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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초상화 비튼 작품에 전시실 폐쇄? "특정인 비방, 부적절"

'올해의 청년작가전', 홍준표 대구시장과 노중기 대구미술관장 사진 나오자 전시실 폐쇄

등록|2024.10.31 16:14 수정|2024.10.31 19:59

▲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31일부터 전시 예정이었던 안윤기 작가의 작품. 홍준표 대구시장 초상화와 홍 시장의 초상화를 그린 노중기 대구미술관장의 사진이 들어간 영상물을 바꾸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시를 불허했다. ⓒ 조정훈


대구시 산하기관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이 '2024 올해의 청년작가전'에 참가한 한 작가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해당 작가의 전시실을 폐쇄하고 개막식도 열지 않기로 해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대구시는 31일부터 12월 14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올해의 청년작가전'을 연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개막식도 열 계획이었다.

청년작가전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지난 1998년부터 매년 예술적 독창성과 잠재력을 지닌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그들의 작품 세계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행사이다. 청년작가전은 대구시의 예산을 받아 진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구시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공모를 통해 김규호, 박소라, 안윤기, 우미란, 이원기 등 5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올해 초 선정된 이들 작가는 작품을 제작해 이날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전시실에서 전시하기로 하고 지난 30일 작품을 설치했다.

대구시는 5명의 작가를 설명하면서 안윤기 작가에 대해 "셀럽, 공인, 혹은 인플루언서를 통해 소비되는 라이프스타일과 규범을 자연적이면서도 비자연적인 스펙터클로 변형한다"고 설명했다.

또 "청년이라는 호칭은 단순한 연령을 넘어 시대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 참여한 청년 작가들의 작업은 일종의 실험실과 같다"고 추켜세웠다.

"뉴스에 공개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

▲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제5전시실. 안윤기 작가의 작품에 홍준표 시장의 사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31일부터 전시될 예정이었던 작품이 전시실 폐쇄로 전시되지 못했다. ⓒ 조정훈


하지만 전시를 하루 앞둔 지난 30일 안 작가의 영상작품에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가 들어갔다며 교체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31일 일찍 전시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폐쇄해 버렸다. 다른 작가들의 전시실은 정상적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안윤기 작가는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와 홍 시장의 초상화를 그린 노중기 미술관장의 프로필 사진 영상을 설치하고 관객이 사진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웹캠 등으로 구성된 작품을 설치했다.

안 작가는 "셀피(셀카)를 찍고 기념하는 형태는 본인을 신화화하는 방법"이라며 "그 힘이 갖는 다이내믹, 그리고 그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제목은 '언내츄럴 스펙터클(Unnatural Spectacle·비정상적인 광경)'"이라며 "초상화라는 게 기념하기 위한 형태로 기본적으로 정면을 그린다. 그 정면성의 방향을 비틀고 싶어서 이런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혜원 문화예술기획자가 안 작가의 작품을 보고 쓴 2차 창작물도 전시됐다. 연씨는 "안윤기의 작업은 위로부터의 스펙터클을 실패시키기 위해 기존 스펙터클을 재구성하여 재배치하는 작업"이라며 "한 초상화는 과거에 전시되었던 초상화를 찍은 것이며 또 다른 인물의 사진은 그 초상화를 전시함으로써 가능해진 권력"이라고 설명했다.

연 기획자는 2차 창작물에 대해 '노중기 관장이 왜 홍준표 시장의 초상화를 바꾸어 걸었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노중기 관장도 홍준표 시장과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는 데서 시민으로서 의구심을 채워나가는 과정으로,온라인에 공개된 뉴스들에 있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고 했다.

"작가가 시장 비방하는 글을 써, 부적절하다는 판단"

▲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31일부터 12월 4일까지 청년작가 5인전이 열린다. ⓒ 조정훈


그렇지만 대구문화예술회관은 홍 시장 초상화와 노 관장의 사진이 들어간 작품은 부적절하다며 안 작가에게 작품 변경을 요구했고 작가가 창작물이라며 바꾸지 않겠다고 하자 안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4전시실을 폐쇄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기획팀 담당자는 전시실 폐쇄 이유에 대해 "다른 작가들은 작품을 설치하기 전 미리 이미지를 줬는데 안윤기 작가는 안 준 상태에서 영상을 설치했다"며 "작가가 시장을 비방하는 찌라시 같은 글을 써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전시실을 폐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판단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관계자들이 모여 의논했다"며 "대구시에서도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에서 시민들을 위해 전시회를 하는데 공익성이 있어야 전시가 된다. 공공기관에서 특정인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전시를 하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안 작가와 연 기획자는 작품 전시실 폐쇄와 전시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국가기관의 예술 검열 금지, 예술의 자유의 침해 금지, 예술지원사업의 차별금지 등에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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