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진리를 가르친 위대한 스승
[동학대서사 모두가 하늘이었다] 수운 최제우 선생 탄신 200주년, 동학의 근원을 찾아서
▲ 동학인물도'동학인물도'는 '새세상을 여는 사람들'의 부제로 현재 전주 동학혁명기념관에 전시되고 있다. 사진 중앙에 수운 최제우, 좌측으로 손화중, 전봉준, 김덕명, 이방언, 김개남, 그리고 우측에 최시형, 손병희, 박인호, 손천민과 뒷줄 중앙에 이소사 등 무명동학군들이다. ⓒ 박홍규
수운 최제우, 그때는 산골 아이들과 동네사람들 몇 명만 모여도 동학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멈추는 날이 없었다.
수운 최제우, 지금은 아이들도 학생들도 여인들도 동네 사람들도 동학이나 천도교에 대해 말하는 이들이 거의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수운 최제우, 언덕 없이 마냥 평평한 땅이 없고, 가서 돌아오지 않는 것은 없다는 무평불(피无平不陂) 무왕불복(无往不復)의 말처럼 다시 개벽의 시운을 말하리라.
보국안민(輔國安民)·포덕천하(布德天下)·광제창생(廣濟蒼生)·지상천국(地上天國)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사의 인물 중에 꼭 기억해야 될 위인(偉人)과 선열(先烈)님을 생각해 보자.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위인,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선열, 그 수많은 위인과 선열님 중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먼저 생각날 것이다. 또 문화적인 측면에서 세종대왕(世宗大王) 이도(李祹)를 떠올릴 수도 있다. 우리의 문자가 없을 때 한글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한 세종대왕은 얼마나 위대한가! 우리의 문화창달에 지대한 공을 세운 분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사상적 종교적 토대를 마련하고 길을 낸 인물에 대해서는 왜 무심할까?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그러한 고민을 하고, 수련하고, 이치를 깨닫게 한 위대한 인물이 있으니, 그가 곧 동학(東學) 천도교(天道敎)를 창도한 수운(水雲 ) 최제우(崔濟愚)선생이시다.
최제우 선생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진리를 가르친 훌륭한 분이다. 최제우 선생은 백성들을 위하여 거룩한 순교를 하시었다. 최제우 선생은 사람이 하늘, 자연도 하늘이라는 모심과 섬김의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열어주신 우리 모두의 스승님이시다. 그러나 수운 최제우 선생을 아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동학이 창도(唱道)되고 천도교(天道敎)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된다. 그 역사의 의미를 거론한다면 다음과 같다.
전봉준 장군을 떠올리는 동학농민혁명, 손병희 선생을 상징하는 3·1독립운동, 방정환 선생이 주도한 어린이 인권운동이다.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숱한 일들이 많지만 여기서는 수운 최제우 일대기와 동학농민혁명의 전반적인 역사 이야기를 중심으로 서사(敍事)의 뿌리를 찾아 서술(敍述)하기로 한다. 그리고 단락마다 수운 선생의 글과 시를 붙이고, 저자의 졸시도 첨가한다.
그럼, 먼저 수운 최제우 선생에 대한 역사가 일어난 원인과 과정, 그 정신의 뿌리를 찾아, 동학의 시원을 찾아 한 글자 두 글자 새겨본다.
수운 최제우는 불연기연不(然基然)에서 이렇게 밝혔다.
··· 만물의 불연이여, 헤어서 밝히고 기록하여 밝히리라. 사시의 차례가 있음이여, 어찌하여 그리 되었으며 어찌하여 그리 되었는고. 산 위에 물이 있음이여, 그것이 그럴 수 있으며 그것이 그럴 수 있는가. 갓난아기의 어리고 어림이여, 말은 못해도 부모를 아는데 어찌하여 앎이 없는고. 이 세상 사람이여, 어찌하여 앎이 없는고···
그렇다. 그 어떠함을 모르는 불연을 찾아 그 어떠함의 알 수 있는 기연에 이를 때까지 생각하고 기록하고 헤아려 보자. 수운 선생은 불연기연에서 불연 즉 알 수 없는 의문의 답은 결국 사람이 사람 되고 만물이 만물 된 기원은 조물자 즉 '한울님이다'라고 화두를 던지며 끝맺는다. 수운 최제우는 흥비가에서 노래하였다.
