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숨은 보물, 수류금산 순례길을 걷다
전북 김제 금산면에서 만나는 다종교 성지의 특별한 여정
"순례란 자신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는 여정이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이와 같이 순례길을 인생의 깊은 성찰로 설명했다.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깨달음과 감동이 순례의 진정한 가치를 이룬다. 코엘료가 경험한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랬듯,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에 위치한 수류금산 순례길 또한 다양한 신앙과 역사를 함께 느끼며 걷는 여정이다.
이곳은 불교, 개신교, 천주교, 동학, 증산교 등 다양한 종교 성지가 공존하며, 종교적 신념을 넘어 문화와 역사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다. 이번 취재에서는 이 특별한 순례길을 직접 걸으며 각 종교 성지의 역사적·신앙적 의미를 재조명해 보았다.
첫 번째 여정: 불교의 성지, 금산사에서 시작된 순례길
순례길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불교 사찰 금산사에서 시작되었다. 금산사는 1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로, 백제시대부터 이어져 온 불교 신앙의 중심지다. 이곳은 모악산 도립공원 초입에 위치하며, 웅장한 미륵불이 있는 미륵전은 그 자체로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국보 제62호로 지정된 미륵전은 한국에서 유일한 3층 목조 건물로, 내부는 통으로 뚫려 있어 그 건축적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금산사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경건함은 방문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불교의 긴 역사를 몸소 체험하게 해준다.
두 번째 여정: 개신교 역사의 중심, 금산교회
금산사를 둘러본 후, 이 지역의 또 다른 종교적 유산인 금산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금산교회는 1905년 미국인 선교사 루이스 보이드 테이트(Lewis Boyd Tate)에 의해 세워진 한국 초기 개신교의 발자취가 담긴 곳이다. 이 교회는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ㄱ자 형태의 건물 구조가 남녀를 분리해 예배드리던 당시의 풍습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머슴 출신의 이자익 목사와 지주였던 조덕삼 장로 간에 신분을 초월하여 서로 섬겨온 신앙 공동체의 모습은, 당시 한국 교회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금산교회의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 기도를 올리며 그 신앙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다.
세 번째 여정: 동학의 평등 정신을 품은 원평집강소
원평집강소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군이 자치 행정을 실시한 중요한 기구다. 이곳은 신분 해방과 평등 사회를 꿈꿨던 동학 농민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집강소는 동학농민군이 지방 통치와 폐정 개혁을 실행하던 자치 기관으로,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농민들의 이상을 상징한다. 원평집강소에 서서 당시의 사회적 혼란과 혁명적 열망을 떠올리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평등과 정의의 메시지를 되새길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30여 분만 걸어가면 일제에 맞서 격전을 벌인 전봉준 부대원들의 무덤이 안치된 '구미란 전투 동학 농민 무덤'까지 볼 수 있다. 이곳은 동학농민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채 오늘날까지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네 번째 여정: 증산교 본부, 증산법 종교본부에서 만난 근대 민족종교
다음으로 방문한 증산법 종교본부는 근대 민족종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증산교의 본산이다. 증산교 창시자인 강일순의 묘소가 자리한 이곳은 증산교 신자들에게 매우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1952년에 지어진 영대는 '성령이 오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근대 종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지다. 증산법 종교본부는 단순한 종교적 의미를 넘어, 근대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종교적 흐름과 함께 자아 성찰과 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지막 여정: 천주교의 성지, 수류성당에서 마무리된 여정
수류금산 순례길의 마지막 여정은 전라북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천주교 성지 중 하나인 수류성당이었다. 1907년에 건립된 이 성당은 동양에서 가장 많은 신부와 수도자를 배출한 성지로, 천주교 신앙의 깊은 뿌리를 간직하고 있다. 웅장하면서도 경건한 목조 건축은 세월의 흐름을 담은 듯 신앙의 빛을 발하고 있으며, 그 고풍스러운 양식은 마치 하늘의 영광이 머무는 성소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천천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세속적인 것을 넘어 영혼을 어루만지는 진동으로 귀를 감싼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고요함 속에서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지며, 신앙의 진정한 본질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예배의 장소를 넘어, 신자들과 방문객 모두에게 성령의 인도하심을 느끼게 하는 영적인 안식처이다. 만약 성지순례를 통해 깊은 신앙적 깨달음을 얻은 파울로 코엘료가 이곳을 방문한다면, 이 성당이 주는 고요함과 신비로움 속에서 인류의 화합과 공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기지 않았을까.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전북, 신앙과 역사의 만남
이번 수류금산 순례길은 단순한 종교적 탐방을 넘어 서로 다른 신앙이 한 지역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의 역사 속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동학, 증산교 등 각기 다른 종교가 김제 금산면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함께 공존해왔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고도 의미 깊다. 종교적 차이를 넘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번 순례길은, 신앙과 역사를 돌아보고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특별한 여정이다. 전북 김제의 수류금산 순례길은 그저 하나의 관광 코스가 아닌, 각기 다른 신앙의 흐름과 역사를 따라 걷는 특별한 여정으로서, 이곳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는 이와 같이 순례길을 인생의 깊은 성찰로 설명했다. 순례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얻는 깨달음과 감동이 순례의 진정한 가치를 이룬다. 코엘료가 경험한 산티아고 순례길이 그랬듯,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에 위치한 수류금산 순례길 또한 다양한 신앙과 역사를 함께 느끼며 걷는 여정이다.
