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결국 펄로 변한 고마나루… 공주시장과 국가유산청은 책임져라

[천막 소식 185일-186일차] 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200일을 향하는 천막농성장

등록|2024.11.02 16:44 수정|2024.11.02 16:44

▲ 천막농성장 곁에 찾아온 고양이 동지 ⓒ 임도훈


"고양이다."

농성장에 바짝 마른 고양이 한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사람을 보고도 천막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먹을 것이 없나 찾아들어 온 모양이다. 마땅한 것이 없었는지, 다음을 기약하는 것인지 다시 나간다. 먹을 것 찾아 도시로 나가려면 엄청나게 넓은 도로를 몇 개나 건너야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차라리 금강변에 자리를 잡고 잘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삵과 오소리의 공격도 피해야 하고 궂은 날씨도 견뎌야 하겠지만 도시보다는 본성대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고양이 친구가 또 찾아온다면 먹을 것을 조금 마련해 둬야 하나 싶다. 가을 하늘이 연일 청명하다가도 비가 한 번씩 내리는, 그야말로 가을의 절정이 다가왔다.

천막은 겨울나기 준비물들을 꺼내놓고 정비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겨울까지 지나면 금강 곁에서 사계절을 제대로 지내는 셈이다. 인생에 이런 날이 다시 오게 될까 싶겠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겨울 채비를 하고 있다.

펄로 변한 국가 명승지 고마나루… 공주시장과 국가유산청은 책임져라

▲ 고마나루 금빛모래 원상복구하라고 외치는 보철거시민행동 활동가들 ⓒ 보철거시민행동


"어윽, 냄새!"

지난 10월 31일, 공주보 수문이 일부 열리면서 드러난 공주 고마나루 금강의 모습은 처참했다. 모래는 새까만 펄이 되어 강변을 뒤덮었고, 악취로 가득한 강변에서는 코를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은 발목까지 빠지는 펄밭 한가운데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제문화제 때 유등과 부교를 띄운다며 공주보 수문을 닫은 공주시와 환경부를 규탄했다. (관련 기사 : '시궁창 펄' 공주시장실 전달… "사퇴하십시오" https://omn.kr/2asd2)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단 9일의 백제문화제를 위해 공주보 수문을 닫은 결과, 고마나루 모래사장에는 25~30cm의 펄이 쌓였고 악취로 진동했다. 국가유산청 누리집에 묘사된 '백제 역사의 중심에 있던, 역사적 가치가 큰 금강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은 악취 나는 펄에 뒤덮여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담수로 인한 모든 문제에 책임을 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최원철 공주시장은 사퇴해야 마땅하다. 국가유산청 또한 고마나루가 훼손된 상황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마땅하다.

발자국이 찍힌 펄 아래로 보이는 고운 모래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악취 나는 금강 옆에서 맨 발걷기를 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그들을 위해 황토를 깔아둔 모습이 '백옥을 버리고 돌멩이를 취한 격'이다. 고운 모래사장이 있다면 굳이 세금을 들여 나뭇가지를 쳐내고 황토를 까는 공사를 하지 않아도, 자연이 그대로 주는 모래사장에서 얼마든지 맨발 걷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시간 지나면 묻힐 것? 공주시민의 품격을 바닥에 처박는 짓

▲ 펄로 변한 고마나루 백사장 ⓒ 보철거시민행동


"(펄은) 또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정화가 돼요. 악취가 그럼 내년도에도 계속 날까요? 지금 나는 거지. 그런데 좀 지나면 어떻게 할까요? 악취 안 나요."

공주시 관광과장이 고마나루 펄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니 괜찮다는 식으로 가르치듯 말한다. 국가명승지를 대하는 공주시 관광과 공무원의 태도다. 원래의 모래가 펄이 돼도 다시 돌아올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자연을 대하는 천박한 태도가 눈에 띈다. 얼굴을 내놓고 저렇게 말할 수 있는 뻔뻔함이 놀라울 뿐이다. (관련 기사 : 펄로 뒤덮인 국가명승지 https://tjmbc.co.kr/article/Uv3lsPi7wmf1T)

▲ 고마나루 펄과 그 밑의 모래를 퍼서 공주시장에게 전달하는 모습 ⓒ 보철거시민행동


지자체의 수준은, 특히 자연유산을 대하는 수준은 관광과 공무원들의 태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저렇게 뻔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공주시장 또한 저런 태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태도이다. 공주시를 대표하는 공주시장과 공무원들은 국가명승지 고마나루는 펄이 돼서 썩은 냄새가 나도 괜찮고, 금강에 녹조가 생겨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아도 시간이 지나 사라지니 '내 책임은 아니다'라고 한다.

본인들 마음대로 '공주시민들의 자연유산을 대하는 수준'을 바닥에 처박아버린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국가명승지를 저렇게 대하는 공무원들을 방송으로 똑똑히 목도했을 테니 조사하고 징계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명승지로 정한 이유와 과정이 있을 텐데, 그 의미와 가치를 저렇게 무시하는 이가 있다면 처벌해야 마땅하지 않겠나.

▲ 하트모양으로 앉은 가마우지 ⓒ 명인영


'가마우지가 하트모양으로 앉아 있어요!'

세종시민 한 분이 사진을 찍어 올려주셨다. 세종보 인근 하중도에 가마우지가 하트모양으로 줄지어 앉아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가마우지가 유해생물이라 사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유해생물의 기준은 뭘까 의아하다.

가마우지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결국 어디 한 곳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인데, 근본적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 처방만 내리는 모습이 안타깝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며 댐을 만들겠다는 환경부의 모습이 겹쳐진다. 생명에 대한 철학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개인의 욕망에 얼룩진 이 정부의 모습은 그대로 환경부의 태도로 이어지고 있다. 폐쇄되어 있고, 가치와 철학을 찾아볼 수 없다.

어둡다고 멈춰 설 수는 없는 일이다. 200여 일의 걸음이 밝지 않았어도 손을 잡고 한 걸음씩 걸어 나가며 이만큼 왔다. 어두움이 아무리 짙어도 마음의 눈까지 멀게 할 수는 없다. 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걸어온 길은 이 어둠에도 너무 선명하고 명확하다. 한 발자국이 희망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