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여론조사', 윤석열 20대 여성↑, 홍준표 20대 남성↓조작
명씨 "젊은아들 개수 올려갖고" 녹취록 구체적 방식 확인...국힘 대선 경선 여론조사, 응답자 4배 부풀리며 여성 6배 '뻥튀기'
▲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홍준표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2021년 9월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대선 경선 예비 후보자 4차 방송토론회에서 진행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의 20대 여성 지지도를 높이고, 홍준표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방식 등으로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지난 2021년 9월 29일 미래한국연구소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와 원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해당 조사는 단순히 20대 수치를 조작한 수준을 넘어 기존 여론조사 응답자의 30%도 채 되지 않던 여성 표본(149명)이 여론조사 조작 이후 6배 이상(996명)으로 부풀려진 사실도 확인되면서 명씨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20대 남녀 지지율 조작...윤 31% vs.홍 30.4%→ 윤 33% vs. 홍 29.1%
▲ 명태균씨는 516명 데이터를 2000명으로 조작을 지시했다. 조작전후 20대 남녀의 후보 적합도 응답을 비교했다. 홍준표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는 1.1%p 하락하고, 윤석열 후보의 20대 여성 지지는 2.3%p 상승했다. (그래프에선 없음/모름/무응답 제외) ⓒ 이종호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조사하기 위해 전국 단위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 보고서에는 2021년 9월 29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 남녀 2038명을 대상(무선 임의 걸기 ARS 100%)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돼 있지만, <오마이뉴스>가 원데이터를 살펴보니 실제 응답이 완료된 샘플 수는 51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522명은 여론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임의로 만들어진 '가짜 샘플'이었다. 2038명이란 응답자 수는 원데이터보다 4배 가까이 부풀려진 수치다.
응답 완료 샘플 516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윤석열 후보 지지도는 31%, 홍준표 후보는 30.4%로 두 후보의 격차는 0.6%p였다. 하지만 가짜 샘플 1522명이 여기에 더해지자 윤석열 후보 지지도는 33%로 상승했고, 홍준표 후보는 29.1%로 하락했다.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는 기존 0.6%p에서 3.9%p까지 벌어졌다. 당시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하던 국민의힘에선 윤 후보와 홍 후보가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짜샘플을 통해 윤 후보의 경우 20대 여성 지지도가 기존 0.4%에서 2.7%로 2.3%p 올라가는 등 여성 전 연령대에서 지지도 수치 변동이 이루어졌다. 반면 홍준표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도는 3.7%에서 2.6%로 1.1%p 낮아졌다.
당시 청년층에서는 윤 후보보다 홍 후보에 대한 인기가 높았는데, 윤 후보 지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짜 샘플을 더해 윤 후보는 20대 여성 지지도를 높이고, 홍 후보는 20대 남성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목표치에 맞게 조작한 것이다.
샘플을 2038명으로 뻥튀기하면서 단순히 20대만 조작한 수준을 넘어서 30대부터 70대까지 남성과 여성 지지율을 낮추고 높이는 방식으로 전체 여론조사 수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아래 표 참고)
9월 29일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경선이 진행되던 시기로, 그 직전인 9월 15일엔 윤 후보와 홍 후보 등 국민의힘 후보 8명이 1차 컷오프를 통과했다.
9월 29일 여론조사 한 달여 뒤인 2021년 11월 5일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당시 홍준표 후보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를 10.27%p차로 이겼으나, 책임당원 투표에서 22.97%p 차로 크게 뒤져 최종 6.35%p 격차로 패배했다. (당원 투표 50%+국민 여론조사 50%)
홍준표 현 대구시장은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작된 여론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쳐 계산하지 못했다"면서 "국민일반 여론조사 10.27%(p) 이기고도 당원 투표에 진 것은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영향이 더 컸다고 보고 나는 결과에 승복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명태균씨는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를 516명에서 2000명으로 조작지시했다. 위 그래프는 조작전후 성별-연령별 윤석열, 홍준표 두 후보의 적합도 지지율 차이를 보여준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점이 조작후 데이터로, 조작후에 50대 이상 남성의 지지는 줄어들고, 50대 이하 여성의 지지는 높이는 방식으로 조작했다. 위 수치는 516명 조작전 데이터와 2038명 조작후 데이터로 최종보고서 수치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 이종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