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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이틀 전까지 행사장, 속이 곪았다"... GD의 가슴 아픈 고백

[리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지드래곤 편

등록|2024.10.31 18:06 수정|2024.10.31 18:06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갈무리 ⓒ tvN


"7년 만의 컴백인데 무료했던 일상들을 해소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 때문에 예전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재미가 있지 않을까. 2026년이면 빅뱅이 데뷔 20주년이다. 얼마 전에 태양의 무대를 보니까 저만 잘하면 20주년에 뭐라도 하지 않을까 싶더라. 빅뱅이 아니면 언제 또 20주년을 맞겠나. 빅뱅이라는 그룹은 계획이 있다."

7년 만에 솔로앨범으로 돌아온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 아래 지디)이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밝혔다.

3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지디가 출연해 공백기 동안의 심경과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전했다.

그는 "오랜만의 컴백이다 보니 저를 모르는 새로운 세대도 있을 수 있으니까, 부담을 넘어서 기대가 된다"면서 "기다리던 용의 해(2024년 갑진년, 지디는 1988년 용띠)가 됐고, 지금 안 나오면 뱀이 되니까(2025년 을사년), 그래서 나오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디지털 싱글로 선보이는 신곡 '파워'에 대해선 "저한테 '힘'이란 음악이다. 제가 제3자의 입장에서 7년의 공백기를 바라봤는데, 요즘은 '미디어의 힘'이 크니까 그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저와 미디어와는 중간 지점에서 다양한 힘을 융화시킬 수 있다는,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최근 빅뱅 동료이자 절친인 태양의 콘서트 무대에 깜짝 등장해 'GOOD BOY'로 합동무대를 연출한 장면이 화제가 됐다. 지디는 당시 무대가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즉흥적인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약속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 태양은 저와 오랜 친구다 보니까 저를 잘 다룬다. 태양이 '왔는데 뭐 안 올라와? 안 올라오면 말고' 하며 성질을 긁더라"라며 미소를 지은 그는 "오랜만의 무대라 저는 멋있게 나가고 싶었는데 그 친구들(태양, 대성)이 저를 아기 다루듯 오버액션을 해서 당황했다"고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저 가수예요' 할 수 있는 사람 될 수 있느냐가 인생 목표였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갈무리 ⓒ tvN


유년 시절 '꼬마 룰라'로 방송을 타며 유명세를 얻었던 지디는 유명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5년간 첫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SM 선배님들을 보니까 저와는 결이 많이 다르더라. 저도 거기에서 해야 할 것을 못 찾다보니까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그때는 연습생이라는 개념도 없어서 알아서 자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SM에서의 불안한 미래에 회의를 느낀 지디는 랩이라도 배워보자는 심경으로 2001년 13세의 나이에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해 '내 나이 열셋'이라는 곡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 곡은 지디가 YG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되는 계기로 이어져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지디는 데뷔 전 연습생 시절부터 이미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연습생 생활을 병행하면서도 우수한 학업 성적을 유지한 일화는 유명하다. 또한 연습생 시절에는 친구 태양과 함께 소속사 대선배들의 수발을 일일이 들어가며 형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몰래 먹던 올챙이 시절을 방송에서 재연해 웃음을 자아냈다.

데뷔 전 출연해 빅뱅의 데뷔 과정과 경쟁을 담은 MTV 코리아 <리얼다큐 빅뱅>은 오늘날 아이돌 다큐멘터리의 시초로 꼽힌다. 당시 "무릎 하나 깨진다고 생각하고 춤추라"며 멤버들을 강하게 독려하던 지디의 어록도 화제였다.

과거의 명장면을 돌아본 지디는 "그때는 철이 없었다. 살살 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무서운 소리였다"며 "그때는 진짜 서바이벌이었으니까. 저도 몇년을 했든 탈락이면 집에 그냥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독기가 꽉 차 있었던 애였다. 그때 당시는 죽냐 마냐 했던 느낌이었다. 리더로서 어떻게든 끌고 가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었다"면서 "데뷔고 인기고 신경쓰는 걸 떠나서, 어디서든 '저 가수예요'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느냐가 인생 목표의 전부였다"고 고백했다.

치열한 관문을 뚫고 데뷔한 빅뱅은 그야말로 팀명처럼 가요계를 흔들어놓았다. 특히 지디 손으로 쏟아내는 곡들마다 차트 빅뱅을 일으키며 신드롬의 중심에 섰다.

지디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지 싶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또 할 수 있을까. 컴백하는 지금 시점을 생각해봐도 똑같다. 운도 좋았고 열심히도 했지만, 원석처럼 각자 음을 내는 친구들이 옆에 있었다. 팅팅팅 치면 음이 되는 느낌이었고 쭈루루룩 곡이 됐다"고 회상했다.

지디의 명곡들은 그의 자전적인 사연과 감성을 담으며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디는 "곡에서 제 목소리를 들으면 캡처된 사진처럼 그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삐딱하게'를 발표했을 때는 당시 뮤비에 나온 모습이 제 일상 같았다. 그때는 화가 많았다. 한창 인기도 많고 좋을 때였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공허한 상태였다.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한 반항심이 섞인 무드였다"고 털어놓았다.

