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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 차릴 때 유동규가 현금 1500만원 줬다"

대장동 공판에서 나온 새로운 증언... 11월 김용 공판 '변수' 되나

등록|2024.11.01 12:22 수정|2024.11.01 12:2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일(각각 11월 15일과 25일)이 다가오면서, 대장동 의혹과 맞물려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자금 항소심 공판 역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2심 재판부는 11월 28일을 변론 종결 기일로 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부원장에 대한 1심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2013년 설과 추석 명절에 각각 1000만 원, 그리고 2014년 4월 경 1억 원을 받았다는 검찰 기소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2013년 4월 경 7000만 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동규는 3억 원을 남욱으로부터 받아 피고인(김용), 정진상과 자신이 나눠 쓸 의도였다는 것인 바, 그 경위나 7000만 원 수수 과정 등에 관하여 유동규와 남욱은 진술의 주요 부분이 대부분 일치하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음." (2023년 11월 30일, 서울중앙지법 판결 설명자료)

유동규의 3억 원짜리 차용증

▲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자료사진) ⓒ 권우성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받은 3억원 중 7000만원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과 1심 재판부의 판단인데, 김 전 부원장 측은 이에 대해 여전히 강하게 부인하면서 유 전 본부장이 자기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유 전 본부장과 철거업자 강아무개씨 사이의 '3억원짜리 차용증'이다.

"유동규 증언에 따르면 본인이 술값이 쌓여서 철거업자가 4000만 원 내지 6000만 원의 술값을 갚아주었는데 정진상이 철거공사를 주지 못하게 되어서 채무 변제에 시달렸다는 것입니다... (중략) 유동규의 술값을 대납한 철거업자 강○○는 또 다른 고철업자에게 돈을 빌려왔고, 유동규가 철거공사를 주지 못하자 그 돈도 갚으라고 한 것인데 이에 3억 원의 차용증이 작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8월 14일자 김 전 부원장 변호인 의견서 중)

유 전 본부장의 3억원 채무는 대장동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남욱 변호사와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진술에도 나온다. 다음은 2021년 10월 18일 남 변호사의 피의자신문조서 내용.

문 : "유동규가 3억 원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답 : "다른 업자에게 3억 원을 빌렸는데, 그것을 갚지 않으면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정민용 전 실장의 자술서 역시 같은 내용이다.

"이건 제가 유동규 사장으로부터도 몇 차례 들은 이야기인데, 2012년인가 2013년인가, 유동규 사장이 업자들로부터 돈 3억 원을 빌린 후 못 갚고 있어서 본인이 문제가 될 위기에 놓여 있었는데, 이에 유동규 사장이 남욱 변호사를 불러 3억을 좀 해 줄 수 있느냐고 요구를 했고, 그 후 남욱 변호사와 정○○, 정영학이 돈을 모아 3억을 본인에게 해 주어서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2021년 10월 18일)

"성남시설공단에 깡패 찾아왔나?"... 유동규 "협박은 없었다"

▲ 남욱 변호사가 2023년 3월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같은 남 변호사의 진술과 정 전 실장의 자술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 수사 내용 일부다. "문재인 정부 검찰팀에 진술한 내용은 의미가 없다(10월 29일 대장동 공판)"는 것이 유 전 본부장의 현재 입장이지만, 철거업자 강씨와의 채무 관계는 유 전 본부장 본인도 인정한 내용이다. 2023년 9월 19일 정진상 전 비서실장 공판 당시 유 전 본부장의 증언.

변호사 : "철거업자 또는 고철업자가, 증인의 말에 의하면 고철업자 같은데, 부른 깡패가 당시 증인이 근무하던 성남시설공단에 찾아와 행패를 부린 사실이 있지요."

유동규 : "행패를 부린 적은 없고요."

변호사 : "찾아온 사실은 있지요."

유동규 : "있습니다."

변호사 : "찾아와서 그 자리에서 협박을 했나요."

유동규 : "아니요. 협박하고 그런 적은 없습니다. 아무튼 제 사무실에 온 적은 있습니다, 고철업자가."

