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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생일자만 골라 죽인 아버지, 감독이 밝힌 충격적 가족사

[리뷰] 영화 <롱 레그스>

등록|2024.11.04 16:36 수정|2024.11.04 16:36

▲ 영화 <롱레그스> 스틸 ⓒ 그린나래미디어(주)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30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살인 사건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신입이지만 초능력에 가까운 직감을 가진 FBI 요원 리 하커(마이카 먼로)가 사건에 투입돼 조금씩 단서를 찾아간다. 동료와 어울리기보다 혼자 있는 걸 즐기는 하커는 롱레그스가 남긴 암호와 알고리즘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가끔 멀리 떨어져 사는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것 말고는 일에만 몰두했는데, 최근 일어나는 사건과 본인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번에 그가 맡은 건 30년간 이어진 연쇄 살인 사건이다. 약 열 명의 아버지가 각자 자기 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인데, 이들 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조종당한 것으로 보였다. 현장의 단서나 증거가 부족한 가운데 피해자들의 생일이 14일이라는 점이 밝혀진다. 또 이들 현장에는 '롱레그스'라는 서명이 적힌 암호 카드가 놓여있었다. 하커 역시 생일이 14일인데, 그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어쩐지 불결한 표식과 암호가 드러나며 사건은 또다시 위기에 처한다.

다수의 레퍼런스를 이용한 독창성

▲ 영화 <롱레그스> 스틸 ⓒ 그린나래미디어(주)


<롱레그스>를 보는 동안 여러 영화가 스쳐 지나갔다. 어느 장르에 맞춰 볼지에 따라 레퍼런스 영화가 달라진다. 수사물에 포커스를 맞추면 <양들의 침묵>, <조디악>, <세븐> 등이 떠오르고, 공포물에 포커스를 맞추면 <더 넌>, <악마와의 토크쇼>, <팔로우>, <애나벨> 등이 생각난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데이비드 린치 작품이 뻐꾸기 탁란을 소재로 한 <비바리움>, < 뻐꾹! >도 떠오른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영화의 오마주와 레퍼런스가 담겨 있다. 여러 조각을 이어 붙여 하나의 사탄 영화로 완성한 감독의 독보적인 재능이 두드러진다. 감독인 오즈 퍼킨스의 아버지는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 역을 맡은 안소니 퍼킨스이며, 어머니는 사진작가 베리 베렌슨이다. 감독 본인은 < 싸이코 2 >에서 노먼 베이츠의 아역을 맡아 배우로도 활동했다. 동생 엘비스 퍼킨스는 뮤지션이다.

앞사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롱레그스>가 가족사에 관한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밝혔다. 아버지 안소니 퍼킨스는 클로짓 게이(스스로 정체성을 숨기는 행위)였고 어머니는 이를 두 형제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롱레그스>는 악마와 살인사건을 두고 벌이는 두뇌게임처럼 느껴지지만, 속내는 뒤틀린 가족사를 담고 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비뚤어진 행동이 불러온 비극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영화는 레트로 분위기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90년대 미국 전역을 흔들었던 '존베넷 미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 영화에서는 14일에 집착하는데 감독의 어머니 생일(4월 14일)과 요한계시록 13:1의 구절(13+1=14)에서 따온 숫자로 알려졌다.

모호하고 불쾌한 긴장감

▲ 영화 <롱레그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다만 영화 끝까지 '롱 레그스'의 의미는 밝혀지지 않았다. 제목의 뜻을 알고 싶었다면 미궁에 빠질 것이다. 아름다움과 글램록을 숭배한 기이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불길하고 알 수 없는 조합을 의미하는 듯하다. 결국 특별한 뜻은 없다. 그의 정체는 한참 뒤에나 모습을 드러내는데 새하얀 옷을 입고 하반신만 보이는 시점의 숏은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보이지 않는 불안은 위험을 부른다.

모호한 긴장감은 영화 마지막까지 유지된다. 엔딩 크레디트마저 악마의 목소리를 대변한 록 음악이 퍼지며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영화 속 대부분의 사운드가 역재생 효과를 활용했다는 점과 닮았다.

배우에게 가장 큰 찬사는 본인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90년대 할리우드 최고 스타였던 니콜라스 케이지의 파격적인 외모는 기괴함의 영역을 새롭게 쓰며 영화의 인장을 남겼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모습은 밀가루를 뒤집어쓴 듯하다.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흘러내리는 피부는 불쾌함을 부르고 성별, 나이, 인종조차 알아보지 못할 모습으로 은은한 자장을 형성한다.

<팔로우>를 통해 새로운 미스터리 호러의 판도를 바꾼 마이카 먼로는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강인한 여성 수사관을 연기해 극의 중심을 잡아간다. 공허한 눈빛으로 심연을 들여다보게 하는 깊은 감성은 호러장르에서 빛을 더했다. 데뷔작 <팔로우>의 10년 만의 후속작 <데이 팔로우>와 호러고전 <요람을 흔드는 손>의 리메이크작까지 예정되어 있어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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