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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환경새뜸] 공주보 담수 한 달 만에 찾아간 공주 고마나루... 보철거시민행동 동행 취재

등록|2024.10.30 16:19 수정|2024.10.30 19:21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펄밭이 된 공주보 상류를 걷고 있다. ⓒ 김병기


한 뼘 정도. 족히 20cm는 넘는듯했다. 공주보 상류 300여m 지점 펄밭에 삽으로 판 3개의 구멍. 그 밑바닥은 모래였다. 환경단체가 문제를 삼기 전에 백제문화제 때문에 한 달여 담수한 기간에 쌓인 펄의 깊이를 누군가가 가늠한 흔적이다. 공주시가 그토록 자랑해 온 국가 명승지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걷기 힘들 정도로 푹푹 빠지는 늪지대로 변했다.

"악취가 심하죠? 이게 다 공주시와 환경부가 한 짓입니다."

지난 25일, 이곳을 조사한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집행위원)의 말이다. 공주시는 백제문화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9월 22일부터 공주보 수문을 닫았다. 행사 때 띄울 유등과 부교 등을 설치하려면 수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보철거시민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공주시를 항의방문하기도 했지만, 환경부는 공주시의 담수 요청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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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수 한 달 만에... 백사장 위 20cm 쌓인 펄에서 악취

▲ 공주보 수문이 개방된 뒤 고마나루는 펄밭으로 변했다. ⓒ 김병기

▲ 고마나루 펄밭의 두께를 측정하려고 누군가가 파놓은 구멍 ⓒ 김병기


공주보의 수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한 건 지난 10월 6일 백제문화제가 끝난 뒤인 15일부터였다. 한국수자원공사 금강보관리단은 백제문화제가 종료됐기에 단계적으로 수위를 내리겠다면서 1주에 2m씩 수문을 개방하겠다고 공지했다.

수문 개방 열흘 뒤인 이날 찾아간 고마나루는 백제문화제 때보다 수위가 4m 남짓 내려간 상태였다. 하지만 담수 이전에 드러나 있던 고운 모래톱은 펄로 뒤덮여 썩어가고 있었다. 장화를 신고 들어갔는데 발목 이상 펄 속에 잠겨서 제대로 걸음을 뗄 수 없었다. 곳곳에 찍혀있는 수달과 고라니 발자국이 군데군데 뭉개져 있는 건, 펄속에 빠져 힘겹게 지나간 야생동물의 흔적이다.

우선 이곳은 2006년에 지정된 국가 명승지이다. 국가유산청의 국가문화유산 포털 홈페이지에는 "고마나루는 백제 역사의 중심에 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금강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450여 주의 솔밭이 금강과 연미산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는, 역사 문화적·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경승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의 전신인 문화재청은 고마나루 소개글에 아래와 같은 사진도 올려놓았다.

▲ 국가유산청의 전신인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있는 고마나루 사진. ⓒ 문화재청


2018년, 공주보 수문을 전면 개방하고 3년 뒤인 2021년에 찍은 항공사진이다. 4대강 사업으로 공주보가 생기기 전보다 백사장 면적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지만, 수문개방 이후 되살아난 모래사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날 찾아간 고마나루의 모래톱은 펄밭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래 사진이다.

▲ 펄밭으로 변한 공주 고마나루 ⓒ 김병기

▲ 고마나루 펄밭에 난 발자국 ⓒ 김병기


위에서 보면 식별이 잘 안되지만, 가까이 다가서니 백사장이 드러났던 그곳이 완전히 펄로 뒤덮여 있었다. 담수 기간을 감안하면 매일 1cm 가량의 펄이 차곡차곡 바닥에 쌓인 것이다.

이경호 처장은 "담수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악취가 매우 심각하고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발이 푹푹 빠지는 험악한 지경이 됐다"면서 "유속이 정체돼 부유물이 쌓인 상태에서 물을 빼니 바닥이 썩어가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백사장을 전제로 지정한 명승지를 공주시가 망쳐놓았다"고 개탄했다.

