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오세훈·조전혁 대공약 컨트롤"
오세훈 복심 강철원 전 부시장과 만남 언급... 오세훈 측 "만나기만 하면 개입이냐?"
▲ 지난 10월 1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명태균씨와 관련된 질의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후보는 자기 유권자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대공약이 있어야 돼요. (그래서) 내가 오세훈 컨트롤하고, 조전혁 후보한테 팁 줬잖아요."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가 지난 10월 18일 창원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2시간 가량 대화하던 중 한 말이다. 그러더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전혁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겠단 취지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상대방은 "그럼요", "세 번이나 얘기했다" 등의 답으로 명씨의 말에 동조했다.
<오마이뉴스>는 명씨와 통화 상대방 대화를 검증하기 위해 통화 중 명씨가 거론한 오 시장·조 전 후보 모두와 가까운 인물을 접촉했다. 이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명씨의 말을 강하게 부인했다. 다만 '오 시장 측이 명씨를 만나 여론조사 관련 대화를 나눈 적은 있다'고 밝혔다.
명태균, 오세훈 복심 언급하며 "대가리 안 돌아가"
▲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지난 10월 16일 오후 11시 5분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를 찾아 패배를 인정하는 발표를 하고 있다. ⓒ 소중한
명씨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주머니에서 돈을 안 내도 공감이 형성되고 지지를 올려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면 되는 게 선거"라며 돌연 '조 후보 측에 자신의 조언을 전달했다'는 보수쪽 인사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후보는 명씨와 A씨가 통화하기 이틀 전인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아래는 통화 내용 일부다.
명씨 : "후보는 자기 유권자, 모든 사람이 해당되는 대공약이 있어야 돼요. 그런데 그 사람(조전혁)이 얘기하는 건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타파거든요."
A씨 : "맞아요."
명씨 : "서울 시민 유권자가 거의 800만 명 가까이 될 텐데 전교조에 해당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또 그 중 전교조를 반대하는 사람이 몇 프로나 되겠어요? 모든 서울시민이 다 찍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공약이 있어야 돼요."
A씨 : "그렇지."
명씨 : "그때 말씀하시길 내가 팁을 줬잖아. 그 공약을 했으면 이겼을 텐데."
A씨 : "제가 그래서 세 번이나 얘기를 했는데."
명씨는 상대방과의 통화에서 돌연 대화 주제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바꿨다. 명씨는 그동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오세훈 당시 후보를 당선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고 안철수 후보와의 (보수진영) 단일화 전략 등을 세웠다'고 주장해왔다.
이어지는 통화 내용이다.
명씨 : "내가 2021년 2월 오세훈 시장(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을 보고 이 사람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니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통해서 오세훈을 컨트롤했잖아. 김 전 위원장이 컨트롤한 거 그게 제가 한 거잖아요. 그거를 다 보셨잖아요."
A씨 : "그럼요. 시장님하고 저기하고 얘기했고, 다음에 강철원씨하고 연결이 돼 있었잖아요?"
명씨 : "맞아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했던 강철원씨가 대가리가 안 돌아가가지고, 저하고 김종인 위원장하고 같이 만나지 않으셨어요?"
A씨 : "저도 갔었죠."
명씨 : "몇 번 갔어요?"
A씨 : "한 두세 번 될 걸요?"
통화 종료 후 명씨는 기자에게 "나는 당신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했다"며 "안 그러면 보수가 2020년 4.15 총선(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개박살이 났는데 정권을 가져오고 이준석과 오세훈이라는 사람이 10년 만에 나올 수 있었겠나"라고 강조했다.
명태균이 만났다는 강철원 전 서울시부시장... 만남 증언은 엇갈려
▲ 서울시청 국정감사지난 10월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뉴스>는 오 시장 측근이자 조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명씨가 통화에서 언급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이들은 명씨 역할은 부인했으나, '강 전 부시장이 명씨와 만나 여론조사 관련 대화를 나눴는지' 여부에 대해선 설명이 엇갈렸다.
송 전 부시장은 지난 10월 24일 통화에서 "저는 명씨를 아는 바 없고, 캠프나 조 후보에게 어떤 조언을 했는지 그 내용을 전혀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명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안철수 단일화를 위해 (개입)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했나"라며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오세훈·안철수 단일화에 반대했는데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명씨가 오 시장과의 만남을 얘기하며 강 전 부시장을 거론했다'는 기자의 말에 "강 전 부시장이 (명씨와)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강 전 부시장이) 얘기를 나눴고 '(명씨가) 여론조사를 한다고' 해 실질적인 로(RAW) 데이터를 받아봤는데 형편 없어서 싸웠다더라"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뭐라고 언급했는지 모르지만 만나기만 하면 다 개입인가"라며 "결론적으로 (명씨의 말이) 수용된 게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로 알려진 명씨는 2022년 5월 30일 직원 강혜경씨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선거, 서울에 한 번 1000개 (여론조사를) 돌려보세요. 1000개 바로 해서 바로 오늘 달라고 하네. 사모님(김 여사)이 이야기해서 궁금하대요"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송 전 부시장이 명씨와 만난 인물로 언급한 강 전 부시장은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2000년 국회의원에 당선한 오 시장의 보좌관으로 시작해 지난 6월까지 정무부시장을 맡았으며 '복심'으로 꼽힌다.
강 전 부시장은 지난 10월 30일 전화 통화에서 "명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영선 전 의원이 오 시장에게 뵙자고 얘기하면서 그때 동반한 사람"이라면서 "제 기억으로는 단둘이 만난 적 없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명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은 내가 만들었는데 오세훈은 모를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나"라며 "그 이야기는 자신이 이거저거 (역할)한 게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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