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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갑질? 부천시 공무원에게 언성 높인 이유

[시몬스킴의 슬기로운 의정생활] 서태말지구 주차장 부지는 왜 폐지되나

등록|2024.11.02 14:48 수정|2024.11.02 14:48
오랜기간 시민단체 활동가와 변호사로 활약하다 도의원이 됐다.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라는 다소 이례적인 삶의 경로와 그에 따른 시각으로 경기도를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의정활동 중 마주하는 사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기자말]

▲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 노외주차장 57호는 주택 밀집지역에 있어 주차장 개발 시 지역 주차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부천시


경기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에는 서태말지구라는 빌라밀집 지역이 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집단취락지구로 조성된 단지로 주로 저층 빌라로 구성되어 있다. 비교적 좁은 부지에 적은 비용으로 건축되는 빌라는 하나같이 필로티 구조로 지어졌다. 지하에 주차장을 건축할 수 없는 좁은 부지에 저렴한 건축비용으로 최대한 높은 용적률을 높이 뽑아내려면 기둥이 건물을 받치고 있는 필로티 구조로 1층에 주차장을 만드는 방식 외에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층에 주차장을 만들고 그 위로 3~4개 주거층이 자리 잡는 필로티 구조에서 충분한 주차장 확보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빌라는 대부분 법이 규정하는 최소한의 주차장만 갖추어 지어지고는 한다. 하지만 언제나 주차 수요는 법률의 그것을 한참 초과한다. 서태말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더욱이 서태말 지구는 저층 단독주택밀집 지역, 전형적인 구도심으로 둘러싸여 있다. 주차난이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주차난을 예상해서인지 부천시는 서태말지구를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하면서 약 1653제곱미터(500평)를 주차장 용지로 지정해 두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천시 원도심 주차난은 나날이 심각해져갔다. 시장 선거 때마다 모든 후보의 공통 공약이 '원도심 주차난 해소'였을 정도다.

안 그래도 좁은 원도심 골목은 불법 주차 차량으로 더욱 좁아져 대부분 일방통행을 설정해야 했다.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좁아진 골목에서 마주 오는 차를 맞닥뜨리는 것은 막다른 골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각한 원도심 주차난에 서태말지구의 주차장 부지와 같은 땅은 오랜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천시는 서태말지구 주차장 부지에 주차장을 짓지 않았다. 주차장 부지로 지정해 놓고 방치한 것이 올해 12월이면 20년이 된다. 20년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폐지해야 하는 시간이다. 결국 부천시의 요청으로 부천시의회는 의원 제안 형태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해제'를 권고했다.

의회의 해제 권고를 얻어내자 부천시는 곧바로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 서태말지구 주차장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해제 심의를 요청했다. 주차장 설치를 전제로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한 서태말지구 주차장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할 경우 해제율이 100%를 초과해 반드시 심의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마침 나는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이었다. 원도심 지역의 주차난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살고있는 지역구 역시 원도심이었기 때문이다. 주차장 한 칸이 아쉬운 원도심에서 500평에 달하는 주차장 부지를 해제하겠다는 계획은 그 자체로 황당했다.

더욱이 부천시는 서태말지구의 주차수요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하기까지 했다. 도저히 통과시켜 줄 수 없었다. 원도심의 주차난을 지적하며 보류시켰다.

민간사업자 주차장까지 끌어들인 주차수요 파악

▲ '아파트 같은 마을주차장'은 소규모 지역 재개발 사업과정에서 주민들이 제공한 토지에 건축되는 공영주차장이다. 당연히 재건축 지역의 주차수요를 반영해 건축된다. ⓒ 부천시


한 달여 후 부천시는 다시 주차장 부지에 대한 폐지안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곧 인근 여월초 앞 공영주차장의 고도화 사업(증축)이 완공되고 '여월동 아파트 같은 마을주차장'이 설립될 예정이어서 주차장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월동 아파트 같은 마을주차장은 해당 지역 민간 도시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건축되는 주차장이었다.

더욱이 부천시는 도시재생 인정사업 계획서에서 해당 지역을 "주차장 확보율이 현저히 낮은 지역으로, 야간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파악됨"이라고 분석했다. 주차난에 시달려 민간사업자가 만드는 공영주차장을 여월동 주차장 부지 폐지 근거로 끌어온 것이다. 도무지 통과시켜 줄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보류시켰다.

그렇게 두 번을 보류시키고, 20년 경과로 도시계획이 폐지될 12월이 점점 다가오는 시점에 담당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12월 기간 경과로 자동 폐지된다는 취지였다. 아무런 대책 없이 폐지되기 전에 계획을 세워 개발이익이라도 환수해야 한다고 나를 설득하려 했다.

설득이 아니라 '당신이 아무리 반대해도 12월이면 자동으로 해제된다. 고집 그만 부리고 통과시켜 줘라'는 협박으로 들렸다. 주차장 설치를 전제로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한 것이니 주차장으로 쓰지 않으려면 다시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하면 된다. 하지만 부천시는 이 방안은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제가 위원으로 있는 한 부천시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아무것도 올리지 마세요!" 순간 언성을 높였다. 어찌 보면 도의원 갑질일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천시의 태도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올라오는 모든 안건이 곱지 않게 보일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은 진심이었다.

대한민국 거의 모든 원도심 지역은 심각한 주차난에 시달린다. 주차난은 상징적 현상일 뿐이다. 열악한 사회기반시설 속에서 원도심 지역 주민들은 오늘도 아웅바둥 살아간다. 퇴근길은 한 시간이지만 집 앞에 도착해 주차 자리를 찾는 데는 두 시간이 걸린다.

가뜩이나 저녁이 없는 삶에서 그나마 쥐꼬리만큼 남아있는 저녁을 주차하는데 허비하고 있다. 역대 모든 부천시장의 주요 공약은 원도심 주차난 해소였다. 그런데 일선 공무원들은 그나마 확보되어 있는 주차장 부지를 폐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김광민은 경기도의회 의원(부천 5)이며 현직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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