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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통령 사과", 친윤계 "분란 일으키면 안돼"

윤 대통령 사과 및 인적 쇄신, 국정기조 전환 요구... 친윤계 "대통령 지켜야" 즉각 반발

등록|2024.11.04 11:14 수정|2024.11.04 11:22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김건희 여사는 즉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
"국정기조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며칠간의 장고 끝에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입장 표명 및 사과, 용산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도 촉구했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 사이 통화 녹음 파일에 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낸 것인데,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하지만 당장 '친윤계' 최고위원들이 한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4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친한계'와 '친윤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였다. 용산발 악재가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여권 내 갈등도 끓는 점을 넘어서고 있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 그 자체로 죄송"

한동훈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군 파병,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등의 이야기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이후 10여 초간 뜸을 들이던 그는 "국민들과 지지자들께서 정치 브로커 명모씨 관련한 현재 상황에 대해서 실망하시고 걱정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한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죄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장외집회를 두고 "이재명 대표 범죄를 숨기고 이재명 세상 만들려고 우리 시민들이 촛불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착각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막을 수 없다"라며 "그 뻔히 속보이는 음모와 선동을 막기 위해서는 변화와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과 문자가 공개된 것은 그 자체로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력 정치인들이 정치 브로커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켜드렸다"라는 자성이었다.

한 대표는 "국민들의 큰 실망은 정부 여당의 큰 위기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솔직하고 과감해져야 한다"라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이끄는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런 정치 브로커에 끌려다닐 생각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우리 당은 지금 문제 되는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단칼에 잘라낸 정당이다"라며 "국민의힘은 정치 브로커 관련 사안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라며 "역사를 보면 국민 앞에서는 가감없는 진실이 언제나 최선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뭔가 감추고 빼고 더 하려고 하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였다.

"국민들께 법리 앞세울 때 아니다... 독단적 국정운영 바꿔야"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한 대표는 특히 "제게 당내 원로, 중진 여러분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의견 주셨고, 지금이 위기라는 점과 변화와 쇄신이 신속하게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본인의 입장 표명이 한동훈 개인만의 의견이 아님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제가 오랫동안 법 다루는 삶을 살아왔잖느냐"라며 "그러면서 느낀 건 법, 대단히 중요한데, 동시에 법이 앞장서서 등장해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안의 경우에 적어도 지금은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는 아니다"라며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 하시는 말씀은 전혀 다른 것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통화 음성이 공개된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율사' 출신 의원들이 모여 법리 문제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 방어에 나섰던 원내 '친윤계'를 직격한 셈이다.

도리어 그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라며 "김건희 여사는 즉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예방하기 위해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절차를 즉시 진행해야 하는 것은 이제 너무 당연하다"라며 "지금 이 상황에서 법에 당연히 하게 되어 있는 특별감찰관 정도를 임명하는데 머뭇거리는 모습 보이면 보수는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야 할 것을 더 늦지 않게 해야 저 속 보이는 퇴행 세력에 의한 대한민국의 헌정 중단을 막을 수 있다"라는 논리였다.

또한 "나아가 국정기조의 전환이 반드시 더 늦지 않게 필요하다.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고 있다"라며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국정기조의 내용과 방식이 독단적으로 보인 부분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시정해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친윤계 "윤석열 정권 지켜야... 분란 일으켜서는 안 된다"

▲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 남소연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는 발언을 시작하려다가 헛기침을 하며 "물 한 잔 먹고 하겠다"라고 나섰다. 숨을 고른 그는 "국민의힘은 국정운영에 무한한 책임을 지는 집권여당이다"라며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미치지 못한 점들을 깊이 성찰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당정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그러나 뒤이은 친윤계 최고위원들의 발언은 부드럽지 않았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회의실 안에 보수정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8년 전 이맘때부터 시작되었던 보수 분열과 그로 인한 불행했던 사태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은 우리 보수 진영의 상징 자산"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탄생함으로써 우리는 재개할 수 있었고, 이 나라의 보수 정치의 정당성을 설파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권이 위기에 처해 있다"라며 "우리가 이 보수의 상징 자산인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보수진영의 단일 대오를 이룰 수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이라는 이 상징 자산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제 우리가 다음 대선에서 다시 보수 정권을 만들어 달라고,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어떻게 주장을 할 수가 있겠느냐?"라며 "아무리 보수 진영의 깃발을 높이 올려도 부러진 깃발로 과연 어떤 정당성으로 표를 달라고 할 수가 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결론은 "우리는 보수 단일대오로서 윤석열 정권을 지켜야 한다"였다.

