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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 펄' 공주시장실 전달... "사퇴하십시오"

[환경새뜸] 보철거시민행동, 국가 명승 고마나루 펄밭 만든 공주시 규탄 기자회견

등록|2024.10.31 18:03 수정|2024.10.31 21:22

▲ 보철거시민행동은 고마나루에서 퍼낸 펄과 모래를 공주시장실에 잔달했다. ⓒ 보철거시민행동



- 김병기의 환경새뜸 현장 생중계

펄 반, 녹조 반이었다.

31일, 공주보 수문이 완전히 열리기 직전에 상공에서 바라본 금강의 모습은 처참했다. 11월이 코앞인데, 녹조가 창궐했다. 또 금은 모래사장이었던 고마나루 백사장은 온통 새까만 펄로 뒤덮여 악취가 진동했다. 환경단체들은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펄을 삽으로 파서 병에 담은 뒤 최원철 공주시장실에 직접 전달했다.

이날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은 발목까지 빠지는 펄밭 한가운데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백제문화제 때 유등과 부교 등을 띄운다는 명목으로 공주보 수문을 닫았던 공주시와 시의 요청을 받아들인 환경부를 규탄한 뒤 최원철 시장 사퇴를 비롯한 책임자 처벌과 원상회복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 악취 뻘밭으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공주시가 망쳐놨다 https://omn.kr/2arcy

공주보 담수 한달만에 펄밭된 국가 명승... "죽음의 백제문화제 중단"

▲ 보철거시민행동은 31일 공주 고마나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보철거시민행동


백제문화제는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진행됐다. 공주시는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유등과 부교를 띄울 수위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환경부에 공주보 담수를 요청했다. 환경부는 이를 받아들여 9월 22일부터 수문을 닫았고, 지난 10월 6일부터 단계적으로 열기 시작해서 이날 오후 2시경에 완전 개방했다. 고마나루 모래사장에는 펄이 25~30cm 두께로 쌓여있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이곳 고마나루는 백사장이 아름다워서 국가명승으로 지정됐고, 시민들이 강수욕을 하거나 맨발로 걷던 곳인데, 지금은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는 진창이 되어버렸다"면서 "명승지를 훼손하면 징역 5년에 벌금 5천만원까지 내어야 하는데, 공주시와 환경부가 6년 째 이런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실장의 말처럼 문화재보호법 제35조 제1항 1호 및 동법 시행령 제21조의2 제1항 3호 라목에 의하면, 국가지정문화재 보호구역 안에서 수량에 변경을 가져오는 행위는 국가유산청장의 현상변경허가를 얻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문화재보호법 제99조 제1항 1호에 해당하여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보철거시민행동 문성호 공동대표(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혈세를 쏟아 부어서 치른 백제문화제는 유구한 백제 역사문화를 빛낸 것이 아니라 금강과 공산성에 사는 생명들을 오히려 수장시키거나 거리로 쫓아내 죽음으로 내몰았다"면서 "환경부와 공주시의 반생태적 행태가 해마다 백제문화제를 죽음의 문화재로 만드는 주범"이라고 성토했다.

"악취 펄밭 만든 책임은 최원철 공주시장에게 있다"

▲ 고마나루에서 삽으로 펄을 담는 보철거시민행동. ⓒ 보철거시민행동


이어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단 9일간의 축제를 위한 결과가 지금 여러분이 서있는 악취 펄밭"이라면서 "산소도 공급되지 않고 생물도 살 수 없는 썩은 흙을 만든 책임은 최원철 시장에게 있고, 우리는 그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말했다.

유진수 금강유역 환경회의 사무처장도 마이크를 들고 "공주보 수문을 개방한 2018년부터 공주시는 매년 수문을 닫고 백제문화제를 개최해왔는데, 공주보 민관협의체와 금강수계 보호 민관협의체에서는 2018년도에만 수문을 닫는 조건으로 협의를 했다"면서 "2019년도부터는 수문을 개방한 상태에서 백제문화제를 연출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공주시의 관계자가 직접 회의 때 발언한 회의록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매년 이 약속을 어기고 수문을 닫아왔다"고 성토했다.

유 처장은 이어 "지난 7월에 이곳에 왔을 때에는 눈이 부시게 하얀 백사장이 펼쳐져있었는데, 수문 담수 한 달만에 이곳에선 악취가 펄펄 풍기는 대참사가 발생했다"면서 "공주시는 백제문화제를 통해 찬란했던 백제 문화의 고유성들을 제대로 녹여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데 급급한 전시성 행사 등으로 국가 명승을 죽이고 예산만 낭비하는 행사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든 책임 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최원철 시장... 책임져라"

▲ 문성호 보철거시민행동 공동대표가 고마나루에서 퍼온 펄과 모래를 공주시장실에 전달하고 있다. ⓒ 보철거시민행동


이들은 이날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대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마나루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누리집에서 고마나루를 '백제 역사의 중심에 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금강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450여주의 솔밭이 금강과 연미산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는, 역사 문화적·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경승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금강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은 악취나는 펄에 뒤덮여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들은 또 지난 10월 2일 최원철 시장을 직접 만나 면담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당시 최원철 시장은 민관합의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을 뿐 아니라, 공주보 담수 문화제 추진 시 불법 사항, 또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행정적, 경제적 책임을 모두 지겠다고 호언장담했다"면서 그 뒤의 상황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수문을 닫은 지 3일 만에 금강에는 녹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백제문화제가 시작하면서 수많은 인파들이 녹조 핀 금강으로 입장했다. 또한, 지난 2023년에 이어 올해에도 가을 강우에 의해 공산성과 연결된 부교와 유등이 모조리 떠내려갔다.

뿐만 아니라 65억을 들여 건설중이던 백제문화이음길은 개시도 못하고 금강에 수몰됐다. 또, 정안천 합수부 인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흰수마자의 서식지마저 훼손됐다. 축제가 끝나고 수문을 개방하자 국가 명승 고마나루도 펄밭으로 뒤덮였다. 가히 '죽음의 문화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최원철 시장은 시민들을 녹조 독성의 위험으로 내몰았을 뿐 아니라, 시민혈세로 만든 시설물들을 강에 쓰레기로 버렸다"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를 훼손했으며, 급기야 공주 시민들의 자랑인 국가 명승 고마나루도 망가뜨린 최원철 시장은 이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내려와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원철 공주시장은 백제문화제 공주보 담수로 발생한 모든 문제에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하라. △환경부는 고마나루를 원상회복하라. △국가유산청은 고마나루 훼손 경위를 명명백백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을 요구했다.

이날 고마나루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보철거시민행동은 펄과 그 밑에서 파낸 모래를 각각 큰 병에 담아서 공주시를 방문, 최원철 시장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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