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16년간 과자 팔다가 책방 사장 된 사연
[인터뷰] 경기 파주 헤이리 북카페 주인장 '쑬딴' 서종오
가을하늘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던 지난 27일 일요일 오전 11시,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끝자락에 자리잡은 북카페에서 '쑬딴(술탄)' 서종오님을 만났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그는 L제과의 수출매니저로 'Sultan'이란 예명을 쓰며 중동, 아프리카에서 16년 동안 과자를 팔러 다녔다.
대기업의 조직원으로 지내는 건 장단점이 분명했다. 다소 답답한 미래가 눈 앞에 그려지자 그는 2019년에 과감하게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회사는 떠났지만 '쑬딴'이란 예명은 북카페의 상호와 저자의 필명으로 남았다. 북카페를 지키는 책방 견(犬)의 이름도 '탄이' 다.
아랍어 쓰는 북카페 사장, 독일 간 이유
책방과 출판을 겸하는 그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도서박람회에서 참가하고 인터뷰 3일 전인 10월 24일에 귀국했다.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는 '쑬딴'은 개(犬)와 술(酒)을 사랑한다. 그의 북카페에서 만나 책방을 하게 된 배경,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북카페를 오픈하셨는데,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셨는지요?
"북카페를 운영하게 된 건 꼭 책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퇴사를 결심하고 딱히 할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과 출신에 대학에서 언어 전공을 한 40대 남자는 한국 사회에서 할 만 한게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적어보니 책, 사람, 술이었고 공통점을 찾다보니 '책방에서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면 되겠다',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일을 시작하는 건 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입니다. 그런 결정을 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출근해서 마주치는 한 부장의 모습을 보니, 내가 10년 뒤에 저 모습이겠구나 싶어서 아주 무섭더라고요. 내가 과자만 팔려고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닐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다른 인생을 찾아보려고 그만두었습니다."
- 첫 번째 책 <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으실 텐데, 첫 책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퇴사하고 막 책방을 시작했을 때, 우연찮게 블로그에서 '출간' 기회를 준다는 글을 봤습니다. 조건은 천만원 내고 글쓰고 출간하고 출간 조건으로 펀딩해서 달성하면 5백만원 돌려준다는 조건이었는데, 이 기회에 책을 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 글을 쓰면서 내용에 '매년 책을 내겠다'라고 한 게 화근이었죠.(웃음)
그 덕에 매년 책을 내고, 이제 5권째 책을 내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게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첫 책은 고맙게도 아직도 분기마다 적지만 인세를 줍니다. 아직도 팔린다는 이야기지요. 그 덕분에 책방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과 인연도 많이 쌓았고요. 저한테 조언 들으러 오신 분도 꽤 되고, 정말로 책방 오픈 하신 분들도 많고요. 책으로 만들어진 인연인데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인터뷰집인 <오늘 같은날 헤이리>의 첫 번째 꼭지는 헤이리에서 책방하면서 만난 진상들입니다. 북카페를 찾은 손님 중 기억에 남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면?
"친구 아홉보다 적 한 명이 힘들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결국 진상 몇 명이 모든걸 상쇄 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제 블로그 보고 일부러 찾아와서 책방에서 와인 마시면서 친해진 친구는 지금도 절친으로 지냅니다. 회사 인간관계가 끊기면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듯이, 그렇게 새로운 친구들이 계속 생기는 거 같습니다. 처음 와보곤 분위기가 좋다더니 아직도 단골로 오시는 손님도 계시고요."
책방의 신이 되고 싶었으나, 매운 맛만 봤다
- 두 번째 책 <개와술>은 주제와 제목이 심플하면서 오묘한 느낌을 줍니다. 간단한 책소개 부탁드립니다.
"2022년 낸 <개와술>은 제가 쓰고 제가 출간한 첫 책으로 아주 애정이 많은 책입니다. 내용은 제가 회사 다닐 때, 업무가 해외영업이라 외국에 다니고 두바이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현지에서 여행 출장 다니면서 현지에서 마신 술,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소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100% 사실인 거죠. 제가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술은 결국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술 마시고 사고친(?) 이야기를 엮어 봤어요."
- 특별히 좋아하는 술이 있으신지요? 한국 음주문화에 대해 한 마디 해주세요.