다만 유 전 본부장은 해당 채무를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 처분 대금으로 변제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3억원과는 무관하다는 것인데, 김 전 부원장 측은 이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할 사실 관계가 여럿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유 전 본부장이 ▲아파트 처분 당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는 2억 3700만 원이었는데, ▲해당 아파트에는 2억 원 가까이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고 ▲아파트 매도 후 반전세로 이사한 곳의 임대보증금이 1억 4000만 원이었기에 유 전 본부장의 자체적이 채무 변제 행위가 실제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김 전 부원장 측은 당시 유 전 본부장이 대출을 받은 금융기록이 없다는 사실들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식집 차릴 때 유동규가 현금 1500만 원 줬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의 '씀씀이'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공판 증언과 검찰 진술서를 근거로 유 전 본부장이 A술집의 경우 때때로 100만 원∼300만 원씩 현금으로 결제를 해줬고, B술집 여종업원에게는 1000만 원을 주기도 했다고 변호인 의견서에 밝히고 있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의 급여가 약 500만 원으로 월세를 제외한 가족 생활비 여분이 370만 원 정도였고 맞벌이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씀씀이의 출처가 남 변호사가 아니었겠냐는 주장이다.

김 전 부원장 측이 남 변호사의 검찰 진술을 '소환'하는 것도 그래서다.

"2013년 이후 유동규의 씀씀이는 더욱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남욱의 2021. 10. 18. 자 피의자신문조서(52면, 72면)에 따르면 유동규는 남욱에게 '항상 맡겨놓은 것처럼 돈을 요구했고' 이에 남욱은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남욱은 검찰조사(2022. 10. 13 피의자신문조서 34면)에서 2014. 12.까지 유동규에게 매달 1000만 원 이상 갔다고 진술하였고..." (김 전 부원장 변호인 의견서 중)

그런데 최근 대장동 공판 과정에서 이와 관련 있는 새로운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9월 27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C술집의 전직 실장이 자신이 새로 일식집을 개업할 때 유 전 본부장에게 현금 1500 만원을 받았다고 증언한 내용이다.

변호사 : "증인, 일식당 개업할 때 유동규가 1500만 원 도와줬다고 했다. 현금으로 줬나."

증인 : "네."

변호사 : "오만원 짜리 현금이었나?"

증인 : "네."

변호사 : "유동규가 어렵게 대출받아 마련했다고 했는데, 유동규의 말이었나."

증인 : "네. 농협 종이봉투에 담아, 띠가 있는 걸로."

이 증인이 일식집을 차린 것은 2014년 11월 경으로, "2014년 12월까지 유동규에게 매달 1000만 원 이상 갔다"는 남 변호사의 진술과도 연결되는 시점이다.

11월 '공판정국'의 변수

▲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따라서 1500만원을 유 전 본부장이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향후 김 전 부원장 공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돈을 유 전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일관된 김 전 부원장 측 입장이기 때문이다.

"유동규가 당시 남욱에게 돈을 요구하였던 상황, 당시 남욱·유동규·정영학 간의 대화 녹취록에 나타난 내용, 그 당시 유동규가 철거업자에게 채무변제의 압박을 받고 있던 정황, 유동규의 개인적인 재무상태와 씀씀이 등 제반 사정으로 볼 때 2013. 4. 2. 유동규가 남욱에게 받은 7000만 원이 사실은 피고인에게 전달되지 않고 유동규가 자기 채무변제 등에 소비하였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 의견서 중)

이와 같은 주장은 정 전 비서실장 공판은 물론 대장동 공판과도 맞물리는 내용이다. 대장동 공판 과정에서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최초 금품을 요구할 때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나중에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 형님들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고 말했다"면서 "높은 분은 정진상 전 비서실장과 김 전 부원장으로 알고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대장동 공판은 물론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비서실장 공판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 전 부원장의 7000만원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2심 재판부 판단은 그래서 11월 '공판 정국'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다. 남 변호사 증언의 신뢰성과도 직접적으로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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