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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의 원격 오디션, 오늘날의 UFC 만든 결정적 장면들

디 얼티밋 파이터 , 20주년 맞아... 내년 33번째 시리즈 제작

등록|2024.11.03 15:43 수정|2024.11.03 15:43

▲ 시즌1이 낳은 스타 포레스트 그리핀 ⓒ UFC 홈페이지


UFC가 내년 '디 얼티밋 파이터 시즌 33(TUF 33)'에 출전할 파이터들의 원격 오디션을 진행한다. 주최측은 지난 2일 장수 TV 프로그램 '디 얼티밋 파이터(The Ultimate Fighter)'가 2025년 돌아온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즌으로 TUF는 20주년을 맞이한다.

TUF는 UFC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체급당 8명의 선수가 UFC 최고 선수들의 코치를 받으며 UFC 계약을 위해 경쟁하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이다. 이번 시즌은 남성 플라이급(56.7kg), 웰터급(77.1kg) 두 체급에서 진행되며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우승자는 UFC와 계약한다. 캐스팅은 오는 11월 4일 시작해 12월 18일 마감되며 코치진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UFC는 명실상부한 MMA 세계 1위 단체다. 한때 아시아단체 프라이드에 밀려서 이인자로 가려져 있던 시절도 있었으나 꾸준히 성장을 거듭한 끝에 현재는 독주체제를 굳힌 상태다.

격투 토너먼트·리얼리티 드라마

TUF가 막 시작되던 2005년 당시만 해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인기도 높지 않았고 질과 양적으로 유망주가 부족했다. UFC 단체 자체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고민도 있던 시절이다. 그러한 상황의 타개책이 된 것이 TUF다. TUF에서 주목을 끈 기대주들이 UFC에 데뷔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잡았다. 국내에서는 '서바이벌 UFC' 등의 다른 제목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토너먼트를 통해 실력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데다, 숙소에서 생활하는 모습도 촬영되기에 옥타곤 안에서는 보기 어려운 선수들의 평상시 모습이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 큰 인기를 모았다. MMA는 개인 스포츠지만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팀간 대결도 중요한 요소인지라 협동심 등도 중요했다. 각 선수들이 지닌 개성과 갈등구조는 어지간한 드라마 못지않게 흥미로웠으며 이는 UFC판 유니버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12년부터는 브라질을 시작으로 해외를 대상으로도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한다. 몇 차례 예외 상황도 있었지만 대개 각 팀 코치를 맡은 UFC 선수들도 서로 경기한다. TUF의 또 다른 관심거리다. 타이틀전을 앞둔 챔피언과 도전자에게 코치를 맡기거나 차기 타이틀 컨텐더 자리가 걸려 있거나 서로 앙숙인 선수에게 각 팀 코치를 맡긴다는 식이다.

이에 TUF가 진행하는 동안 지원자들을 훈련하는 것과는 별개로 코치 간 신경전도 주목을 끈다. 더불어 코치를 맡은 UFC 선수들의 지도력 유무도 흥미로운 평가요소다. TUF가 효자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자 이후 비슷한 목적으로 'Lookin' for a Fight'나 'Dana White's Contender Series(DWCS, 컨텐더 시리즈)' 등의 프로그램도 제작되어 방영되고 있지만 아직 TUF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 스테판 보너(사진 왼쪽)와 포레스트 그리핀 ⓒ UFC 홈페이지


명경기와 스타들, 전설로 남을 '시즌1'

