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2024 기후정의 현장르포]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집행위원 김현욱 활동가

등록|2024.11.18 14:56 수정|2024.11.18 14:56
기후위기로 드러나는 온갖 환경문제와 불평등 문제, 그로 인해 삶의 위협을 받는 존재들 곁을 지키는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기후위기가 왜 나의 문제인지 공감대를 만들고, 우리에게 닥친 생존의 위기를 고민하기 위해 생태공동체로서 공존하는 지혜를 모아보고자 합니다.[기자말]

▲ 낙동강 삼각주와 가덕도가 보이는 아미산 전망대에서 ⓒ 김누리


"가덕도신공항 소송을 할 예정입니다. 저희들 걱정하는 게 (증인이 되어줄) 지역 주민이 없을까 봐… 한 명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리산, 제주도, 설악산 너무 좋습니다. 새만금 얘기하면 모든 사람들이 가슴 아파합니다. 여러분. 가덕도 가슴 아파해주시기 바랍니다. 생명은 다 똑같지 않습니까. 가덕도도 가슴 아픈 곳입니다. 오셔가지고 가덕도를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제4회 오체투지환경상 사람상을 받았던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집행위원 김현욱 활동가의 소감이다. 조심스레 꺼내진 저 말들에는 어떤 막막함이 뒤섞여 있다.

그것은 신공항으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더 이름 모를 곳이었던 섬이 쓸쓸히 사라질 일에 대한 두려움이고, 20여 년 전 부산신항만 건설 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터전을 잃었던 이들에게서 배운 슬픔이다. 부산 시민에게도 외면받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외로움이며, 국책 사업을 막을 수 없다면 보상이라도 받고 싶다는 지역민의 불안이 남은 자리에서, 이번만은 그 삶을 지켜내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그리고 다시, 11월이 왔다. 가덕도 봉우리 끝에 펼쳐진 해안 절벽으로 향할수록 파도 소리가 가까워졌다. 이윽고 바다가 나타났다. 김현욱 활동가와 함께 사는 반려견 '탈핵이'가 먼저 도착해서 먼 앞을 보고 있었다. 우리가 바로 뒤에서 탈핵아, 탈핵아, 불러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었다.

▲ 해안 절벽에 오른 김현욱 활동가의 반려견 ‘탈핵이’ ⓒ 김누리


그곳은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곧 다가올 12월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신공항 활주로 예정지다. 눈앞의 산을 자르고 발 딛고 있는 땅을 폭파한 잔해로 바다를 메운다고 한다. 근처에 맞닿은 육지가 없어서 태풍이 불면 활주로가 바람의 길목이 될 자리다. 기후 변화로 점차 더 잦아질 태풍을 피할 길이 없다.

"주민들은 그래요. 바람이 얼마나 부는데 여기다 지으려 해. 안 돼. 전에도 태풍이 다 쓸고 갔대요. 비가 많이 와서, 안개가 막 껴서, 여러 요인이 있어서 지리적으로 좋은 곳이 아니라고 계속 얘기하시거든."

동풍이 주로 분다는 이유로 현재 활주로는 동서쪽으로 계획되었다. 그런데 그 근거가 된 기상 측정 자료에 오류가 있다는 점이 최근 발견되었다. 활주로 방향을 다시 고민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기본계획까지 재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그뿐만 아니다. 섬과 바다를 잇는 지반이 연약하여 바닥이 꺼질 수가 있다. 땅을 안전하게 다지려면 공사를 마치고도 수십 년을 보수해야 한다. 활성 단층과 가까워 지진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근처에 솟은 봉우리들을 보고 온다는 새들이 항공기와 충돌할 문제도 우려된다. 그런데도 전략환경영향평가는 3개월 만에 졸속 통과되었다. 뒤늦게라도 무효를 시켜보고자 한 행정심판도 각하되었다.

오히려 국토부는 부지조성 공사를 수의계약(경쟁 없이 맺는 계약)으로 전환하여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을 시공사로 확정했다. 네 차례의 경쟁 입찰이 있었으나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해야 할 사업에 뛰어들려는 건설사가 달리 없었기 때문이다. 2002년 김해공항에서의 민항기 추락사고로 안전한 신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때를 돌아보면, 예상되는 문제들을 외면하고 대규모 국책 사업에 필요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포기하면서까지 사업을 무모하게 강행하려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우린 어쩔 수 없다. 특별법이 있는 한 예정대로 돌아설 수가 없대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정부 부처라는 거지.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해요? 특별법을 없애야 하지 않겠어요?"

강과 산은 개발을 바란 적 없다

법적으로 문제없는 반대 운동은 어렵다. 특별법에 반대 의견을 제재하는 법안이 있기 때문이다. 2021년 2월에 통과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그 이름처럼 조속한 공항 건설만을 향해 달려가는 편법에 가깝다. 공사가 예정된 산들을 매립시키려면 7년도 더 걸린다던 말을 스스로 뒤집고,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공사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자며 조기 개항을 밀어붙였다. 유치에 실패하고도 기간을 수정하지 않았다. 개발을 하루라도 당겨야 지역 경제가 발전한다며 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가 처음 제안했던 7조 5천억 원의 사업비를 넘어서, 실제로 들어갈 비용은 벌써 20조 원까지 웃돈다.