그말저말 다하자니 말도많고 글도많아
약간약간 기록하니 여차여차 우여차라
이글보고 저글보고 무궁한 그이치를
불연기연 살펴내어 부야흥야 비해보면
글도역시 무궁하고 말도역시 무궁이라
무궁히 살펴내어 무궁히 알았으면
무궁한 이울속에 무궁한 내아닌가
▲ 새 세상으로 가는 길동학농민군들의 염원인 '새 세상으로 가는 길'을 목판화로 그려냈다. ⓒ 박홍규
동학 시대를 이끈 2세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은 동학 1세 교조 수운 선생의 존칭을 대선생주(大先生主) 즉 '수운 대선생님'이라 존칭했다. 3세 교주 의암 손병희 선생 이후 천도교에서는 수운 선생을 공경하여 이르는 말로 수운 대신사(大神師)라 높여 존칭한다.
수운 선생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 종교를 최초로 창교한 교조로서 성인(聖人)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또 하나는 세계정신문명을 개벽(開闢)시킬 인류의 대성인(大聖人)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일찍이 민족시인 신동엽은 서사시 <금강>에서 수운 선생을 석가·예수와 더불어 세계적인 성인으로 조명한 바 있다. 윤석산 시인은 <동학교조 수운 최제우>에서 사람은 누구나 한울님과 같은 존재라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사상을 설파하였다.
신동엽은 "수운이 말하기를 그대들의 눈동자여, 높고 높은 하눌님이어라"고 표현 하면서 동학의 인즉천(人卽天)을 인류 해방과 구원 사상으로 승화시켰다. 윤석산은, 수운 선생은 시천주(侍天主)를 통하여 인간은 누구나 본질적으로 평등하다는 즉 당시 사회적으로 신분이 천한 사람이나 존귀한 사람이나, 양반이나 천민이나를 막론하고, 무궁한 한울님을 모신 존엄하고 평등한 존재임을 강조하였다고 하였다.
국내외에서도 유명한 철학자 김용옥과 시인 김지하가 강연과 저술을 통해 수운 선생을 공자와 예수에 버금가는 위대한 성자라고 하였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자신의 저서인 '우리가 하느님이다. 동경대전2' 용담가 해의에서, 수운은 동학·무극대도를 닦아낸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한 자부감, 선택받은 자로서의 자신감이 "만년에 한 명이나 있을까 말까 한 장부 즉 만세일지장부 (萬世一之丈夫)"라는 어귀로 표현되고 있다고 하였다.
김지하 시인은 <이 가문 날에 비구름을>이란 독특한 판소리 가락의 담시에서 민중이 하늘, 백성이 하늘, '사람을 한울님 섬기듯 하라'는 수운 선생과 해월 선생의 가르침을 이렇게 설파하였다.
수운 목구멍에서 왼갖 중생 갖은 바닥 쌍것들이 수도 없이 꾸역꾸역 기어나오는데/ 팔도 농투산이란 농투산은 다 기어나와 "사람이 한울이다! 이 도적놈들아 한울님 맛 좀 보아라!"/ ···백정이며 사당이며 딴따라, 기생, 화심이, 영자, 춘자, 때밀이, 안마쟁이, 니나노, 공순이, 공돌이, 뽀돌이, 식순이, 호순이, 화적떼, 비렁뱅이, 머슴, 시라이, 양아치, 작두날림, 종년 종놈들 와크르르 쏟아져나와/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렸다! 네 이놈들 우리가 네놈들 섬기는 것 좀 보아라!
소설 <단(丹)>의 주인공이자 우학도인이라 알려진 봉우 권태훈 선생은 수운 선생을 가리켜 "인내천(人乃天) 사상으로 유명한 19세기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사상가이자 도인이며 선지자인 수운 최제우 선생은 전인류의 위대한 성인(聖人)이시다. 수운 선생이 창도한 오만 년 무극대도(無極大道)는 장차 인류에게 다가올 평화세계를 상징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생은 오천 년 정신세계를 이끌어갈 만세대장부이시다"라고 설파하였다.
수운 선생 탄신 전후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본다. 조선의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의 역사에서 인종 차별과 계급 사회는 쇠사슬로 엮인 듯이 존속해 왔다.
기득권 사회는 양반과 상놈이라는 갈라치기로 자신들의 권한을 자손대대로 누리고 노비(奴婢)들은 그야말로 짐승 취급을 했다. 한번 종으로 태어나면 후대 자식들도 종이며, 대대로 노예(奴隸)생활을 했다. 이러한 역사를 일시에 타파(打破)한 것이 동학이다.
- 계속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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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수운 최제우 출세(탄신) 200주년,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기념, 동학대서사 '모두가 하늘이었다'는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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