"와인과 막걸리를 좋아하고, 식당에서는 '소맥'을 즐깁니다. 요즘은 소주가 편합니다. 한국 음주문화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많이 마시기는 하는 것 같아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술에 관대한 편이기도 하고요. 절제하면서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면 좋은데 그건 저도 잘 못하는거라.(웃음)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을, 편안한 사람들과 즐기는 자리가 저는 매우 좋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기 위해서 돈을 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아요."
- 유튜브도 하시는 걸로 압니다. 주인장님의 라이프 스타일을 '자유롭고 창의적인 퍼스널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불러도 될까요? 라이프 스타일을 정의해 주세요.
"멋진 표현이네요. 자유롭긴 한 거 같습니다. 먹고 살 걱정이 있지만, 그건 어차피 무엇을 하고 살든지 누구나 해야하는 고민인 거 같고요. 제 것을 제가 원하는 때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런 삶을 꿈꾸지만 아무나 그렇게 살 순 없지요. 많은 것들을 원하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먹고 살 정도의 돈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문구로 제 스타일을 대신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님의 묘비에 적힌 글인데요. 이것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 북카페의 댕댕이 '탄이'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건가요?
"우리 탄이는 제가 퇴사하면서 책방 계획하면서 입양해 왔습니다. 당시에는 강아지에 대해 아예 아는 것이 없었어요. 10여년 전에 블로그에 쓴 글에 후에 언젠가 카페를 하게 되면 큰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하겠다고 적었더군요. 저한테 올 운명이었던 거 같아요. 카페와 함께 커서 책방도 5년차, 탄이도 5살이 넘었죠. 탄이 보러 많이 오세요."
- 2023년 8월에 출간된 '돈 걱정 없이 책방으로 먹고 사는 법'에서 주인장님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방출하셨습니다. 또 다른 책을 기획하고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10월 말 이제 막 출간한 책이 <책방의 신(辛)>이라는 책입니다. 책방의 신(神)이 되고 싶었으나 책방의 '매운 맛'만 본 책방지기의 고군분투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방 만으로는 운영이 잘 안되어, 매우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저는 책방, 출판사, DMZ해설사, 마포FM 라디오 진행, 유튜브 크리에이터, 작가 등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하죠. 소위 '책방'에 대한 로망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치열한 생존게임입니다. 그런 면도 간과하지 않고 매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대기업의 조직원으로 지내는 건 장단점이 분명했다. 다소 답답한 미래가 눈 앞에 그려지자 그는 2019년에 과감하게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회사는 떠났지만 '쑬딴'이란 예명은 북카페의 상호와 저자의 필명으로 남았다. 북카페를 지키는 책방 견(犬)의 이름도 '탄이' 다.
책방과 출판을 겸하는 그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도서박람회에서 참가하고 인터뷰 3일 전인 10월 24일에 귀국했다.
▲ 술딴스북카페 주인장 서종오님 ⓒ 최문섭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는 '쑬딴'은 개(犬)와 술(酒)을 사랑한다. 그의 북카페에서 만나 책방을 하게 된 배경,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북카페를 오픈하셨는데,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셨는지요?
"북카페를 운영하게 된 건 꼭 책을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퇴사를 결심하고 딱히 할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과 출신에 대학에서 언어 전공을 한 40대 남자는 한국 사회에서 할 만 한게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적어보니 책, 사람, 술이었고 공통점을 찾다보니 '책방에서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면 되겠다',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일을 시작하는 건 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입니다. 그런 결정을 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출근해서 마주치는 한 부장의 모습을 보니, 내가 10년 뒤에 저 모습이겠구나 싶어서 아주 무섭더라고요. 내가 과자만 팔려고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닐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다른 인생을 찾아보려고 그만두었습니다."
▲ 책과 굿즈가 어우러진 아늑한 북카페 내부. ⓒ 최문섭
- 첫 번째 책 <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으실 텐데, 첫 책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퇴사하고 막 책방을 시작했을 때, 우연찮게 블로그에서 '출간' 기회를 준다는 글을 봤습니다. 조건은 천만원 내고 글쓰고 출간하고 출간 조건으로 펀딩해서 달성하면 5백만원 돌려준다는 조건이었는데, 이 기회에 책을 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 글을 쓰면서 내용에 '매년 책을 내겠다'라고 한 게 화근이었죠.(웃음)
그 덕에 매년 책을 내고, 이제 5권째 책을 내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게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첫 책은 고맙게도 아직도 분기마다 적지만 인세를 줍니다. 아직도 팔린다는 이야기지요. 그 덕분에 책방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과 인연도 많이 쌓았고요. 저한테 조언 들으러 오신 분도 꽤 되고, 정말로 책방 오픈 하신 분들도 많고요. 책으로 만들어진 인연인데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인터뷰집인 <오늘 같은날 헤이리>의 첫 번째 꼭지는 헤이리에서 책방하면서 만난 진상들입니다. 북카페를 찾은 손님 중 기억에 남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면?
