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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뭉쳤다, 김광동 위원장 덕분에

[거꾸로 가는 진화위 ⑤]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조종주 공동집행위원장 인터뷰

등록|2024.11.04 15:32 수정|2024.11.04 15:32
최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 민간인 학살 분야 군법회의 판결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하고 ▲ 농성 유족을 검찰에 송치하는 등 피해자를 탄압하며 ▲ 상층부 간부들이 망언을 일삼고 부적절하게 처신하는 등 과거 청산 역행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비판하고 과거 청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점검하는 글을 과거사 연구자, 활동가, 작가 등이 몇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기자말]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국가 폭력이 일어났다. 여러 국가 폭력 사건의 피해자들은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연대하면서 오랜 기간 아픔을 나누고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이하 범국민연대)를 결성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강제징집 피해자인 범국민연대 조종주 공동집행위원장에게 국가 폭력피해자들이 왜 다시 뭉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지 물었다. 각기 활동하던 그들이 모이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위원장의 발언과 진화위의 파행적 운영 때문이라고 한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구술아카이브 구축 작업에서 인터뷰 하는 조종주 사무처장.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범국민연대에 속한 단체를 살펴보면 제주 4·3 항쟁부터 촛불혁명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에 걸쳐 일어난 국가 폭력 피해를 아우르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단체가 모여 범국민연대를 구성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그동안 사안별로 연대가 필요할 경우 집회를 같이하거나 성명을 내거나 하긴 했지만 상설적인 연대 단체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단체별 성격이나 활동의 내용이 달라 연대기구를 만들기는 어려울 거로 생각했습니다. 범국민연대 결성의 계기는 현 진화위 위원장 김광동씨의 망언이 문제가 되면서부터입니다. 2023년 7월 초 국가 폭력 피해 단체들이 처음 모였습니다. 그때는 진화위 대응 모임 정도로 성격을 규정했습니다.

단체별 교류는 약간씩 있었지만 일상적이지는 않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할 때 연락해 이름을 올리는 수준이었는데 김광동 망언 때문에 모임을 정례화하고 단체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2023년 7월 6일 가칭 진화위 정상화를 위한 과거사 단체 2차회의가 민변에서 열렸습니다. 그 회의에 참석한 단체는 10.28건대항쟁계승사업회(고용규),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조종주), 군강제집녹화선도공작의문사대책위(최종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조영선, 권태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이덕우, 차준원), 삼청교육대전국피해자연합회(임근재), 재일한국인양심수동우회(이동석),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이형숙)입니다. 회의에서 '진화위 김광동 망언에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제안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사안에 따른 일시적 결합으로는 현 엄중한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연대기구의 상설화를 고민했고 그 결과 2023년 11월 7일 현재 명칭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때부터 필요할 때 회의를 하되 월 1회 정기 모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1기 진화위가 밝힌 진상도 뒤집어"

▲ 지난 8월30일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추모연대) 의문사대책위 회원들이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진화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8월30일부터 주3일(월,수,금) 진화위가 입주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의문사 진상규명과 김광동 위원장 퇴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 추모연대 제공


- 현재 진화위에서 국가 폭력 피해가 제대로 진실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범국민연대에 속한 각 분야의 진상규명 실태는 어떻습니까?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발생했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 의문사 분야를 제외하고는 미진하나마 진상이 어느 정도 규명되고 있긴 합니다. 예를 들자면 삼청교육대, 강제 징집 및 녹화공작 사건,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의 경우 진상규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더 규명해야 할 점이 많긴 합니다.

그런데 해방 정국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서는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고 피해자들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부역 혐의' 등을 덧씌워 가해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고 '전시에는 군인과 경찰이 법적 절차 없이 혐의자를 즉결 처벌할 수 있다'는 망언을 굽히지 않는 등 진상 규명을 회피하려는 측면이 강합니다. 1기 진화위가 밝힌 진상도 2기 김광동 진화위가 뒤집으려 하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은 현 사회 구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념 공세가 아직도 먹히고 현 사회의 기득권이 친일 매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 범국민연대의 주요 활동 과제는 무엇입니까?

일단 시급한 과제는 현 진화위의 김광동 체제를 무력화 하는 것입니다. 김광동 체제는 해방 정국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을 좌익 세력의 준동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사건으로 몰아갈 것입니다. 본질적으로는 현 정권이 친일 매국 세력에 장악된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친일 매국 세력이 아닌 진정한 민주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당면 과제는 진화위의 인적 구성 쇄신과 진화위법 개정입니다. 진화위법 개정 방향은 진실규명 신청기간 연장, 조사기간 연장, 진화위 조사관의 조사 권한 강화, 정부의 성격에 따라 진화위 성격이 달라지는 것을 막을 장치 마련, 피해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숙의기구 설치 등입니다.

- 진화위법 개정 방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개정 목적과 조사 범위 규정이 중요할 텐데요.

