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외교통의 우려 "북러 혈맹으로 한반도 평화 멀어져, 대통령 거친 언어 위험"
[인터뷰] 위성락 민주당 의원 "고난도 외교 필요...이건 게임이 아니다"
▲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러 상황 및 정부 대응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우리 외교를 추구할 수 있는 역량과 공간을 다 버리고 진영 구도에 매몰되는 게 바람직한 선택일까? 국민들이 그걸 원할까?"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좌표'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넘어 파병이라는 극단적 군사 협력을 한 상황. 어느 때보다 외교가 절실한 지금, 정부의 '한국형 외교 좌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 의식이다. 위 의원은 이 파병으로 이뤄질 러시아와 북한 간 '혈맹'의 결과가 단순히 물자·기술 거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의원는 현 정부의 외교 언어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한 대목에선 "거칠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생즉사 사즉생의 정신"을 거론하며 "함께 싸워 나간다면"이라고 말한 대목을 언급하면서 "강한 레토릭은 문제를 더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국민 안위"가 걸려 있는 만큼 "사려 깊은 행보"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최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 간 '북 폭격 심리전'을 언급한 텔레그램 대화가 발각돼 논란에 휩싸인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부적절하다"고 했다.
위 의원은 특히 국정원의 북한군 포로 심문을 위한 우크라이나 인력 파견 검토에 대해 "막후에서 그런 일들을 고려할 순 있지만 나팔 불 듯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현 국면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위 의원은 "러시아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배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미국과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은 (당연한 일이지) 옵션이 아니다"라면서 "다만 거칠고 대증요법식 대응으로 큰 국면을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위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북한·러시아, 혈맹으로 변화... 과거 문법으로 판단하면 안 돼"
▲ 2024년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 타스통신=연합뉴스
-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현실화 됐다. 어떻게 보나.
"역학 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이쪽에는 한미일의 안보 협력이 있고, 저쪽에는 러시아·중국 연대와 러시아·북한 동맹, 나아가 (북한군의) 파병이 생겨났다. 안보 구도가 대립으로 첨예화됐다. (북한군 파병은) 러시아와 북한이 단순한 군사동맹에서 혈맹으로 변화했다는 거다. 북한이 (이 동맹을 통해) 돈을 번다, 무기를 얻는다는 것보다 중요한 함의는 이거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러시아가 그동안 취해 온 입장이 변화하는 것이다. 이제 (러시아가) 북한 편을 전면적으로 들게 돼 있다."
- 군사협력을 통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기술 거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당장 금전, 식량, 에너지나 무기나 군사 기술 등이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군사 기술에는 핵 미사일 관련 기술, 전투기, 잠수함, 정찰 위성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원래 러시아는 첨단 기술을 공유하는 데 굉장히 신중한 나라였다. 그래서 핵이나 미사일 기술을 쉽게 공유하지 않을 거라 보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고 본다. 러시아는 사생결단의 전쟁을 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무기와 병력으로 지원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특수한 관계다. 러시아의 행보를 과거 문법으로 해석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 지금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러시아·북한 동맹과 파병은 탈냉전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 이후 서방 진영과 러시아 사이의 수많은 작용과 반작용에 따른 결과다. 그 사이 캠프 데이비드(지난해 한미일 정상회담)가 있었고, NCG(한미 핵협의그룹)도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무기가 필요해 북한 무기를 얻어 썼고, 그러다 보니 동맹이 돼 병사가 필요해 파병을 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진공 속에서 지금 일들이 벌어진 것처럼 말한다. 그렇게 인식하면 적절한 대처가 나올 수 없다."
- 해법을 찾는 인식이 틀렸다는 지적처럼 들린다.
"지금까지 벌어진 여러 정황들을 상호작용(interaction)의 산물이라고 이해해야 냉정한 해법이 나온다. (그런 인식 없이) '파병하면 우리도 무기 주고 대응하면 돼' 하면 근원적 해결 전략을 찾을 수 없다. 한반도 주변의 역학이 크게 변하고 있는 순간에 있다. 그리고 이 구도는 우리를 수십 년 옥죌 가능성이 크다. 그 속에 우리가 들어가고 있는 거다. 단순히 이 정부로 끝날 일이 이 아니다."
