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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꿈틀리 인생학교, 공교육으로 들어왔으면

양지혜 감독의 <괜찮아, 앨리스>를 보고 든 생각들

등록|2024.10.30 15:41 수정|2024.10.30 15:41

괜찮아 앨리스 부천CGV 시사회(왼쪽부터) 장새미 부천지역활동가, 오연호 대표, 양지혜 감독, 고경일 풍자화가 상명대교수 ⓒ 김은진


29일 부천 CGV에서 <괜찮아, 앨리스> 시사회가 열렸다. 인천 강화도에 있는 '꿈틀리 인생학교'의 8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이 학교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에서 착안하여 설립하였다고 한다.

성적과 외모 등 아이들을 괴롭히는 평가들

영화 초반에 시험과 입시 부담 속에서 답답해 하는 학생들이 등장한다. 시험 불안, 섭식장애, 친구나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해 고민하는 아이들은 학업보다는 자신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카메라는 다양한 이유로 꿈틀리 인생학교를 찾아온 학생들의 생활을 따라간다.

저녁 시간인 듯, 은은한 백열등이 비친 강당에 학생들이 모여 있다. 독서 토론을 하면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를 말하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에 의해 외모를 평가받아서 자신감이 사라지고 위축됐던 경험과 공부를 잘해야만 인정을 받는 것 같아서 힘들었던 경험을 얘기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눈물을 보였다.

어느 사회나 어느 분야나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타고난 능력이나 여건이 다른데 누구나 똑같이 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 좌절로 이어지면 문제가 될 것이다.

제일 잘난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길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학교에서 하루 종일 공부하는 것도 부족해서 집에 돌아와서도 인강으로 공부하거나 학원으로 향한다. 공부 양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소리다. 이렇게 공부를 해도 모두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절망하게 된다. 희망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생기는 것 같다. 비록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 행복한 인생을 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청소년기에 자기 탐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 중반에 용접하는 학생, 연극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 모내기 체험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학생들은 즐거운 체험도 해보고 힘든 경험도 해보고 있었다.

일반 학교생활(공교육)에서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몰입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생이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문학에 몰입하고 연기나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그 분야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국영수는 물론 과학, 사회, 미술, 음악, 체육까지 다 잘해야 되는 만능 인간이 되어야 하니 학생들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몰입의 시간을 갖도록 그리고 창의적인 성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입시 시스템도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틀리의 가치관, 가정과 공교육 시스템으로 들어오길

꿈틀리 학교가 시작된 지 8년이 되었고 이 학교는 매년 적자 운영과 학년 인구의 감소 등으로 휴교를 하게 된다고 한다.

외부의 상황도 좋지 않지만 부모인 내가 봤을 때는 꿈틀리 학교의 가장 아쉬운 점은 기숙 학교다 보니 가정 교육과 연계가 약해 보였다. 저녁 시간 아이가 독서 토론하다가 울었으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위로 받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눈물을 닦고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과 산책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식구들과 함께 치킨을 시켜 놓고 축구 경기나 영화를 보았다면 어땠을까. 우리 아이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다.

어릴 때부터 업어서 키우고 추억과 끈끈함으로 뭉쳐진 관계다. 그러니 기숙 학교 보다는 저녁에는 가족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더 좋을 듯하다.

그리고 학교 밖에서 학생들은 또래 친구들이 많이 그리울 것이다. 그러니 꿈틀리 학교의 다양한 시도가 공교육에서 일정 부분 접목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각 지역에 용접이나 미용, 연기 등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어디에나 있다.

배울 수 있다면 공교육과 연계해서 얼마든지 배우고 대신 이것이 학점과 연결되어 이런 활동이 방황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지 않길 바란다. 가장 진지한 자기 탐색의 시간이자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니 말이다.

영화가 끝나고 오연호 대표는 이제 충북 지역에 꿈틀리 학교가 공교육으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그리고 각 시도에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객들 모두 크게 환호했고 필자도 부모로서 응원의 박수가 절로 나왔다.

양지혜 감독의 영화 <괜찮아, 앨리스>는 수능 전날(11월 13일) 전국 상영관에서 개봉된다고 한다. 꿈틀리 인생학교의 좋은 가치를 알리고 사회적으로 더 공감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아이들이 바라고 행복한 학교가 점점 늘어나 희망의 잔잔한 물결로 학생도 부모와 사회도 모두 다 "괜찮아"졌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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