"삶이 현실의 트루먼쇼 아닌가 싶었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갈무리 ⓒ tvN


누구나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한번쯤 오기 마련이다. 지디는 음악 밖에는 에너지를 분출할 다른 창구가 없었다고. 그는 "한창 활동 중에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풀 방법이 없으니까, 그럴 때 펜을 들면 마법처럼 생생하게 감정이 느끼는 대로 음악이 손끝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지디의 첫 솔로곡 '디스 러브'는 마룬5의 원곡을 편곡해 20분도 안돼 완성했다. 지디는 "창작을 즐기는 방법을 따로 알지는 못했다. 그냥 할 줄 아는 게 노래 만드는 것밖에 없었다. 제게 음악이란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지디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음악들이 수백곡이나 쌓여있다고.

지디는 인기 아이돌로서만 아니라, 패셔니스타로도 유명하다. 지디가 입은 옷과 악세서리는 '지디템'으로 불리며 곧바로 완판될 만큼 젊은 세대에 큰 유행을 일으켰다. 2016년에는 아시아 남성 최초로 패션 브랜드 샤넬 하우스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한때 지디는 '삐딱하게'를 준비하면서 앨범을 그만 낼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고. 그는 "그때 아직 서른이 안됐을 때였다. 제 인생을 돌아보니까 '권지용'으로 산 게 4-5년밖에 되지 않더라. 나머지는 20년 넘게 연습생과 지디로 살아왔는데 제가 누군지 모르겠더라"며 고민의 순간을 털어놓았다.

이어 "사랑을 받고 모자란게 하나도 없는데 '내가 행복한가? 행복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팬들이 환호해주지만, 무대 밖 일상에서는 작업실을 떠난 적이 없다. 어디를 갈지도 몰랐고, 나가봤자 아는 사람도 없고, 작업실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니까 세상이 여기인 거다"라고 돌아봤다. 지디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트루먼쇼>를 떠올리며 '어쩌면 자신의 삶이 현실의 트루먼쇼가 아닌가'라는 고민까지 들었다고.

그는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구하거나 기대기가 되게 어려운 시기였다. 남들이 듣기엔 배부른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테니까. 다시 돌아가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이 없는데 속이 곪았다고 해야 하나. 끝까지 일만 했으니까. 입대 이틀 전까지도 행사장이었다. 월드투어를 할 때는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여기 어디야'였다. 눈 뜨면 다른 나라로 넘어와 있었다. 정신이 멀쩡하기가 힘들었다. 너무 오랜 시간 같은 환경에서 지내면서 혼란스러웠던 때였다."

지디가 자신의 본명을 제목으로 담은 앨범 '권지용' 속 곡들에는 지디로서가 아닌 그야말로 '인간 권지용'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는 "집에 있는 어릴 적 사진첩은 언제 봐도 재미있지 않나. 빅뱅의 다른 히트곡들은 저도 들어본 지 오래된 것 같은데, '권지용' 앨범은 제게 노래가 아닌 이야기로 들린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음악을 다시 하고 싶어서 돌아왔다"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화면 갈무리 ⓒ tvN


내적 방황의 시기를 거치고 안정을 찾은 지디는 "지금은 그 또한 지나가서 머릿속이 정리가 됐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경험을 했던 거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얼굴도 인상도 말투도 바뀐 게 있을 거다. 날카로운 모습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의 일상에 대해 지디는 "예전과 반대가 됐다. 요즘은 (지디가 아니라) 너무 지용이로 살아서, 지디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컴백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기분 좋게 스텝을 맞춰가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지디는 "20대에 비해 세월이 흐르다보니까, 좋은 의미로 저 자신을 가볍게 놨다. 그래서 기분은 항상 지금 바람처럼 선선하다.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적당하다"며 현재가 주는 안정감에 만족해했다.

데뷔 이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가지 소문의 중심에 있어야 했던 지디는 "반평생 넘게 화려하게 살다보니 저의 문제가 아닌 상황들이 계속 벌어지는데, 답을 못찾은 상태에서 코너로 계속 몰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때는 궁지에 몰려서 모든 게 압박하는 것 같았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 위험한 일들을 생각할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오로지 내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한편으로 2024년 현재의 지디는 "그런 고비들을 예전처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는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해서 문제였던 거 같다. 지금은 진다. 그냥 뭘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한결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지디는 "명상하고, 다도도 하고. 안정적이다. 생활 패턴은 개판이지만, 저만의 패턴이 생긴 게 좋다"면서 "오늘도 촬영 끝나면 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고양이들이랑 소파에 누워서 오늘 '유 퀴즈 나왔다'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할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지디는 오랜만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며 "잘되고 말고를 떠나서 컴백을 잘하고 싶다. 새로운 앨범을 내야 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다시 하고 싶어서 돌아왔다. 7년의 공백기 동안 '권지용'이 그리웠다면, 지금은 가수 '지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어서 컴백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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