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 면이 독립지사를 8명이나 배출
[오늘의 독립운동가 50] 10월 29일 타계한 홍종흠 지사
▲ 상주 광복사(사당), 홍종흠 지사, 장암리 독립운동 기념비 ⓒ 국가보훈부
1936년 10월 29일 홍종흠(洪鍾欽) 지사가 타계했다. 1879년 4월 30일 출생했으니 향년 59세였다. 1919년 독립만세운동으로 고문당하고 옥고를 치렀다.
1919년 3월 1일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은 한반도 곳곳으로 번지면서 점점 가열차게 타올랐다. 3월 1일 당일에 시위를 벌인 곳은 서울 외에도 평양, 진남포, 선천, 의주, 안주, 원산 등지였다. 이는 평안도 일원이 독립만세운동을 3월 1일에 맞춰 일으킬 준비를 더 잘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대구, 의성, 안동 거쳐 상주로 번진 독립만세시위
상주는 경주와 더불어 '경상도'라는 이름의 근원이 된 유서 깊은 지역이다. 3월 8일 대구, 12일 의성, 16일 안동 소식은 바람을 타고 낙동강을 건너 상주로 날아 들었다.상주인들이 삼천리 방방곡곡을 뒤덮고 있는 만세운동의 기세를 강 건너 불 보듯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리 없었다.
상주인들은 3월 23일 상주 장터에서, 같은 달 29일 이안면 소암리에서 시위를 전개했다. 상주 장터에서 한암회, 강용석, 조월연, 성필환, 성해식, 석성기 등이, 소암리에서 채세현, 채순만이 구속되었다. 죄목은 이른바 '보안법 위반'이었다.
이미 여러 명 구속되었지만 주저앉지 않고 계속 궐기
그래도 상주인들은 일제에 굴복하지 않고 또 다시 만세시위를 일으켰다. 홍종흠은 1919년 당시 40세였다. 그는 마을의 중심을 이루는 장년으로서 역할을 할 때라고 판단했다.
홍종흠, 이성범 등이 중심이 되어 전국 각지, 그리고 상주에서도 벌써 두 차례 독립만세 시위가 일어난 것을 보고 들은 소감을 나누며 논의를 거듭했다. 이들은 "우리도 만세시위를 벌여야 한다! 미국, 노국 등 세계가 민족자결을 말하면서 우리를 지원해주고 있다 하니 지금이야말로 떨쳐 일어나 왜놈들을 몰아내야 한다!'면서 서로 격려했다.
4월 8일을 거사일로 결정, 4일부터 준비 돌입
거사일을 4월 8일로 결정한 후 4월 4일부터 만세운동 권유문과 태극기를 만들고, 이웃 마을에 거사 계획을 알려 동참자 조직에 나섰다. 40세 장년 홍종흠은 마을 청년들을 모아 놓고 "조국을 다시 찾는 일을 우리 청년들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단결된 힘으로 왜놈들을 우리 땅에서 몰아내자!" 하며 의기를 북돋우었다.
드디어 4월 8일 오후 2시쯤 70여 명의 시위 군중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만세시위가 멀리서도 보이고 들리도록 하기 위해 문장산을 장소로 선택했다. 이들은 함께 문장산에 올라 사방으로 태극기를 흔들면서 독립만세를 외쳤다.
시위 현장은 일제의 눈에도 쉽게 포착되었다. 상주 주둔 일본 헌병대장이 휘하를 이끌고 출동했다. 마을 청년들이 돌을 던지며 투석전을 펼쳤지만 총칼로 무장한 정규군을 이길 수는 없었다. 홍종흠을 비롯해 9명이 붙잡히면서 시위 군중은 흩어지고 말았다.
사당도 세우고 기념비도 건립한 '모범' 상주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은 1919년 5월 15일 홍종흠 지사에게 이른바 보안법 위반을 적용, 징역 1년 3월을 언도했다. 미결수였지만 이미 한달 이상 고문을 당했던 홍 지사는 경성감옥으로 끌려가 옥고를 치렀다.
독립운동가들의 고통에 고스란히 견줄 바는 아니지만 상주는 '장암리 독립운동 기념비'와 '광복 의사단'을 건립해 정성껏 지사들을 현창하고 있다. 기념비는 1985년 5월 1일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782번지에, 사당은 2000년 12월 25일 화북면 용유리 산31번지에 세워졌다.
사당에는 홍종흠을 비롯해 이강년, 이용엽, 이원제, 이성범, 이용회, 이원녕, 김재갑 등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화북면 출신 8인의 지사를 모시고 있다. 작은 시골 면이 여덟 분이나 되는 독립지사를 배출했으니 경이로운 일이다. 화북면에서 출생한 사람들은 마음껏 고향 자랑을 해도 좋으리라.
덧붙이는 글
국가 인정 독립유공자가 1만8천여 분 계시는데,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의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소개하려면 1500년 이상 걸립니다. 한 달에 세 분씩 소개해도 500년 이상 걸립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날, 의거일 등을 중심으로 '오늘의 독립운동가'를 써서 지사님들을 부족하나마 현창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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