먼저 진화위법의 목적을 국가 폭력 당사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국민 통합과 민주 발전에 기여하는 것에 두는 것으로 개정하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등 시기적으로 1945년 8월 15일 이전 사건 조사를 포함하면서, 정작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 인권침해 사건 조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어 조사 범위를 축소하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전쟁 전후 시기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희생 사건과 인권침해 사건, 조작 의혹 사건 조사에 진상 규명 범위가 포괄될 수 있는데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 조사를 법률에 정하고 있어 이를 별도 표기하지 않는 것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권조사 확대 적용으로 필요 시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을 통해 사건의 총체적 조사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 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정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 진상조사 기구의 상설화도 논의가 되고 있는데 법 개정안에 포함되는지요?

네, 그렇습니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서 국제 인권기구 인사 위원 참여를 포함한 비정치적 운영 체계를 위해 국회의장 추천, 대법원장 추천으로 위원 구성을 하도록 했습니다. 위원장은 위원들의 의결로 선출하도록 했고요. 행정부는 국가 폭압기구를 통해 국가 폭력을 행사했던 만큼 위원회 구성에서 추천권을 갖지 않고 임명권만 갖도록 할 예정입니다.

진상조사 기구의 상설화도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조사기간을 별도로 두지 않고 신청된 사건이 종료된 때를 조사 완료 시점으로 정하면서, 피해자로서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국가 폭력 피해자들이 나설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진상규명 조사기구의 장기적 운영은 사건 가해 기관들의 협조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숙의위원회' 구성을 법제화 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자문위원회 기능이 아닌 진상규명 조사 활동에 피해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역사 정립' 과정으로 진화위가 활동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 조사 권한이 없어서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있지 않나요?

국정원, 국방부 등 가해기관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진상규명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상규명 조사 방법에서 관계 기관, 시설, 단체, 개인 등이 진실 규명에 필요한 조사방법에 압수·수색·영장 청구 의뢰를 하도록 하여 조사 권한을 강화했습니다. 통신사와 금융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 강화, 증거보전 절차 및 증인신문 청구권도 개정안에 담고 있습니다.

- 진상규명 이후의 배·보상이나 명예회복, 역사교육 등은 어떻게 다루어집니까?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후속 조치로 배·보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다른 법령으로 시행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별도 배·보상에 대한 법률이 없는 사건의 경우 법 시행 2년 이내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유해 발굴, 추도사업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여 위원회가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명예회복, 재단설립, 화해 등 후속 업무 수행에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위한 의견수렴 기구로서 '숙의위원회'를 두고자 합니다.

- 범국민연대는 '국가 폭력'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수많은 피해에 대해 정당한 이름을 부여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향후 국가가 국민에 대해 다시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고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교훈을 사회에 남기는 등 미래지향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과 관련해 범국민연대의 향후 활동, 지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시작부터 국가 폭력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회기반이 취약하고 갈등의 요소가 크다고 봐야겠지요. 범국민연대는 앞으로 각 단체가 안고 있는 여러 현안 과제에 공동 대응함과 동시에 가해자들이 법적·역사적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과거청산 진상규명 노력은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몫이었습니다. 현재도 피해자들은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고요. 그러는 사이 피해자들은 점점 고령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제대로 책임지고 진상규명을 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가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책임을 피해자들과 좀 더 나눠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 제도 개선을 통해 국가 폭력의 진실을 규명하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겪은 일, 우리 자식들은 절대 겪지 않게 만들 것"

- 조종주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강제징집 녹화공작 사건 진상규명 활동을 시작하시게 되셨는지요?

저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당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1983년 8월 23일 만 18세의 나이에 신체검사와 적법한 징집 절차 없이 강제 징집되었습니다. 강제징집 녹화공작 사건은 당시 군사반란과 내란으로 권력을 불법 장악한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했던 청년 학생들을 강제로 사회에서 격리할 목적으로 진행한 국가 폭력 사건입니다. 그 피해자들은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19년 단체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모임에 참여했고 창립 후 사무처장을 맡아 지금까지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강제징집 녹화공작 피해자들은 사회 곳곳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역할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우리의 아픔을 돌아보는 문제는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우리보다 더 아픈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우리를 군대에 끌고 가고 우리의 벗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우리를 협박하고 고문했던 보안대, 이름만 바꾼 그들의 후신들이 또다시 우리가 겪었던 어두운 세상을 도모하고 있더군요. 우리가 그냥 넘기면 그들은 또다시 반란과 내란을 꿈꾸고, 우리 후배, 우리 자식들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할 겁니다. 그들의 음모를 깨부수고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우리 자식들은 절대 겪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40년 만에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상규명위원회(강녹진)을 만든 이유이고 목표입니다.

▲ 소요관련 대학생 특별조치 방침(전두환 정권 대학생 불법징집) 관련 국방부 문건의 일부. (진실화해위원회,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공작 사건 (1)〉 조사보고서) ⓒ 진실화해위원회


▲ 소요관련 대학생 특별조치 방침(전두환 정권 대학생 불법징집) 관련 국방부 문건의 일부. (진실화해위원회,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공작 사건 (1)〉 조사보고서) ⓒ 진실화해위원회


* 조종주 선생은 전남 해남 출생으로 경북대 수의학과 입학, 1983년 강제징집(50사단)된 후 농민운동에 투신했다. 현재 강제징집과 녹화사업 진상규명 활동 및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 정리=강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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