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 마다 않는 봉사정신, 장애인 선수 땀방울 지켰다
지체장애 당사자로서 15년간 활동 "앞으로 삶도 사회적 약자 돕고파"
▲ 박동진 기사가 교통약자 콜택시에 탑승해 미소 짓고 있다. /박동진 기사 ⓒ 경남도민일보
경남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와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전국 규모의 체육행사를 진행하는 데는 선수와 임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등 수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올해 대회에서도 8000여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묵묵히 각자 할 일을 해냈다. 여기에 숨은 조력자도 많이 있을 테다. 진주시 교통약자 콜택시(일진교통 서진지점) 박동진(61) 기사도 그중 한 명이다.
박 기사는 지난 10월 25일부터 30일까지 경남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위해 출근 시간을 앞당겼고 선수들의 소중한 땀방울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30일 그의 활약으로 경기 시간에 늦을 뻔한 선수가 제때 경기장에 도착한 일이 있었다. 선수단 사정으로 선수가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수가 우수한 성적을 거뒀기에 박 기사의 마음이 더욱 뿌듯했다.
"체전 기간인 만큼 대기자가 많지 않겠나 싶어 일찍 나가 대기했죠. 또 배차는 선착순으로 되고 콜센터는 누가 선수인지 모르니까 그 사정도 알 수가 없잖아요. 조 대표에게서 전화가 와서 경기가 임박했는데 어떻게 해야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선수를 평소에도 태워 다녀서 훈련을 열심히 하는 걸 알았거든요. 그렇게 선수를 태우러 갔죠."
이날 박 기사는 무사히 운행을 마쳤고, 선수는 대회 입상으로 그 결실을 봤다. 이날은 다행히 운행이 순조로웠지만, 그렇지 못한 날도 있다. 대기자가 많은 날에는 바삐 운행해도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을 맞추지 못할 때도 있다. 이에 종종 불평을 듣기도 하지만 박 기사는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특히 박 기사 자신도 왼팔에 장애가 있어 장애인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고 강한 애착을 느낀다고 전했다.
"장애인과 보호자가 늦더라도 항상 감사하다고 말해주면 보람을 많이 느끼죠. 운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저도 지체장애인이거든요. 장애인으로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애착이 가요."
이 말처럼 박 기사는 오랜 시간 장애인으로서 다른 장애인들을 돕는 삶을 살아왔다. 15년 전부터 이동목욕차에서 일을 해왔고, 4년 전부터는 교통약자 콜택시 기사로 활동 중이다.
"지체장애인협회 진주지회 임원으로 오래 생활했거든요. 그 계기로 이동 목욕차 일을 시작했고, 지금 교통약자 콜택시도 하게 됐죠. 나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장애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활동 보조인 자격증을 따서 일하기도 했죠. 나만 장애인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한 중증 장애인도 많구나 느꼈어요."
쉬는 날에도 그는 다른 장애인들을 위해 움직인다. 음악 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장애인 복지시설을 다니면서 노래도 부르고 레크리에이션도 한다. 박 기사는 그런 '광대' 노릇을 하는 것도 보람차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장애인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앞으로도 장애인 활동가로서 재능기부도 하고 장애인 복지시설 다니면서 공연도 하고 싶죠. 내 바람은 장애인 생활시설을 하는 거예요. 중증 장애인, 홀몸 노인처럼 몸이 불편하고 사회적 약자인 분들을 모셔서 공동생활을 만드는 거죠. 그렇게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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