▲ 2023년 5월 28일,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바흐무트 인근 최전선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73%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위협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이 그냥 불안해하는 게 아니다. 근거가 있다. (대립 구도가) 고착화 되면 이 구도 속에서 우리는 수십 년을 버텨야 한다. 러북 동맹과 파병, 북핵 문제 해결 불가라는 여건이 우리한테 닥쳤는데 정부는 대증요법식 대처만 하고 있다.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러시아의 침략 행위에 국제 사회가 연대해 대응할 필요는 있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그 방향은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반작용이 있을 거라는 것 또한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총체적인 관점으로 생각해야 한다. 한국형 외교 좌표를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하고 갈 때까지 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려 하고, 미국 따로 중국 따로 러시아 따로 해선 해법이 안 나온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가 2년 반 동안 그렇게 했다."
- 한국형 외교 좌표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인데.
"대한민국은 분단된 채 사방에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핵과 미사일에 대처해야 하는 압도적 안보 수요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미국과 공조하는 방향으로 가되 중국과 러시아 사이 공간을 남겨두는 움직임을 캠프 데이비드 때부터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다.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가 필요하지 않겠느냐,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동맹으로 가지 않고도 무기 거래는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동맹도 되고 무기도 거래하며 심지어 파병도 가는 가장 극단적인 결과다."
- 지금이라도 우리가 외교 공간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현 정부는 어렵다고 본다. 중국을 활용하자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중국이 러북의 접근에 달가워하지 않는 점이 있는 건 맞지만, 또 하나 잊으면 안 되는 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사상 최고로 좋다는 점이다. 미국이라는 대상을 놓고 공동으로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중 관계는 역사상 최악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중국을 견인할 수 있겠냐는 거다."
- 미국 대선이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되면 특별한 변화가 없으니 새로운 국면은 없을 거고,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러 관계는 좀 변화할 여지가 있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악화된 한러 관계가 뻘쭘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해야하나.
"문제는 정부의 관성이다. 현 정부는 이념적, 네오콘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역대 보수 정부 중 가장 이념적이고 대증적이다. 그러니 모든 일을 옆, 뒤도 안 보고 한 쪽으로 간다. 동맹 강화밖에 없다. 거기서 파생하는 문제를 관리하려 하지 않는다. 우린 (주변국과) 관계를 관리해서 추구하고 가야 할 길이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 한반도의 통일. 그 모든 길을 이제 가기 어렵게 됐다. 다만 그런 네오콘적 사람들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어도 전문성이 있는 관료 집단이 완충 역할을 하면 다를 순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지난 2년 반 동안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완충재는커녕 어떤 다른 목소리도 없었다. 매번 관료들을 향해 '역할을 하시라' 해도 안 된다."
국정원 북한군 포로 심문 파견에 "나팔 불 듯 할 일 아니다"
▲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러 상황 및 정부 대응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윤석열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군 활동에 따른 단계별 지원'을 언급했다. 특히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도 북한군의 대응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거칠다. 러시아와 북한이 동맹, 군사 협력으로 안보리 결의를 난폭하게 위배하는 것에 대해 우리와 미국이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대응은 옵션이 아니다. 그러나 수위와 강도가 문제다. 거칠고 대증요법으로 큰 국면을 그르치지 말라는 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언론 발표문을 냈을 때다. 거기 표현을 보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함께 싸운다면(위 의원은 이 문장을 한 글자씩 끊어 강조하며 읽었다)' 이렇게 돼 있다. 굉장히 부적절하다. 강한 레토릭은 문제를 더 야기할 수 있다."
- 외교적 언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데.
"외교는 언어로 하는 거다. 프랑스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말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다고. 쏘아 버리는 거다. 총알이 날아간 거다. 그 뒤에는 책임이 생긴다. 심지어는 러시아와 북한 간 동맹조약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실이 한국이 어떻게 할지 말하는 것보다 '러시아가 차차 알게 되는 것도 흥미진진할 거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건 게임이 아니다. 나라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놓고 그렇게 할 순 없다."
