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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이긴다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상한 점

[2024 미국 대통령 선거] 바이든의 실언까지 겹쳐 해리스 고전

등록|2024.11.02 11:30 수정|2024.11.02 11:30

▲ 월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자신 있게 예측하는 전문가가 없는 듯하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격차가 너무 미세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다는 게 중론이고, 전문가들조차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세븐티투윈에서 집계하고 있는 두 후보의 선거인단 확보 예상치를 보면 지난 1개월 동안 큰 변화 없이 7개 주가 격전지로 분류돼 그야말로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주별 선거인단 예측투세븐티투윈(270towin)에서 2024년 10월 31일에 발표한 예측치를 보면 해리스와 트럼프 어느 쪽으로도 예측하지 못하는 경합주가 여전히 7개다. ⓒ 투세븐티투윈(270towin)


그렇지만 해리스의 패배를 점치는 언론과 전문가들도 많다. 그들의 주장 중 하나는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앞서 나가던 여론조사의 격차는 더 컸지만 패배했다는 역사적 경험이다.

지금은 해리스가 여론조사에서 앞섰다고 하지만 한 자릿수 격차 또는 평균적으로는 1%포인트에 수렴할 정도로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해리스가 트럼프에게 이기려면 당시 힐러리보다 격차가 더 커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당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때때로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기도 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이긴 조 바이든의 경우 힐러리보다 평균적으로 더 큰 격차로 앞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여줬고, 실제 투표에서는 여론조사 격차보다는 좁혀진 격차를 보였다고 한다. 여론조사에서 평균적으로 더 큰 격차로 앞선 바이든이었기 때문에 실제 투표에서 격차를 좁히며 추격하는 트럼프를 따돌릴 수 있었다는 거다.

언론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샤이 트럼프 현상'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가 잡히지 않았는데, 투표장에 나가 투표를 했고, 이러니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예측은 틀렸다고 한다. 이러한 '샤이 트럼프'에는 육체노동을 하는 백인 남성이 주로 분포했다고도 한다. 흔히 '힐빌리' 혹은 '레드넥'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러스트벨트에 주로 분포한다고도 한다.

샤이 트럼프는 사라졌다?

그런데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지지자에게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말라'는 식으로 호소했다. 2016년 대선에서 예측에 실패한 여론조사 기관과 전문가들이 2020년 대선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이제 그러한 주문은 하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샤이 트럼프' 현상이 조금이라도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이유다.

'표 1'은 많은 여론조사 기관과 전문가들이 예측에 실패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해 유명세를 탔다고 하는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IBD)와 테크노메트리카 마켓 인텔리전스(TIPP)의 여론조사 결과 추이다.

[표 1] 2016년 미국 대선 여론조사 흐름(IBD/TIPP)인베스터스닷컴(investers.com)에서 2016년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마지막에 미결정자가 두 후보를 선택하면서 승패가 결정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 인베스터스닷컴


IBD/TIPP는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트럼프가 막판에 미세하게 우세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대선 투표 전날까지 조사한 결과를 보면 D-2일과 D-1일의 차이가 뚜렷하다. 표1 아래를 보면 미결정자가 하루 전 급격히 줄어들고 두 후보 지지를 보여줬는데, 그 이동 폭에 있어 트럼프가 더 컸다는 점을 볼 수 있다(설명에는 4일 동안의 조사라고 하는데, 4일 동안의 조사 결과를 마지막날 통계처리를 하는 것인지 혹은 각 날짜별 결과를 도표로 보여주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런데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지지도는 해리스 지지도 못지않게 극단적으로 높아졌다. 어쩌면 샤이 트럼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 지지도보다 미세하지만 더 높은 지지도인 47.4%까지 올라가 있다는 것은 이제 이들이 나서서 투표를 하면 그대로 투표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해준다. '표 2'가 바로 최근 2024년 대선 여론조사의 평균이다.

[표 2] 2024년 미국 대선 여론조사 종합네이트 실버의 실버불레틴에서 집계한 미국 전국 여론조사의 평균치 흐름을 보면 오차범위 내에서 해리스와 트럼프가 격돌하는 극히 미세한 판세임을 알 수가 있다. ⓒ 실버불레틴


전문가 예측에서는 트럼프 이길 확률 높아

그렇지만 표 2와 같은 여론조사를 종합한 미국의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 네이트 실버도 가능성에서는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다. 10월 중순에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해리스보다 높아지는 골든크로스를 보여주고 계속해서 격차를 벌린 것 같다. 지금 두 후보의 승리 확률 격차는 10%포인트 정도다. 이 예측대로면 트럼프가 이길 것 같다.