"매년 약속 어긴 공주시... 사람과 야생의 터전 망쳤다"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펄밭으로 변한 고마나루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김병기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주시가 참여한 '금강 보 운영민관협의체'는 2018년부터 수문을 연 상태에서 문화제를 진행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 다음해에도 같은 내용을 약속했고, 2021년에는 환경부도 "공주시가 또 백제문화제 준비를 위해 수문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하였는데, 지난 해 요청을 수용할 때도 내년에는 공주보 수문이 개방된 상태로 행사 계획을 수립하라고 했는데, 또 내려달라고 하니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처장은 "이곳은 공주시민들이 산책하면서 쉬기도 하는 휴식공간이자, 매년 물떼새들이 날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야생 생물의 서식 공간이기도 하다"면서 "공주시는 사람과 야생이 공존하는 터전을 망쳐놓았고, 공주보 담수를 허가한 환경부는 생태 파괴에 동조하면서 존재가치를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문 담수 전후 한 달여 기간 이곳 상황을 톺아보자면 이렇다. 백제문화제에 사용될 유등 조형물이 지난 9월 20, 21일 이틀 동안 내린 비로 인한 급물살을 버티지 못하고 휩쓸려 갔다. 행사 때 사용하려고 강을 가로질러 만들었던 부교(배다리)도 뜯겨나갔다. 세금 1억 원을 투입해 만든 다리였다.

이런 피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제70회 백제문화제를 위해 공주시가 설치한 유등과 부교, 황포돛배 등이 올해도 어김없이 강우에 쓸려 내려갔다"라면서 "2022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3번째 반복되고 있다, '대백제전'으로 치러진 2023년에도 475척의 황포돛배와 160여 점의 유등을 설치했지만, 강우로 인해 대부분 유실됐다"고 성토한 바 있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 설치물 유실... 백제문화이음길 산책로도 잠겨

▲ 백제문화제 때 사용하려던 부교가 모두 떠내려갔다. ⓒ 김병기


다음날인 22일부터 공주보 담수가 시작됐다. 사고 현장에서 하류 200~300m 지점에 있는 '백제문화이음길' 산책로도 잠겼다. 공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총사업비 95억 원(국비47.5억 원, 시비 47.5억 원)을 들여 '백제문화이음길조성'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공주시는 65억 원(국비 26억)을 투입해 무령왕릉에서 정지산을 아우르는 약 1km의 미연결 구간에 달하는 둘레길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중 일부가 물에 잠긴 것이다.

보철거시민행동은 이 산책로가 물에 잠기기 직전인 9월 1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공주보 담수로 수위가 조금만 올라도 새로 지은 데크가 잠겨버리는데, 공주시의 공주보 담수 요청은 이중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침수될 것을 알면서도 데크를 만들었다면 직무 유기이고, 모르고 만들었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수문 닫고 5일 만에 녹조 창궐... 돈 받고 부교 건너게 한 공주시

▲ 2024년 9월 28일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공주 공산성 앞 금강에 녹조가 창궐해 있다. ⓒ 김병기


또 다른 문제도 발생했다. 백제문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찾아간 신관공원 앞 금강에는 녹조가 창궐했다. 수문을 담수한 뒤 불과 5일만이다. 최근에도 일부 언론과 인사들은 4대강 보와 녹조 발생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보를 개방했을 때는 이곳에 녹조가 끼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공주시는 뜯겨나간 부교 자리에 또다시 부교를 세운 뒤 백제문화제 기간 시민들이 돈을 내고 그 다리를 건너게 했다.

이 처장은 "당시 행사장 바로 앞인 금강교 앞에서 뜬 녹조를 육안으로만 봐도 대발생 수준인 50만 셀을 넘긴 것 같다"면서 "청산가리 6600배의 독성을 가진 녹조의 마이크로시스틴은 콧속으로 들어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독인데, 버젓이 돈을 받고 시민들이 그 다리를 건너게 한 공주시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 당시 녹조 물을 채수하고 에어로졸 검사를 해서 연구진에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조만간 국가 명승지를 망쳐놓은 최원철 공주시장에게 시궁창 펄을 전달하면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면서 "4대강 보를 또다시 틀어막고 있는 윤석열 환경부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원철 공주시장은 지난 10월 2일 보철거시민행동 활동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제 임기 동안에는 백제문화제 기간에 공주보 담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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