- 이 와중에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 간 '북 폭격 심리전' 문자가 논란이 됐다.
"부적절하다. 한반도 안보 자체가 크게 변하며 굉장히 위태롭다. 세심한 행보가 필요하다. 대응 수위를 면밀히 고심하고 동맹과 어떻게 조율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건 보이지 않고 막말 아니면 이참에 위기를 조성해 국면을 전환해보자는 엉뚱한 생각이 도처에 묻어난다."
- 국정원이 우크라이나에 북한군 포로 심문 인력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 아이디어들이 마구 튀어나오는 게 불안하다는 거다. 정보는 면밀히 수집해 사려 깊게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현시적(顯示的)으로 정보를 까는, 이른바 정보몰이를 해선 안 된다. '우리가 이걸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막 터뜨린다. 물론 정보 공작 차원에서 막후에서 그런 일을 고려할 순 있다. 그러나 비밀리에 조용히 할 일이지 나팔 불듯 공개적으로 할 일은 아니다. 정보 기관의 전문성에도 의구심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다른 선진 정보기관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오히려 현실을 선동하며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반박하는데.
"그렇지 않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누구보다 먼저 (국가안보상황점검단 차원의 성명으로) 북한의 안보 위해 행동을 강력히 규탄했다. 정부가 오히려 이상하게 위기를 조성하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기도가 눈에 띄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고난도 외교 필요한 한국, 초당적 정치 필요"
▲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러 상황 및 정부 대응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저서나 명함, 의원실 문 앞에 걸린 포스터에 '한국형 외교 좌표'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한 판에 놓고 우리가 가야 할 좌표를 적절히 정해야 한다. 캠프 데이비드 때도 어디까진 가고 어디는 못 간다는 좌표가 있어야 했는데, 이미 넘어가 버렸고 계속 넘어가고 있다. 그러면 다른 곳에선 공간이 안 나온다. 그럼 다 끊고 냉전 때처럼 살아갈 수 있느냐? 살 수는 있다. 다만 냉전 때는 국민소득 100달러 시절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무역 대국이다. 우리 외교 안보를 추구할 수 있는 역량과 공간을 다 버리고 진영 구도에 매몰되는 게 바람직한 선택일까? 국민들이 그걸 원할까?
한국형 좌표가 있어야 한다. 미국과 공조하고 서방의 진영 안에 있어야 한다. 중러와 연대할 순 없다. 그러나 그 관계를 버릴 수도 없다. 그게 한국이 지닌 지정학적 운명이고 그렇기 때문에 고난도의 외교를 해야만 한다. 국민 여론 자체가 받쳐줘야 변화가 나온다."
- 어떤 여론을 말하나.
"요즘은 보수 언론에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진보를 떠나 한중 관계 파탄, 남북 관계 파탄, 북핵 위협 최고조인 지금 상황을 잘했다고 해선 안 된다. 한미일 즉 한쪽 근육은 강화돼 좋지만 다른 쪽은 마비가 됐다, 그런데 당신 건강관리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거다. 건강 관리를 잘 못한 거고, 외교를 잘못한 거다."
- 여야가 함께 결의안을 마련하자는 아이디어도 국회 차원에서 나온다.
"그런 준비를 우리도 하고는 있다. (공동결의를 위해선) 협의가 필요하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의도가 (현 국면에서) 무기 지원이나 정부 정책에 바람을 몰고 가려는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야당이 들러리를 설 수 없기 때문이다."
-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국회로 오자마자 만든 게 여야 선진외교를 위한 초당적 포럼이다. '초당'에 관심이 많다. 초당적이라는 것은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통령) 혼자 다 한다. 한국처럼 여야가 있고 진보, 보수가 갈라져 있는 사회에서 혼자만 가선 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2024년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총 통화 8041명, 응답률 12.4%)실시 . 100%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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