앞서 IBD/TIPP의 여론조사가 2016년 대선에서 비교적 정확하게 투표 결과 예측에 성공했다고 했는데, 그 여론조사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정해 놓은 여론조사 방법에 따라서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등 3개 변수에 따라 비례적으로 표본을 추출한 후 해당 변수의 모집단 비율에 따라 가중값 배율을 적용해서 결과를 산출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인종, 종교, 지지하는 정당, 교육 수준 등 다른 변수를 적용하기도 한다. 2016년 IBD/TIPP의 여론조사를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가중 처리를 하기 전 추출된 표본 구성은 민주당 361명, 공화당 367명, 무당층 362명이었는데, 가중 처리를 한 후에는 각각 361명, 333명, 381명이 됐다는 거다.

지지하는 정당으로 가중 처리를 했다는 것인지 혹은 다른 변수로 가중 처리를 한 후 지지하는 정당의 수치가 달라졌다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확실한 것은 공화당 지지자 중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상당히 강했고, 그래서 모집단 비례(가중치 적용) 대비 추출된 표본 수가 더 많았다는 걸 엿볼 수 있다.

즉 당시 마지막에 샤이 트럼프를 추출한 여론조사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들이 막판에 지지를 표명하게 됐다는 거다. 그럼 어떻게 이들을 여론조사에 반영했는지 보면 너무 간단해서 놀랍다. '전통적인 전화면접방식'을 적용했다고 한다. RDD로 만든 전화번호로 휴대전화 65% 집전화 35%의 비율을 적용했다고 하니, 우리나라 대비 휴대전화 비율은 더 낮다. 2017년 대선을 준비하던 2016~2017년 한국갤럽의 휴대전화 비율은 80% 정도였다.

어쩌면 미국과 같이 다양한 종교를 믿는 여러 인종이 넓은 국토에 섞여 사는 나라에서는 여론조사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고, 그래서 많은 방법이 발달했을 수도 있겠다. 그중 어떤 시기에 특히 잘 맞은 조사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2016년 당시 IBD/TIPP는 그러한 미국의 환경을 잘 분석해 휴대전화로 추출하는 표본 수를 65%로 통제한 것일지 모르겠다. 또한, 다른 조사방법 대비 전화면접이 우수했음을 증명했다.

2016년, 2020년 예측 적중한 TIPP에서는 트럼프 승리 점쳐

예측이 매우 어려웠다는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맞춰 화제가 됐던 IBD/TIPP의 여론조사는 중단돼 현재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인베스터스닷컴에 들어가도 볼 수가 없다.

다만, 티아이피피인사이츠라는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비슷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있고, 그에 기반한 예측 시뮬레이션을 포함해 다른 시뮬레이션으로도 예측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당선 확률도 공개하고 있다.

[표 3] TIPP의 미국 대선 결과 예측티아이피피인사이츠에서 예측한 결과를 보면 적용한 세 가지 방법 모두 트럼프의 당선이 에측된다고 했다. ⓒ 티아이피피인사이츠


'표 3'은 티아이피피가 발표한 선거인단 예측치이다. 여론조사 기반 시뮬레이션, 베팅마켓 기반 시뮬레이션, 둘을 조합한 예측 등에서 모두 트럼프가 이긴다고 나오고 있다.

물론 여론조사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을 보면 선거인단 확보 예측치가 매우 근소하다. 트럼프 271 대 해리스 267이니 경합주 한 곳이라도 예측이 빗나가면 결과는 뒤바뀐다고 봐야 한다. 정말 박빙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다만 당선 확률을 본다면, 여론조사 기반 당선 확률에서 트럼프가 54%, 해리스가 44%라고 한다. 두 확률의 격차는 10%포인트로서 위의 네이트 실버의 확률 예측과 비슷하다.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해리스 대비 우세하다는 전망을 확인했다. 선거 여론조사 전문기관,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두 곳의 예측치는 모두 트럼프의 당선을 점치고 있다.

그렇지만 당선 확률과는 달리 선거인단 확보 예측치에서는 매우 근소한 격차라서 조금은 의아하다. 저 정도의 격차를 두고 확률은 무려 10%포인트 격차가 발생하다니. 지금 같은 경우에는 작은 말실수라도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경합주 한 곳에서라도 흔들린다면 전체 결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나올 수 있어 보인다.

이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지지자를 두고 쓰레기라고 했다는 언론의 보도는 매우 충격적이다. 대선 결과에 영향이 없을 수 없는데, 그런 발언이 나왔다는 게 이상하다. 이 발언의 영향력이 커지면 이미 샤이하지 않게 된 트럼프 지지자의 투표 욕구는 더욱 급격히 강해질지도 모르고 그 결과 아마 선거인단은 트럼프에게 더 많이 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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