티스타, 스테파니 와일러의 부진이 아쉽다. 각각 189cm와 195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유니와 와일러는 아웃사이드히터로의 활약을 기대하며 지명했지만 서브 리시브에서 큰 약점을 보이고 있다. 두 선수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도로공사와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하위권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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