주최 측 입장에서 기분 좋은 것은 TUF가 '시즌1'에서부터 흥행 대박이 났다는 사실이다. 주목을 받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을 제대로 깨트렸다. 물론 여기에는 긴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하는 등 많은 신경을 기울인 이유도 컸다. 당시 최고 스타인 랜디 커투어와 척 리델을 초대 코치진으로 투입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팀 커투어에는 스테판 보너, 마이크 '퀵' 스윅, 제이슨 섹커, 네이션 쿼리, 크리스 리벤, 알렉스 카라렉스, 크리스 샌포드 등이 소속됐고 팀 리델에는 바비 사우스워스, 샘 호거, 포레스트 그리핀, 알렉스 쇼나우어, 디에고 산체스, 조쉬 코스첵, 케니 플로리안, 조쉬 레퍼티 등이 들어갔다.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유망주들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며 시청자들을 가슴 졸이게 만들었고 결국 치러진 파이널에서는 디에고 산체스가 케니 플로니안을 꺾고 미들급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트헤비급은 포레스트 그리핀이 스테판 보너를 제압하고 정상에 섰다. 참고로 TUF 파이널 무대는 실제로 중계되며 선수의 전적에도 정식으로 포함된다.

특히 그리핀과 보너의 결승 대결은 TUF를 넘어 UFC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지금까지도 회자 된다. 양 선수의 기량이 유달리 수준이 높아서는 아니다. 기술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디테일함보다는 투박한 면이 더 많았다. 아니 오히려 그러했기에 시청자들을 더 열광시켰다는 분석이다.

경기 내내 정신없이 치고받고 구르는 진흙탕 공방전은 원초적인 싸움을 연상시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가운데서도 옥타곤 중앙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진을 멈추지 않던 그리핀과 보너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마치 자신이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날 결승전은 주춤하던 UFC 인기에 제대로 불씨를 붙인 경기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 역시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격렬하게 박수를 치며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최고의 경기를 펼쳐 보인 그리핀과 보너는 이제부터 내 양아들이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실제로 둘은 경기력 유무를 떠나 은퇴하는 순간까지 개국공신 대접을 받았다.

그리핀, 보너 외에도 리벤, 스윅, 코스첵, 플로리안, 산체스 등은 특유의 스타성을 앞세워 본무대에서도 롱런에 성공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중 가장 히트친 시즌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여성부 최고의 스타중 한명인 로즈 나마유나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유망주의 산실, UFC 시스템 한 축으로 우뚝

'시즌 1' 만큼은 아니지만 매 시즌 스타들은 꾸준히 배출됐다. 특히 '시즌 5'까지는 키스 자르딘, 조 스티븐슨, 라샤드 에반스, 켄달 그로브, 마이클 비스핑, 맷 세라, 트레비스 루터, 네이트 디아즈 등 굵직한 재목들이 즐비했다. 이때까지가 가장 황금기였다는 평가다. 물론 이후에도 양적으로 다소 줄어들었을 뿐 좋은 선수는 꾸준히 나왔다.

아미르 사돌라, C.B. 달러웨이, 라이언 베이더, 로이 넬슨, 토니 퍼거슨, 존 도슨, TJ 딜라쇼, 마이클 키에사, 알 아이아퀸타, 켈빈 가스텔럼, 유라이어 홀, 카마루 우스만, 팀 엘리엇 등이 대표적이다. '시즌 18'부터는 여성부도 만들어져 줄리아나 페냐, 카를라 에스파르자, 로즈 나마유나스, 타티아나 수아레즈 등 출중한 선수들이 배출됐다.

넘버 시리즈 외에 2012년부터는 해외 시리즈도 있어 왔다. 브라질에서 무려 4번이 열린 가운데 라틴 아메리카 특집으로 3번이 있었으며 영국과 호주 대항전, 캐나다와 호주 대항전 등도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시리즈(2013년 12월~2014년 1월)가 유일하다.

UFC의 지원으로 2015년 일본에서 'Road to UFC: Japan'이 제작·방영된 적은 있다. 페더급 선수가 대상이었고, 각 팀 코치는 UFC 선수인 조쉬 바넷과 로이 넬슨이 맡았다. 기존 해외 시리즈와 비슷하게 2015년 9월 UFC Fight Night 75에서 결승전이 열렸다. 하지만 예능 방송 색채가 짙었던 탓인지 공식 시리즈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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