무엇보다 개발로 파괴되는 삶들이 있다. 낙동강 물을 먹고 사는 부산 시민으로서 김현욱 활동가는 가덕도가 있는 낙동강 유역을 함께 본다. 수많은 새가 먹을거리를 찾아와 쉬어가는, 천연기념물 179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삼각주는 짠물과 민물에 서식하는 드넓은 계통의 생물들의 집이다. 그곳에 둑이 건설되고 개발이 계속되면서 연안이 줄어들고 있다. 김현욱 활동가는 그러한 강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가덕도에 드나들게 되었다. 아직 다리가 놓이지 않아 배를 타고 섬을 오가던 때였다.

"처음 가덕도 외양포에 내려 딱 발을 딛는데 너무 평화로웠어요. 그때 많이 피곤했는데 여기서 좀 쉬고 싶다. 진짜 따뜻한 곳이었죠. 세월이 흘러 다리나 터널이 생기며 많이 변했지만, 공항에 넘겨줄 순 없어요. 가덕도를 잃으면 낙동강도 사라지는 거니까."

그때부터 강산을 지키는 일이 서로 다르지 않게 되었다. 산을 좋아하는 탈핵이의 또 다른 이름도 '강'이다. 2018년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 농성 때의 인연으로 입양한 강아지를, 당시 함께 한 이들과 탈핵이라고 불렀다. "너무 (인간적으로) 정치적인 이름이어서 탈핵이라고 안 하고 싶었는데. 농성장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린 안 보고 얘 이름만 물어요. 그러면 탈핵을 알려야 되니까, 탈핵이라고. 그게 마음이 아파서 집에서는 강이라고 불러요. 강아. 강이야."

▲ 김현욱 활동가와 탈핵이가 함께 찍은 사진. 인터뷰는 지난 10월 12~13일에 걸쳐 진행됐다. ⓒ 김누리


어느덧 8살이 되어 신공항 반대 현장을 안내하고 다니는 탈핵이. 개발이 계획된 동백군락지를 살피기 위해 산을 오르는 이들을 이끈다.

"사방이 숲이라서 헷갈리거나 헤매면 탈핵이가 바른길을 인도하더라고요. 먼저 막 올라가서 사람이 오나 안 오나 기다리다가, 내가 다 못 올라가고 중간에 있잖아요. 그러면 나만 보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도 일행으로 아는지 다 올 때까지 지켜봐요. 전부 자기 무리이고 동지라고 생각하나 봐요. 고맙고 든든해요."

땅을 찾는 걸음이 늘며 전보다 길의 흔적이 생겼지만, 우연히 만난 길로 두면서 등산로처럼 정리하지 않는다. 산꼭대기에 깃발 꽂는 마음에 대해서도 "내버려두면 안 돼요? 왜 정복을……" 중얼거리는 눈앞에 수시로 거미줄이 나타난다. 그럼, 거미줄을 걷어내는 대신 그 아래로 허리 숙여 지나간다. 거미줄부터 살아야 생태계가 살기 때문이다.

이유도 목적도 명분도 필요치 않은

▲ 올해 3월, 가덕도 동백군락지에 핀 동백꽃 ⓒ 현hyun


부산 유일의 동백군락지가 있는 가덕도 국수봉은 모든 천이(遷移) 과정을 마치고 극상림을 이룬 '궁극의 숲'이다. 50~100년 된 2500여 그루의 동백은 물론 고로쇠, 곰솔, 굴참나무, 느티나무, 사스레피 등 수많은 자생 식물이 군락을 지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군락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매립을 진행하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남해 연안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타고난 섬이 만든 백 년 역사를 무시하는 얘기다.

"나대지로 있던 산에 소나무 군락이 생기면요. 새가 물거나 바람 타고 온 다른 (나무의) 씨앗들도 숨어 있다가, 소나무가 오래도록 살다 떠난 자리에서 참나무 군락으로 변한대요. 서나무, 소사나무, 졸참나무처럼 다른 나무가 자라면 거기서 사는 동식물, 생물들도 와서 종이 다양해지고요."

그들이 다시 하나의 거대한 군락을 이뤄가며 생태계가 점점 다채로워진다.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만 쓰러져도 덩달아 힘을 잃는다. 생물들이 다양하게 있어야 숲이 오래갈 수 있다. 그 시간이 지워진 곳에 이식해 봤자 소용없다. 김현욱 활동가가 가덕도의 멸종위기종을 말할 때 주저하게 되는 까닭이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멸종위기종이 사라지면, 그들과 서로 의지하던 생물들도 멸종위기종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멸종위기종만 얘기하는 게 미안해요. 생명은 다 소중하고 동등한데. 참새도 잠자리도 지렁이도 있어서 지금의 삶이 있잖아요. 다 같은 자연인데 차별하는 명분, 그런 거 억수로 싫어. 가덕도가 생태자연도와 해양생태도 1등급이라서가 아니고 그냥, 그냥 자연이라서 지키는 거잖아요."

