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스마트폰-태블릿을 쓰지 않았더니...
디지털 디톡스가 남긴 것 : 일상엔 불편요소 다수 발견됐지만
▲ Unsplash Image ⓒ frostroomhead on Unsplash
얼마 전, 스마트폰과 태블릿 없이 하루를 보내는 디지털 디톡스를 직접 경험해봤다.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낸다니,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큰 불편함이 다가왔다. 나의 일상에서 얼마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물론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는 경험은 상쾌함도 있었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불편함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 모든 경험이 나에게 디지털화된 시대에서 겪는 변화와 깨달음을 안겨줬다.
하지만 디지털 디톡스 중이었기에 이 자료를 다운로드할 수 없었고, 강의 자료 없이 수업을 들어야 했다. 강의 내용이 자료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교수님의 설명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했지만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평소에는 자료 없이 수업을 듣는 일이 불편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는데, 디지털 기기가 없다는 이유로 필기 자료를 내려받지 못하니, 디지털화된 환경이 얼마나 당연하게 여겨지는지 깨닫게 됐다.
스마트 기기 없이 수업을 들으니 평소와는 달리 필기 속도도 떨어지고, 강의 집중도도 낮아졌다. 이는 내가 얼마나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다.
디지털화는 학습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도 필수적인 요소가 돼 있었다. 대표적으로 학교 교내 식당에서도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주문을 받고 결제도 현금으로 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교내 식당이 키오스크로 운영되고 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의 모바일 학생증과 결제 앱을 통해 편리하게 결제를 해왔는데,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상황에서 급히 카드를 꺼내고 현금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느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 결제가 특별한 시스템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완전히 일상 속에 자리 잡아 이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간단한 결제조차 불편하게 느껴졌다.
내가 디지털 기기에 얼마나 익숙해졌고, 또 이로 인해 쉽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간단히 식사를 주문하고 결제하는 것조차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또한, 동아리 모임에서도 디지털 기기의 부재가 불편하게 다가왔다. 동아리 활동에서 회의 자료와 메모, 일정을 공유할 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가 '노션'이었다. 평소라면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노션 페이지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자료를 확인하고 메모를 남기며 참여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니 자료 접근이 어려워졌다.
대신 노트에 회의 내용을 적어보려 했지만, 자료가 모두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종이와 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회의 중에 다른 팀원들이 노션에 수정한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함이 사라지니, 회의 내용을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렇게 협업 도구 없이 회의를 진행하다 보니, 노션을 통한 온라인 협업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새삼 깨닫게 됐다. 평소 당연하게 누리던 이 편리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하루 동안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며 현대 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체감했지만, 그럼에도 디지털 디톡스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
첫 번째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에 방해받지 않으니 생각보다 집중력이 훨씬 높아졌다. 평소에는 잠깐의 집중이 깨지는 일이 잦았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온전히 주어진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방해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오히려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디지털 기기 없이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 나를 놀라게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디지털 기기가 없는 생활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디지털 디톡스는 사람과의 소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간에 스마트폰을 확인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대화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되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없는 자리에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좀 더 진심으로 다가가고,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대화 중간에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습관이 상대방에게서 나의 관심을 빼앗아 가는 행동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스마트폰 없이 온전히 소통하는 시간은 특별하게 느껴졌고, 디지털 기기가 없는 자리에서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디톡스는 평소 놓치고 있던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는 동안 평소에는 잘 보지 않던 풍경이나 상황을 차분히 돌아보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창밖의 가로수와 지나가는 사람들, 도심 속의 작은 변화들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고, 여유롭게 내 주변을 관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은 여유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디지털 디톡스의 장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물론 디지털화된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없이 지내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학습이나 생활, 그리고 사회적 소통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하고 싶다. 디지털 기기 없이 보내는 하루는 우리에게 더 큰 여유와 집중력을 줄 수 있으며, 평소에 소홀히 하던 관계와 소통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디지털 기기는 현대인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그로 인해 놓치고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 동안의 짧은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더 풍부하고 진정성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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