▲ 전북 김제 금산 미륵전 (사진 : 김주영) ⓒ 은평시민신문
첫 번째 여정: 불교의 성지, 금산사에서 시작된 순례길
순례길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불교 사찰 금산사에서 시작되었다. 금산사는 1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로, 백제시대부터 이어져 온 불교 신앙의 중심지다. 이곳은 모악산 도립공원 초입에 위치하며, 웅장한 미륵불이 있는 미륵전은 그 자체로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국보 제62호로 지정된 미륵전은 한국에서 유일한 3층 목조 건물로, 내부는 통으로 뚫려 있어 그 건축적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금산사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경건함은 방문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불교의 긴 역사를 몸소 체험하게 해준다.
▲ 전북 금산교회 (사진 : 김주영) ⓒ 은평시민신문
두 번째 여정: 개신교 역사의 중심, 금산교회
금산사를 둘러본 후, 이 지역의 또 다른 종교적 유산인 금산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금산교회는 1905년 미국인 선교사 루이스 보이드 테이트(Lewis Boyd Tate)에 의해 세워진 한국 초기 개신교의 발자취가 담긴 곳이다. 이 교회는 전통 한옥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ㄱ자 형태의 건물 구조가 남녀를 분리해 예배드리던 당시의 풍습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머슴 출신의 이자익 목사와 지주였던 조덕삼 장로 간에 신분을 초월하여 서로 섬겨온 신앙 공동체의 모습은, 당시 한국 교회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금산교회의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 기도를 올리며 그 신앙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다.
▲ 원평집강소 (사진 : 김주영) ⓒ 은평시민신문
세 번째 여정: 동학의 평등 정신을 품은 원평집강소
원평집강소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군이 자치 행정을 실시한 중요한 기구다. 이곳은 신분 해방과 평등 사회를 꿈꿨던 동학 농민들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집강소는 동학농민군이 지방 통치와 폐정 개혁을 실행하던 자치 기관으로, 신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농민들의 이상을 상징한다. 원평집강소에 서서 당시의 사회적 혼란과 혁명적 열망을 떠올리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평등과 정의의 메시지를 되새길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30여 분만 걸어가면 일제에 맞서 격전을 벌인 전봉준 부대원들의 무덤이 안치된 '구미란 전투 동학 농민 무덤'까지 볼 수 있다. 이곳은 동학농민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채 오늘날까지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 1907년 건립 김제 수류성당 (사진 : 김주영) ⓒ 은평시민신문
네 번째 여정: 증산교 본부, 증산법 종교본부에서 만난 근대 민족종교
다음으로 방문한 증산법 종교본부는 근대 민족종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증산교의 본산이다. 증산교 창시자인 강일순의 묘소가 자리한 이곳은 증산교 신자들에게 매우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1952년에 지어진 영대는 '성령이 오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근대 종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지다. 증산법 종교본부는 단순한 종교적 의미를 넘어, 근대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종교적 흐름과 함께 자아 성찰과 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지막 여정: 천주교의 성지, 수류성당에서 마무리된 여정
수류금산 순례길의 마지막 여정은 전라북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천주교 성지 중 하나인 수류성당이었다. 1907년에 건립된 이 성당은 동양에서 가장 많은 신부와 수도자를 배출한 성지로, 천주교 신앙의 깊은 뿌리를 간직하고 있다. 웅장하면서도 경건한 목조 건축은 세월의 흐름을 담은 듯 신앙의 빛을 발하고 있으며, 그 고풍스러운 양식은 마치 하늘의 영광이 머무는 성소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천천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세속적인 것을 넘어 영혼을 어루만지는 진동으로 귀를 감싼다. 성당 안에 들어서면 고요함 속에서 자연스레 마음이 차분해지며, 신앙의 진정한 본질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곳은 단순한 예배의 장소를 넘어, 신자들과 방문객 모두에게 성령의 인도하심을 느끼게 하는 영적인 안식처이다. 만약 성지순례를 통해 깊은 신앙적 깨달음을 얻은 파울로 코엘료가 이곳을 방문한다면, 이 성당이 주는 고요함과 신비로움 속에서 인류의 화합과 공존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기지 않았을까.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전북, 신앙과 역사의 만남
이번 수류금산 순례길은 단순한 종교적 탐방을 넘어 서로 다른 신앙이 한 지역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의 역사 속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동학, 증산교 등 각기 다른 종교가 김제 금산면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함께 공존해왔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고도 의미 깊다. 종교적 차이를 넘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번 순례길은, 신앙과 역사를 돌아보고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특별한 여정이다. 전북 김제의 수류금산 순례길은 그저 하나의 관광 코스가 아닌, 각기 다른 신앙의 흐름과 역사를 따라 걷는 특별한 여정으로서, 이곳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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