이유가 없다. 그게 자연 앞에서 '그냥'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이유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도 아니다. 당연히 이 삶을 살고 생명을 살리고 싶기 때문인데도, 더 명료한 논리를 요구받는 상황이 불편하다. 있는 그대로의 슬픔을 전하고 나누는 대신 굳이 당위성을 덧붙여 가덕도를 변명하게 되는 거 같아 안타까워진다.

▲ 가덕도신공항 사업 관련 고시 내용의 변화 ⓒ 김현욱


더욱이 그런 질문은 한쪽에서만 나오니까,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답을 돌려줘야 할 자리는 불균형하게 기울어 있다. 신공항 반대 운동이 끝없는 설명에 놓일 때 특별법은 설명될 필요가 없다. 역대 국책 사업 중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데도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필수 절차가 면제된 상황 또한 그냥 받아들여진다. 이용객의 수요가 적을뿐더러 현재 계획된 국제선 1본만으로는 상시 운영될 수 없는데, 24시간 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거짓말이 해명되지 않아도 된다.

신공항을 계기로 에어시티나 공항복합도시 같은 배후도시 개발까지 쉽게 그려질 때, 부산시청 앞의 반대 천막농성은 번번이 명분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삶을 파괴하려는 포크레인 앞에서 호미와 쟁기를 들고 뭐라도 다시 심어 살려내려는 움직임에, 어떤 명분이 필요할까.

특별법으로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감사 대상에서조차 제외되면서, 다시 감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감사원 앞에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제기된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국민소송도 진행 중이다. 수의계약을 밟을 게 아니라 특별법과 기본계획 백지화를 고려해야 한다.

부산신항 건설이 주변의 보호구역까지 해제하는 토건 개발을 불러왔던 것처럼, 자연을 개발에 내주는 일을 또 반복해서는 안 된다. 땅은 모두의 공유지이자 터전이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하는 싸움은, 거대자본과 권력이 앞세우는 모든 난개발에 맞설 수 있게 체제를 전환하는 싸움과 다르지 않다.

하루가 모여 천 년이 될 수 있다면

현재 전국 15곳의 공항 중 11곳이 적자인데도 10곳의 신공항이 더 추진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원인인 탄소를 배출하는 공항을 세우고자, 가덕도를 둘러싼 숲과 산, 바다와 습지라는 이미 온전하게 자연스러운 탄소흡수원을 잃게 될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이 싸움을 더 가볍게 떠날 수 없는 까닭이다.

"하루하루 겨우 버틴대서 내 별명이 하루살이야. 내 입으로 하루살이 인생 같노. 맨날 그랬어요. 괜히 낮춰가면서. 그러다 하루는 논의 서식 생물을 조사하는데 하루살이가 있네. 맨 밑바닥에 있지만 물이 깨끗해야 산다데요. 걔네가 있으면 괜찮은 물인 거야. 그걸 보니까 나도 하루를 살더라도 떳떳해지고 싶어."

▲ 10월 25일, 부산시청 앞 가덕도신공항반대농성 282일째의 현장 ⓒ 김현욱


시청에서 천막 농성을 막는다면 오늘 천막을 걷고 내일 다시 설치한다. 가덕도를 찾은 김현욱 활동가에게 또 왔냐고 맞아주는 이들이, 여전히 거기서 매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개발을 실현하려는 일이 오늘날 현실의 정의라지만, 정의가 때에 따라 변하는 거라면 또 다르게 만들어갈 수도 있다. "그럴수록 더 손을 잡아줘야 해요. 새만금 20년을 함께 싸운 이들처럼, 착공을 하고 삽을 들더라도 다시 멈추도록 하게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면, 천 년이 될까. 그가 언젠가 동화로 묶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다.

"숲이 천 년이 되면요. 불이 난대요. 어느 날 스스로 발화하는 거야. 불에 타면 어떻게 돼요? 생을 다 하는 게 아니라 거름을 주고 비옥한 땅이 되어 새 씨앗이 돋아요. 일년초가 다년초로, 온갖 나무 군락을 이뤄 다시 천년을 가는 거야. 그런 상상을 해봐요. 백 년을 산 숲이 몇백 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천 년이 되면 어떨까? 천 년 후에 나무들끼리 막 지금을 얘기하면서 야! 천 년 전에 여기에 비행장 만들려 했는데 우리가 지켰지. 같이 수다 떨면 좋겠는데. 제목은 천 년의 숲, 가덕도."

그날이 느리게 올지라도,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속도와 효율에 급급한 흐름을 거슬러 오르는 움직임은 천천히 강할 테니까. 잠시 가덕도의 시간을 빌려 살았다면, 더 오래 평화롭게 살아있을 미래로 돌려주고 싶다. 그 천년 뒤에 우리가 없을지라도, 함께 지켜내는 천년이 곳곳의 자연으로 남아 살아갈 수 있다.

[필자 소개] 김누리: 글을 읽고 쓴다. 돌봄과 연결의 힘에 기대어 더 정확히 비관하고 구체적으로 낙관하고 싶다. 현재 전주에 거주하며 상생하는 삶을 실천하기 위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기획 공동진행 :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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