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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성 원료 확보 못하면 수출 못 하는 시대 도래한다"

양적·재활용 중심 → 질적·순환성 정책 전환 필요

등록|2024.11.03 15:11 수정|2024.11.05 17:09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한국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를 위한 마지막 회의(INC-5·이하 5차 회의)가 열립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의 최종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현재 국제사회는 개최국으로서 한국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정작 한국에서는 '산업 피해 대 환경 피해'·'재활용 대 감축' 등 플라스틱을 두고 날 선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일부 쟁점에 매몰돼 플라스틱으로부터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그리니엄에서는 한국 사회의 이러한 대립 구조를 해소하고, 합리적이며 생산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인터뷰를 기획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각계의 목소리를 듣고, 보다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합니다.[기자말]

"(플라스틱 생산감축이라는) 너무 어려운 문제부터 풀기 시작해서 협상 내내 난항이 이어졌다." - 장용철 충남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겸 대전녹색환경지원센터장

장용철 교수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상 과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그리니엄은 지난 10월 30일 화상 인터뷰로 ▲장용철 교수 ▲한민지 한국법제연구원 미래법제본부 글로벌법제전략팀 부연구위원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자원순환연구실장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는 오는 11월 25일 부산에서 열릴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를 계기로 마련됐습니다.

부산에서 열릴 5차 회의는 법적 구속력을 갖춘 협약 성안을 위한 마지막 회의를 목표로 합니다. 2022년 통과한 유엔환경총회(UNEA) 결의안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2024년 연내에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를 끝내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요 목표와 재원 마련 등 논쟁이 치열해지며 연내 성안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큽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연내 성안 가능성? "불투명"

장용철 교수, 이소라 실장, 한민지 부연구위원. 세 사람 모두 그간 협약 논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온 전문가들입니다. 플라스틱 정책·협약 대응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주요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세 사람 모두 연내 협약 성안 여부를 두고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점은 지난 4차 회의까지의 협상이 더뎠다는 것입니다.

이소라 실장은 지난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3차 회의 직전에서야 첫 초안이 나왔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생각보다 늦은 시점에야 초안이 나온 겁니다. 현재 개정된 초안 속 문구 대부분은 괄호([ ])를 단 표현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괄호는 해당 문구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소라 실장은 "합의를 이루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소라 실장은 그럼에도 협약 자체는 가능한 만큼의 합의를 이루어서 전권외교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협약이) 최종 채택되느냐는 그다음의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전권외교회의는 2025년 중순 개최될 예정입니다.
 

▲ 올해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를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가 열렸다. 각국은 첨예한 의견 교환 속에 협약 초안을 수정했다 ⓒ IISD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플라스틱 국제협약 향방에 영향"

장용철 교수는 "플라스틱 생산감축 논의에 에너지를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협상이 많이 길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플라스틱 생산감축은 선진국과 플라스틱 생산국·산유국 간의 대립의 치열한 의제입니다. 따라서 현실 가능한 쟁점부터 먼저 타결하고 순차적으로 어려운 쟁점을 해결했어야 했다는 것이 장용철 교수의 주장입니다.

한민지 부연구위원은 지난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전문가 사전회의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현재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에서 탄소중립학과 겸임교수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전문가 회의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협상단이 대거 참석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간협상위원회 2부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그의 평가입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두고 각국이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 중인지를 느낀 자리였다고 한민지 부연구위원은 이야기했습니다.

오는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가 협약 논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두 대선후보의 환경 목표와 방향성 자체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협약이 제정돼도 이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민지 부연구위원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협약이 잘 이행될지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더 적극적인 플라스틱 대응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는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있어 적극적인 규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양적·재활용 관리 → 질적·순환성 관리 "전환 기대"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성안된다면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장용철 교수는 한국의 플라스틱 관리 정책이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관리는 '재활용을 이만큼 했다'는 실적 관리에 많이 치중해 왔다. 실제로 4~5년 전까지만 해도 재활용된 플라스틱이 시멘트 연료로 소각됐는지 발전용 고형연료로 사용했는지, 물질 재활용을 했는지 대부분은 신경을 안 썼다."

자원의 순환이 아닌 재활용의 관점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란 것이 장용철 교수의 설명입니다. 현재 협약의 핵심은 결국 순환성 증진이기 때문에 "기존의 양적 관리 방식이 분명히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장용철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한민지 부연구위원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비교해 한국 정부의 플라스틱 관련 규제가 더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일회용품 기준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은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일회용품을 '같은 용도에 한 번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으로 규정합니다.

"우리나라는 단순하게 한 번 사용하냐 두 번 사용하냐를 두고 일회용품을 구분한다. 우리와 달리 유럽연합(EU)은 '재사용 되도록 설계되지 않은 제품'으로 접근한다. EU가 제품의 구조적 특성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한국은 사용 횟수에 집중하는 측면에 있다."

따라서 그는 "(한국의 일회용품 정의가) 순환성을 고려해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 재사용컵에 맥주가 담긴 모습. ⓒ Reuse Seattle


재활용 vs. 재사용 vs. 대체재 논쟁... "명쾌한 답은 없다"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정책의 최우선순위는 물론 감축입니다. 그럼에도 당장 감축하기 어려운 플라스틱의 경우 순환성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3가지가 꼽힙니다. ①재활용 ②재사용 ③대체재입니다. 어느 방안을 우선시해야 하느냐를 두고는 플라스틱 산업계와 환경단체 간 주장이 엇갈립니다.

산업계는 플라스틱을 유리·알루미늄 등 다회용기로 전환하면 오히려 생산과 운송에서의 환경영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재사용할수록 전과정 환경영향은 감소한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반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논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장용철 교수는 "한국에서 관련 연구가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연구가 진행 중이며 연내에 관련 논문들이 발표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소라 실장은 "전과정평가(LCA)만을 기반으로 (논쟁의) 결론을 낼 수는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LCA는 조금만 조건이 달라져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 채취부터 제조, 유통, 사용 및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걸친 환경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평가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그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는 다양한 점을 고려해 의사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이야기입니다.

"생산자책임재활용 → 생산자책임'확대' 용어부터 바꿔야"

그렇다면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순환성 제고를 위해 어떤 방안을 논의하고 있을까요? 이소라 실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차 회의부터 협약의 주요 요소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가 부상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EPR은 생산자에게 폐기물 처리 비용 일부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수거·재활용을 끌어올리는 제도로 정착했습니다. 그런데 협약 내 EPR 논의의 맥락은 한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는 단어 번역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에서 말하는 EPR은 정확히는 '생산자책임확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기존 EPR에서 생산자의 책임을 어떤 부분까지 더 확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이소라 실장은 소개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생·재활용 용이성을 고려해 EPR 분담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이 제안됐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올해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도입된 '섬유재활용법'에도 비슷한 개념이 적용됐습니다. 패션브랜드들이 수선·재사용 프로그램을 통해 분담금을 경감받을 수 있다는 대목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환경부에도 EPR의 한글 명칭을 생산자책임확대로 바꿀 것을 피력하고 있다고 이소라 실장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장용철 교수는 현재 재활용 중심의 EPR 정책이 순환성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한국 수출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순환성이 강화된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앞으로 수출을 못하게 되는 시대가 금방 도래한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그는 EU에서는 관련 규제를 이미 다수 도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코디자인 규정안(ESPR) ▲디지털제품여권(DPP) ▲포장·포장재 폐기물 지침 강화 개정안(PPWR) 등입니다. 이에 장용철 교수는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한국은 초기 단계다. 전체 제품에서 순환성 설계가 강화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후테크 전문매체 그리니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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