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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등록|2024.11.03 17:43 수정|2024.11.05 10:21

▲ 3일 오전 광주 서구 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서 열린 제95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113계단'을 오르고 있다. 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시작되어 이듬해 3월까지 전국 320여 개의 학교에서 54,000여 명의 학생들의 참가한 항일 시위운동이다.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5일 오전 10시 15분]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다.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적힌 40개 국가 기념일 가운데 하나다. '스승의 날', '현충일'도 모두 이 규정에 포함된 기념일이다. 본디 '학생의 날'이었다가 2006년 정부가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이름을 바꿨다.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일어난 항일학생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1일 출입처 기자들에게는 학생의날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나 보훈부 홈페이지에는 5일 게재했다(2023년 국가보훈부는 학생의날 전에 행사 알림 보도자료를 냈었다). 그밖에 교육부 등 정부 부처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17개 시·도교육청도 11월 3일 당일 행사 전을 기준으로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다만 광주시교육청이 행사 종료 이후 보도자료를 냈다. 여느 기념일에 비해 '조용'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그동안 그나마 '학생의 날' 기념행사를 하거나 보도자료를 냈던 전교조도 올해는 조용하다. 전교조 본부와 17개 시·도 지부 가운데 유일하게 전교조 경남지부만이 보도자료를 냈다. 중·고등학생 생활 실태 조사 결과를 함께 발표했다(전교조 경남지부, 2024년 11월 1일 보도자료, '96번째 학생의 날 맞아 더 민주적인 학교문화와 학생 자치를 위한 실천 다지며 중고등학생 생활실태조사 실시').

이것이 어른 사람들이 학생, 청소년을 대하는 현실이다. 학생 인권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수업에 대해서는 88.1%,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92.7%, 교사와의 관계는 92.8%의 중고등학생들이 '매우 만족' 또는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학교생활 규정에 대해서는 다른 항목에 비해 비교적 낮아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이라고 답한 비율은 68.7%에 그쳤다.

2023년 조사에서도 학교생활 규정과 관련된 만족도는 69.3%였다. 학교생활 규정이 개정될 때 학생 의견이 잘 반영되는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도 64.2%에 그쳐 학생 자치의 실현에 더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였다." - 전교조 경남지부, 2024년 11월 1일 보도자료 중 일부

위에 짧게 옮긴 전교조 경남지부 조사 결과는 학생 인권 실태 이외에도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규정이 지배한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교사를 '좋게' 보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숫자들이 보여주는 학교 안 상황 맥락이다.

'교권'을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이 놓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학생들 생각'이다. 경험과 통계를 합쳐보면, 대체로 교사의 학생에 대한 평가보다 학생의 교사 평가는 훨씬 더 후한 편이다. 보호자나 교사 등 어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린 사람들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바라보고 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다시 '학생의 날'로 바꿔야 한다. 과거 독립 운동을 기념하는 것도 의미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사는 학생들의 삶을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 책임이 기성세대에게 있음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기댈 어른 없이 외로움과 학업 스트레스를 견디는 수많은 학생, 청소년들에게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날이 하루라도 있기를 바란다.

학생, 청소년 여러분 축하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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