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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이주노동자 10명 중 2명 문단속도 못하는 숙소서 산다

이주노동자지원단체, 실태조사 결과 발표... 화장실 남녀 구분 없이 사용 39.4%

등록|2024.10.30 17:21 수정|2024.10.30 17:21

▲ 이주노동자 주거 실태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창문이 없는 숙소 42%' '성별분리 없는 숙소 33.3%;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종은기자) ⓒ 충북인뉴스


충북 이주노동자들 주거실태 조사 결과, 다수가 냉난방시설은 고사하고 창문과 방충망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성별 미분리 및 잠금장치 설치 미비 숙소도 많아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충북 이주노동단체와 노동단체는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14일부터 2주간 진행한 '충북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실태를 지적하며 "정부는 이주노동자 확대 정책을 펼치지만,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권리 보장 정책은 전무하다"라며 "이주노동자를 도구로만 활용하는 '권리 없는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태조사 결과, 화장실 및 목욕 시설 현황에 화장실이 있는 숙소 거주자가 91.7%로 나머지 8.3%는 화장실이 없는 숙소에 거주하고 있었다. 화장실 미설치 숙소 중 용변을 땅에 묻어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2%). 화장실이 설치돼 있더라도 남녀 구분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39.4%, 잠금장치가 없는 화장실은 29.8%에 달했다.

목욕시설 또한 36%가 잠금장치 미설치 혹은 고장 상태였고, 42.9%는 남녀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숙소 상태 인식 결과를 종합하면 ▲햇빛이 충분히 들지 않고(42.6%) ▲방충망이 없어 모기나 벌레가 자유롭게 드나들고(47.2%) ▲환기시설 미비로 환기조차 어려웠다(41.9%).

또한 ▲음용수가 없거나 부족해 편히 물을 마실 수 없으며(35.4%) ▲주방이 없거나 취사 시설이 부족해 편히 음식을 해먹을 수조차 없었다(33.7%).

또한 응답자의 18.7%가 숙소 잠금장치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침실 잠금장치에 대해선 21.8%가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의한 침실 면적 및 거주인원 보장, 침실 및 목욕시설 등 잠금장치 설치와 성별분리 규정 등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정부 지침에 따른 표준근로계약서상 숙식비 기재, 공제동의서 작성 사항 등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도·감독이 요구된다.

안건수 이주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비닐하우스에 거적을 씌워두고 창고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며 "충북도는 이주노동자에게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 비정규직없는충북운동본부 김국배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충북인뉴스


"기본권 포기 강요하는 고용허가제 폐지해야"

이들 단체는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주거·노동 환경에도 이직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고용허가제'가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김국배 비정규직없는충북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허가 없인 직장을 옮길 수도 없다. 직장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한 강제노동에 시달린다"며 "정부가 이제는 권역 내 이전 제한을 둬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를 법률 개정도 없이 동의서 하나로 실시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려면 '기본권을 포기한다'는 동의를 받는 비인도적 행위"라고 꼬집었다.

고은영 충북외국인이주노동자지원센터 소장은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경제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는 경제의 주체라는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이주민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부당한 대우에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충북의 이주노동자 공적 지원 인프라가 전무하다. 진천군의 경우 인구 대비 이주노동자가 전국 4위에 달할 정도로 많지만 관련 조례조차 없다"며 "이주노동자들의 고충을 상담하기 위한 센터나 지원예산이 없어, 민간·시민단체 등이 이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공적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충북도에 ▲상담콜센터 및 의료통역 등 통역체계 마련 ▲노동조건 개선 ▲산재 예방 및 상병수당 도입 ▲이주노동자 보호 조례 제정 등 이주노동정책 요구서를 전달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이주노동자인권센터, 충북외국인이주노동자지원센터, 소피아외국인센터 등 이주노동자 지원단체가 진행했다. 2주간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13개국 104명 이주노동자가 참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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