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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너무 경솔하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등록|2024.11.01 09:50 수정|2024.11.01 09:54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한국을 향해 도와달라고 압박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파병과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10월 30일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 2024년 10월 16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의회 베르호브나 라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 지원하고 파병도 했다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북한군 파병이라는 건 엄중한 뉴스입니다. 그거 외에도 지금 한반도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상황 변화가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과 연계해 긴장감 갖고 주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일부에서 현재 북한군 파병을 놓고 불안감 조성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이건 과민 대응이라고 봐요."

- 왜요?
"현재 제기되는 보도나 소문 중에는 선전 선동, 조작, 가짜 뉴스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냉정함을 유지하지 않으면 오판할 수 있습니다. 냉철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 예를 들면 뭔가요?
"당장 거짓말과 진실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몇 가지 조작의 징후는 존재합니다. 우크라이나 뉴스 매체가 10월 초에 북한군이 이미 전투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어요. 근데 우리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10월 8일 이후 23일까지 3천 명이 두 차례로 나눠 러시아 동부 지역으로 갔다는 거잖아요. 우크라이나 매체가 한 1~2주일 전에 보도한 내용이 이후에 현실로 됐단 말이죠. 우크라이나가 처음 한 보도가 진실이 아니거나 진실의 일부만 반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도 내용에 대한 평가의 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군 3천 명이 동부로 갔다거나 전투 지역에 투입됐다고 말하는데, 이런 게 엄중한 상황이지만 임박한 위험은 아니에요. 우리에게 긍정적인 요소도 있어요."

- 우리에게 긍정적인 요소라면 러시아에 파병했기 때문에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건가요?
"첫 번째로 그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죠. 러시아에 특수전 정예 병력을 파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부대가 외국으로 가면 남한에 대한 침공 준비는 후순위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직접적인 위협이나 물리적인 위협 차원에서 보면 위협이 감소한 거예요.

또 하나는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우리 군 당국의 기초 임무라는 점에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북한군 정예부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면 우리가 북한군의 동향이나 역량을 파악할 기회가 많아집니다. 당연히 우리에게 유리한 요소입니다.

다만 이번 상황이 모두 긍정적이고 손뼉칠 일은 아니에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적인 요소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에 쏠려 무조건 손뼉 치거나 무조건 큰일 났다면서 흥분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 한국 정부 대표단 단장인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오른쪽)이 10월 28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 도착한 모습. 대표단은 이날 나토 북대서양이사회(NAC) 회의에 참석해 북한 파병 정보를 브리핑할 예정이다. 왼쪽은 유정현 주나토(벨기에·EU 겸임) 대사. ⓒ 연합뉴스


- 혹시 정부가 이걸 북풍 몰이에 이용할 수도 있나요?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는 걸 우리 정부가 조작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북풍 몰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언론에 노출하는 과정을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민감한 정보를 성급하게 발표하고 노출되는 정보의 규모나 민감성도 이례적으로 대폭적입니다. 이런 상황에 주목하면 이번 사태를 국내 정치 차원, 특히 이슈 체인지, 여론 전환에 활용한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아까 우크라이나가 왜곡·과장 보도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뭘까요?
"기본적으로 전쟁이 나면 전쟁 당사국은 자국에 유리한 국면 만들기 위해 심리전을 합니다. 심리전에는 다양한 거짓 선전·선동이 포함됩니다. 우크라이나나 러시아가 심리전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야 하고, 상당 부분 조작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냉정하게 현재 상황이 어떤지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우선 우크라이나를 보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조건 휴전을 압박할 것이란 예상이 많습니다. 그러면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에서 종결해야 합니다. 그러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내에서 엄청난 반발에 직면합니다. 그러므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미국과 서방 국가의 지원을 최대한 받아내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군 파병 뉴스는 크게 도움이 됩니다."

- 그럼, 미국은 이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미국 민주당은 꺼림직한 것 같은데.
"미국의 의견은 하나가 아닙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는 상태로 전쟁이 끝나는 것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전쟁이 너무나 길어지고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휴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시도한 게 전쟁의 발단이 됐으니, 잘못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것입니다. 거기에다 전쟁이 너무 길어지니까 이 상태에서 무조건 전쟁을 끝내야 하고 우크라이나는 상실한 땅을 포기한 상태로 휴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젤렌스키 대통령은 절박한 상황이 된 거죠."

"러시아를 적국으로 돌리 셈인가"

▲ 평화통일시민행동 이진호 대표가 10월 30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수요평화촛불에서 ‘교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가 러시아를 적국으로 만들 셈인가?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절대 안돼!’ 피켓을 들고 있다. ⓒ 평화통일시민행동


- 왜 북한은 파병을 결정했을까요? 파병 처음 하는 거로 아는데.
"북한은 1960년대 중반 이후 베트남에 파병한 적이 있어요. 다만 비공개로 했고, 소규모였어요. 공군 조종사 외에 심리전 담당자들도 보냈는데, 베트남에서 미군 도와주던 한국군에 대해 심리전 전개한 적이 있어요. 이후에도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군사 고문단을 파견한 적이 있습니다. 이집트에는 공군 조종사가 파견된 적이 있습니다. 특수전 부대는 처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보면 북한군 자격이 아니라 용병으로 파견된다는 정보가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러시아 군복을 입고 러시아 군대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지요.

