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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재개' 노리는 페퍼, 외국인 교체 '승부수'

[여자배구] 29일 전체 1순위 외인 자비치 대신 프리카노 영입한 페퍼저축은행

등록|2024.10.30 09:32 수정|2024.10.30 09:32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개막 3연승을 내달렸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3-25,27-25,25-20,25-15)로 승리했다. 첫 세트를 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흥국생명은 2세트에서 듀스 접전 끝에 역전승을 거둔 후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기분 좋은 승점 3점을 적립했다.

흥국생명은 투트쿠 부르주가 블로킹 5개를 포함해 24득점을 기록했고 김연경이 20득점,2세트 교체로 투입된 김다은이 57.14%의 공격성공률로 12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반면에 이날 경기를 앞두고 외국인 선수를 바르바라 자비치에서 테일러 프리카노로 교체한 페퍼저축은행은 이날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를 치렀음에도 첫 세트를 따내며 선전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양날의 검', 외국인 선수 중도교체

▲ 전체 1순위 외국인 선수 자비치는 단 2경기 만에 V리그를 떠나게 됐다. ⓒ 한국배구연맹


물론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외국인 선수와 시즌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기량 미달이나 부상 등의 이유로 외국인 선수를 중도에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칠 경우 미련을 두고 교체를 망설이는 구단도 있고 과감하게 교체를 단행하는 구단도 있는데 꽤 높은 확률로 과감한 교체를 하는 구단이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2022-2023 시즌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출신의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 요비치의 아쉬운 활약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결국 카타리나가 우승을 노리는 팀의 외국인 선수로 부족하다고 판단한 도로공사는 해를 넘기자마자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하던 V리그 유경험자 캐서린 벨을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그리고 캣벨은 도로공사를 우승으로 이끌며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2008-2009 시즌 챔프전 준우승을 기록한 GS칼텍스 KIXX는 2009-2010 시즌 외국인 선수 이브의 부진으로 최하위에 허덕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GS칼텍스는 2010년1월 외국인 선수를 미국 출신의 데스티니 후커로 교체했고 GS칼텍스는 데스티니 가세 후 파죽의 14연승을 내달렸다. 비록 챔프전 우승은 놓쳤지만 다소 위험하다고 평가 받았던 데스티니 영입은 GS칼텍스의 탁월한 선택이 됐다.

반면에 2022-2023 시즌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지난 시즌의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교체를 망설이다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현대건설은 2022-2023 시즌 야스민 베다르트(시고르타 샵)의 부상 공백이 길어졌음에도 교체를 망설이다 시즌 후반 뒤늦게 이보네 몬타뇨를 영입했다. 하지만 몬타뇨의 기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에서 도로공사에게 연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지난 시즌의 흥국생명 역시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아쉬운 기량과 함께 경기에 임하는 태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흥국생명 구단은 과감한 교체를 결정하지 못하다가 5라운드 시작을 앞두고 윌로우 존슨을 영입했다. 결국 존슨이 V리그에 적응할 시간은 10경기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흥국생명은 챔프전에서 현대건설에게 패하며 두 시즌 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2경기 만에 자비치 대신 프리카노 영입

▲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를 프리카노로 교체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세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외국인 선수는 한 번도 중도에 교체를 한 적이 없었다. 물론 2022-2023 시즌에 활약했던 니아 리드가 시즌 후반 대마 성분이 함유된 '대마젤리'를 소지했던 사건으로 잔여 경기 출전 정지를 당하며 시즌을 마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리드는 이미 리그에서 33경기를 소화했고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교체 없이 국내 선수로 잔여 경기를 치렀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 출신의 야스민과 함께 했던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5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크로아티아 국가대표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자비치를 지명했다. 하지만 컵대회부터 31%의 공격성공률로 아쉬움을 남겼던 자비치는 V리그 개막 후에도 2경기에서 44.12%의 성공률로 34득점을 기록하며 1순위 외국인 선수 다운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어깨부상으로 완전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던 자비치를 조기에 교체하기로 결정했고 29일 190cm의 신장을 가진 미국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테일러 프리카노를 영입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을 졸업한 후 체코와 스위스,프랑스,루마니아 리그 등에서 활약했던 프리카노는 작년과 올해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지만 V리그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프리카노는 페퍼저축은행 입단이 확정된 후 "한국에 올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수준 높은 한국 리그를 존경하고 리그 일원이 되는 것을 매우 고대하고 있다. AI페퍼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팀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29일 한국에 입국한 프리카노는 비자 발급 등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경기에 투입될 예정이다.

물론 프리카노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못했던 선수인 만큼 엄청난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박정아와 이한비 등 토종 공격수들이 왼쪽, 아시아쿼터 장위가 중앙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 만큼 프리카노가 오른쪽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페퍼저축은행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새 외국인 선수를 통해 잠시 주춤했던 돌풍을 다시 일으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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