▲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왼쪽)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말을 걸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대표. ⓒ 남소연


김민전 최고위원 또한 "우리가 박근혜 정부의 탄핵 과정을 생각해 봐도, 결국 보수가 분열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탄핵당한 것이었다"라며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훨씬 나쁜 정책의 성과를 냈다. 그렇게 본다고 하면 '왜 박근혜 정부가 탄핵되었는가?'라고 하는 질문이 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은 결국 우리의 탓이었다"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울산광역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켜달라고 했다. 서로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라며 "그리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2020년 4월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라는 이야기였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현재 소위 테이프라고 해서 나온 것도 조작인지 아닌지 알 수도 없는 것이고, 설사 조작이 아니라고 해도 그 안의 내용은 '그냥 덕담을 한 것이다' 정도밖에 얘기할 수 없다"라고 항변했다. "그런데 우리가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라며 "결국 우리가 똘똘 뭉치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쇄신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임기 후반기의 길이다"라는 말이었다.

친한계 "입 꾹 다물고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하지만 '친한계' 최고위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장동혁 수석최고위원은 "정치는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일이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보살피지 못하고 국민이 정치에 기댈 희망이 없다면 정치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라며 "그런데 지금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장 최고위원은 "지금 정치는 국민이 아니라 개인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라며 "정치 브로커 한 사람에게 휘둘려 정치가 길을 잃고 그가 내뱉은 말의 조각들을 붙잡고 휘청거리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물가 때문에, 이자 때문에, 전기요금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국민들에게 어디서 누가 녹음한지도 모르는 녹취록만 틀어대고 있다"라며 "한편에서는 그것만 있으면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으로부터 누군가를 지켜내야 한다고 싸우는 동안 국민들은 이제 대한민국 정치에서 어떤 희망도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만이 아니라, 이를 방어하는 여권도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특히 "국민은 정치를 걱정하는데 정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귀를 닫고 있다. 국민은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외치는데, 정작 정치는 변할 마음이 전혀 없다"라며 "잘못을 인정하면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위기의 한 페이지를 넘기면 더 큰 기회의 한 페이지가 펼쳐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지키면 국민이 지켜줄 것이다. 바람을 이기는 방법은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는 것이다"라며 "민심의 역풍을 이기는 방법은 국민께 겸손해지는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따를 때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종혁 최고위원의 발언은 더 날이 서 있었다. 그는 "명태균과 윤 대통령의 대화 녹음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관심 밖으로 멀어져 버렸다"라며 "용산 대통령실은 '왜 당이 민주당을 공격하고 대통령을 보호해주지 않느냐'고 서운해 한다.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실제로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 아무리 강력한 비판을 해도 용산발 악재 하나가 터지면 그걸로 모든 게 무산되고 만다"라며,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장외집회에 나선 점을 지적했다. "불행하게도 국민들은 그걸 비판하는 대신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체가 불분명한 정치브로커와 도대체 무슨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거기에 더 관심이 있다"라는 이야기였다.

김 최고위원은 "이제 솔직해져야 한다.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고 반대가 70%를 넘는 이 끔찍한 현실을 언제까지 모른 체 할 것인가?"라며 "우리 당 중진들께서 주장하시는 대로, 혹은 시도지사협의회가 강조하는 대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어떤 악재가 터져 나오든 당정 갈등이 외부에 표출되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거야말로 대통령과 당을 함께 망가뜨린 뒤 정권을 민주당에 헌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건가? 아니면 모른 체 하는 건가?"라며 "대통령실에 대해 쓴소리를 계속하는 이유는 대통령실이 바뀌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회피하고 비겁한 변명만을 늘어놓다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를 내 변화와 쇄신을 해 나갈 것인지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라는 요구였다.

한편 이날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동훈 대표를 향해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질문에 대한 답을 대체로 앞서 한 공개 발언으로 대신하며 말을 아꼈다. 다만, '사과와 쇄신 정도로는 부족하다'라는 지적에 대해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이라며 "정부가 현재 하나하나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당에서 대통령실에 상황 공유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에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서 인식하고, 충분한 대처를 준비하고 있다. 저는 그렇게 믿는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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