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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제도적 개선으로 국가교육위 역할 달성해야

[넥스트브릿지] 국가교육위원회 역할 제고를 위한 제언

등록|2024.11.04 10:18 수정|2024.11.04 10:18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 2022년 9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식에서 이배용 위원장과 위원, 내외빈 등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 자문 교육개혁위원회를 두었다. 전두환 정부에서는 교육개혁심의회를, 김영삼 정부에서는 교육개혁위원회를, 김대중 정부에서는 새교육공동체위원회를, 참여정부에서는 교육혁신위원회를,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교육회의를 운영하였다.

그러나 정권 교체에 따라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정책 단절이 학교 현장에 가져온 부작용이 컸다. 이에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동시에, 교육개혁 정책을 교육부 중심으로 풀어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무엇보다 대통령 단임 임기 내에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중장기적 비전이 부족했다는 성찰이 있었다.

전두환 정부에서 과외금지조치를 단행했으며, 김영삼 정부에서는 5·31 교육개혁안을 발표하였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체제에서는 대통령이 어느 날 정책을 전격 발표하고 추진하는 방식이 가능했지만, 이해관계자가 많아지고 복잡해진 현 상황에서는 공감대 없이 정책을 발표하면 논란만 커지고 정부의 인기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탑다운 방식의 정책 추진이 아닌 바텀업 내지는 거버넌스를 구축한 정책 숙의 구조가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되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조에는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법 11조에는 국가교육발전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해야 하며, 심의와 의결을 거친 내용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 및 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대통령 자문기구와는 차원이 다른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을 보여준다. 자문기구는 제안 사항을 참고만 하면 되지만, 국가교육위원회는 심의·의결 기구로서 중앙부처, 지자체, 교육청은 결정된 사항을 따라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우려와 현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의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가? 법률의 목적과 취지대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운영되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을까? 한마디로 전혀 아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설립 목적과 취지는 사라진 채, 내부 갈등만 심각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이렇게 운영될 바에는 국가교육위원회를 해체하고, 기존처럼 대통령 자문기구 수준으로 낮추면서 거버넌스를 새롭게 구성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될 당시에도 여러 우려와 고민은 있었다.

① 현실적으로 대통령제 하에서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② 교육계의 복잡한 이해 관계의 조정이 매우 어렵다. ③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의 관계 설정을 잘못하면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지고 학교 현장은 더욱 피곤해진다. ④ 정당과 정부에서 위원을 추천하게 되면 결국 정파성을 보이게 되고,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9월 10일 국가교육위원회 중장기발전전문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국민과 소통이 없었고, 다수파 전횡이 심하며,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운영 방식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10월 7일 국가교육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국가교육위원회 개혁의 일곱 가지 장애물로 ① 극단적인 정파적 구성 ② 사회적 합의의 실종 ③ 의견 수렴의 부재 ④ 소통의 차단 ⑤ 강고한 비밀주의 ⑥ 교육부의 들러기 역할 ⑦ 위원장의 구태의연한 리더십과 독단주의를 제시하였다. 그나마 뼈아픈 내부 성찰을 하면서, 변화를 촉구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에서 희망과 가능성의 불씨는 아직 살아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해야한다. 일부 방안들이 언론에 노출되었는데, 국가교육위원회 홈페이지는 본격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는 해명자료만 넘쳐난다. 일부 위원의 아이디어일 뿐이며 공식 합의된 바가 없다는 취지이다.

일부 위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보면 고교 평준화 해체라든지 내신 외부평가제 등을 제안하였는데, 이런 발상 자체가 현장에 어떤 부정적 파장을 낳을 것인지도 모른 채 제시한 것을 보면 위원 구성에 큰 한계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국가교육위원회에는 국민참여위원회가 존재한다. 이 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듣고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 국민참여위원회에서는 여러 제안된 방안을 전문위원들이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대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참여위원회의 실제적 역할이 부재한 상태에서, 내부에서 희안한 방안을 폐쇄적으로 검토하다보니 여러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미 2022 개정교육과정 고시와 2028 대입안 발표 과정에서 교육부의 2중대 내지는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과 사회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존재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숙의와 공론의 과정 없이, 내부에서 방안을 밀실 협의하다가 갈등만 커진 형국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내년 상반기에는 중장기발전계획을 발표해야하는데,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거의 준비가 안된 상태로 보인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2주년 대토론회때 일부 발전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일부 전문위원들이 집필하고, 여러 차례 쟁점이 노출된 이슈 페이퍼가 있지만, 그 실체는 모호하다. 1억 원 이상 투입하여 발주한 중장기 발전계획 정책연구보고서가 있지만 그 내용 공개도 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설익은 방안을 제시하면 교육 현장은 더욱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가교육위원회 역할 제고를 위한 제언

▲ 10월 8일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신속한 교체가 필요하다. 이배용 위원장의 리더십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전진하지 못한 채 공회전만 계획하고, 소음과 매연만 경험하게 될 것이다. 2년간 보여온 그의 리더십과 전문성은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 축구로 따지면 전반전에 5대 0 이상 골을 먹은 골키퍼이다. 전의상실한 골키퍼를 계속 두어봐야 10대 0으로 간다.

둘째, 국가교육위원회 법률 정비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위원 추천에 정부와 국회의 몫을 줄이고, 현장성과 전문성, 대표성의 가치 중심으로 위원을 구성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중장기발전방안 수립을 당장 연기하고, 새로운 리더십과 체제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연구역량, 협업역량, 정책개발 및 기획역량이 검증된 전문위원을 중심으로 새롭게 위원회를 재구성해야 한다.

넷째, 국민참여위원회 활성화를 통해 대의 체계를 구성하고, 여러 제안이 방안으로 전환될 수 있는 내부 기획과 연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한 의도로 만든 제도가 결과적으로 악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의 설계 과정에 도대체 어떤 오류가 있었기에 국가교육위원회는 공전하고 있는가? 정책 목표와 실제 간에 간극과 오차가 늘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인가? 윤석열 정부는 왜 합리적인 인사를 중용하지 못하는가? 국가교육위원회는 많은 연구 주제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다. 유일한 순기능일지 모르겠다.

* 필자소개 :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교육부 교육연구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부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학습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공저), <소환된 미래교육>(공저),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공저), <융합교육으로 미래교육의 길을 찾다>(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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