"친구 아홉보다 적 한 명이 힘들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결국 진상 몇 명이 모든걸 상쇄 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제 블로그 보고 일부러 찾아와서 책방에서 와인 마시면서 친해진 친구는 지금도 절친으로 지냅니다. 회사 인간관계가 끊기면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듯이, 그렇게 새로운 친구들이 계속 생기는 거 같습니다. 처음 와보곤 분위기가 좋다더니 아직도 단골로 오시는 손님도 계시고요."
책방의 신이 되고 싶었으나, 매운 맛만 봤다
▲ 쑬딴스북에서 펴낸 개와술오마이뉴스 독자에게 '낭만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전하는 메세지. ⓒ 최문섭
- 두 번째 책 <개와술>은 주제와 제목이 심플하면서 오묘한 느낌을 줍니다. 간단한 책소개 부탁드립니다.
"2022년 낸 <개와술>은 제가 쓰고 제가 출간한 첫 책으로 아주 애정이 많은 책입니다. 내용은 제가 회사 다닐 때, 업무가 해외영업이라 외국에 다니고 두바이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현지에서 여행 출장 다니면서 현지에서 마신 술, 또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소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100% 사실인 거죠. 제가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술은 결국 사람을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술 마시고 사고친(?) 이야기를 엮어 봤어요."
- 특별히 좋아하는 술이 있으신지요? 한국 음주문화에 대해 한 마디 해주세요.
"와인과 막걸리를 좋아하고, 식당에서는 '소맥'을 즐깁니다. 요즘은 소주가 편합니다. 한국 음주문화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많이 마시기는 하는 것 같아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술에 관대한 편이기도 하고요. 절제하면서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면 좋은데 그건 저도 잘 못하는거라.(웃음)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을, 편안한 사람들과 즐기는 자리가 저는 매우 좋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기 위해서 돈을 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아요."
- 유튜브도 하시는 걸로 압니다. 주인장님의 라이프 스타일을 '자유롭고 창의적인 퍼스널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불러도 될까요? 라이프 스타일을 정의해 주세요.
"멋진 표현이네요. 자유롭긴 한 거 같습니다. 먹고 살 걱정이 있지만, 그건 어차피 무엇을 하고 살든지 누구나 해야하는 고민인 거 같고요. 제 것을 제가 원하는 때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산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런 삶을 꿈꾸지만 아무나 그렇게 살 순 없지요. 많은 것들을 원하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먹고 살 정도의 돈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 매우 행복한 일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문구로 제 스타일을 대신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님의 묘비에 적힌 글인데요. 이것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 독일 도서박람회2024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 참가한 쑬딴스북 ⓒ 쑬딴스북
- 북카페의 댕댕이 '탄이'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건가요?
"우리 탄이는 제가 퇴사하면서 책방 계획하면서 입양해 왔습니다. 당시에는 강아지에 대해 아예 아는 것이 없었어요. 10여년 전에 블로그에 쓴 글에 후에 언젠가 카페를 하게 되면 큰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하겠다고 적었더군요. 저한테 올 운명이었던 거 같아요. 카페와 함께 커서 책방도 5년차, 탄이도 5살이 넘었죠. 탄이 보러 많이 오세요."
- 2023년 8월에 출간된 '돈 걱정 없이 책방으로 먹고 사는 법'에서 주인장님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방출하셨습니다. 또 다른 책을 기획하고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10월 말 이제 막 출간한 책이 <책방의 신(辛)>이라는 책입니다. 책방의 신(神)이 되고 싶었으나 책방의 '매운 맛'만 본 책방지기의 고군분투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방 만으로는 운영이 잘 안되어, 매우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저는 책방, 출판사, DMZ해설사, 마포FM 라디오 진행, 유튜브 크리에이터, 작가 등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하죠. 소위 '책방'에 대한 로망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치열한 생존게임입니다. 그런 면도 간과하지 않고 매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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