파병이든 용병이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상황은 일단 러시아 요청이 주요 이유일 수 있고,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두 가지가 겹쳤을 겁니다. 러시아가 강하게 요청하면서 좋은 제안을 했고, 북한은 푸틴 대통령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필요하고, 북러 관계를 강화하고 또 거기서 나오는 금전적 이득, 마지막으로 전쟁 수행 경험 축적 등을 기대하고 결단을 내렸다고 분석할 수 있어요."

- 러시아가 북한에 좋은 제안을 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요?
"용병으로 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 말은 용병으로 가서 돈을 벌어온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용병으로 갔느냐 안 갔느냐가 중요합니다. 군대가 정식으로 가면 그것은 북한의 군사 작전이어서 다른 방식으로 돈을 받겠지만, 용병으로 가면 군인들이 개별적으로 월급을 받게 됩니다."

- 무기나 핵 개발 기술 같은 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을까요?
"가능성 있죠. 그러니까 우리가 민감하게 보는 거고요. 그렇게 됐을 때 우리 남과 북의 군사 전략적인 관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거죠.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부담이 있으니까 이게 민감한 것입니다. 그렇게 안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합니다."

- 북한의 파병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 미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안보를 위협한다고 했는데.
"북한 병력이 러시아로 이동한 건 사실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이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는 것도 유보해야 해요. 명확하지 않아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 등을 이미 언급했죠. 경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연 안보를 위협하는 것인지 아니면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지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하거든요. 안보를 위협하는 부분이 있긴 있어요. 북한이 실전 경험 축적하는 것은 우리에게 불편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실전 경험 쌓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한반도와 우크라이나 지역은 전쟁터 자체가 너무 달라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와 전쟁한 경험 때문에 남북 간에 전쟁이 벌어질 때 북한에 더 유리하다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 관계가 심화해요. 그렇게 됐을 때 러시아가 대한민국의 명백한 적대국이 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군사적 균형, 전략적 균형이 깨지는 거예요. 현재로서는 대한민국의 명백한 적대국은 북한 하나밖에 없어요. 그것조차도 진보 진영 정권에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적대국으로만 규정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현재 우리의 적대국이 아닙니다. 우리와 경제적으로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경제·문화·사회적으로 협력하고 정치적·외교적으로도 협력하는 우호국 관계입니다. 그런데 미국 못지않은 군사 강대국인 러시아가 명백하게 우리 적대국이 되면 경제 협력 또 문화적·외교적 협력이 어렵고, 이것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엄청난 손실입니다. "

▲ 군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에게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피해를 입히고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 의원은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신 실장에게 보냈고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 ⓒ 이데일리 제공


-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라는 문자를 보내 논란이 일었는데 어떻게 보세요?
"아주 불쾌하고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지구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비참하게 생각하는 전쟁이에요. 가능한 조기에 종식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게 인간으로서의 기본 자세입니다. 그런데 문자 내용을 보면 전쟁을 확대하는 방안입니다. 전쟁 확대를 언급하는 것은 인간의 기초적인 자격에 미달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불쾌합니다.

북한군에 피해를 줘 대북 심리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어리석은 생각이에요. 북한군을 찍어서 치명적인 타격 주는 것이 2년 반 이상 지루하게 이어지는 전쟁 상황에서 의도대로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또 기대한 대로 북한군 진지를 파괴하고 대북 심리전으로 사용하면 북한 사람들이 겁을 먹고 북한을 탈출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한에 대한 적개심이 커질 것입니다. 남북 관계가 더 악화하고 한반도 평화 관리 비용은 훨씬 더 커질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대내외적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민감한 중대 사태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북한군 파병 문제는 군사·기술적으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데 우리가 오히려 북한군의 동향을 관찰할 수 있어서 긍정적 요소도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와 한국이 적대 국가로 공식화 되면 우리 군사 대비 태세가 굉장히 달라져야 해요. 훨씬 더 고도화 되어야 해요. 러시아와의 전쟁을 상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예요. 트럼프 대통령이 되면 굉장히 많은 게 바뀌어야 해요. 일본도 문제예요. 일본 총리가 총선에서 패배해 언제 물러날지 모릅니다. 한일 관계라든가 한미일 협력 관계라든가 이런 구도 자체가 11~12월이 지나면 전면적으로 개편될 수도 있어요.

타이완 해협 문제도 있습니다. 타이완 총통이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요. 거기에 대해 중국은 더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어요. 이스라엘 중동 전쟁도 있어요. 네타냐후 총리가 계속해서 확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계산을 정확하게 해서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게 뭔지 매일 생각하고 매일 업데이트해야 해요. 근데 이런 것을 안 하고 지금 살상 무기 지원 같은 얘기를 먼저 툭 던져놓으면 완전히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10월 31일 북한이 동해상에 탄도 미사일 쏘았는데 이건 뭘까요?
"남북 간에 무인기 문제로 공방전이 있었고, 북한군 파병설로 지구촌 차원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흔들리지 않고 강경하게 기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무력 시위를 감행한 것으로 봅니다. 미국이나 한국을 겨냥한 무력 시위라기보다 북한과 러시아 협력에 대해 중국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보고 중국에 대한 압박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과 러시아 협력을 한 단계 격상하면서 반미 국가 연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중국도 동참할 것을 촉구하거나 동참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 이영광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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