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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안하니 시민이 직접... 민영휘무덤 등 친일재산 환수 나선다

청주, 춘천 일대 민영휘 재산 20만㎡, 친일파 무덤에 자리 내준 경남 사천 단종태실지도 대상

등록|2024.11.04 14:53 수정|2024.11.04 14:53

▲ 충북지역의 언론, 시민, 사회단체가 친일재산에 대한 국가귀속 절차에 나선다. 사진을 클릭하면 구글 서명 사이트로 이동한다. ⓒ 충북인뉴스


"친일재산 환수가 곧 친일청산이다."
"국가가 손 놓고 있으니, 시민이 직접 환수 하겠다."

충북지역의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친일재산에 대한 국가귀속 절차에 나선다.

환수대상 재산은 민영휘와 최연국의 후손들이 소유한 토지로 20여만㎡, 공시지가만 40여억원에 달한다. 특히 대상 토지에는 민영휘의 무덤과 최연국의 무덤이 존재한다. 특히 최연국의 무덤은 원래는 단종태실지였지만 친일파의 무덤이 차지하고 있다.

4일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김기연 사무처장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와 최연국의 후손들이 충북 청주시와, 강원도 춘천, 경남 사천시 일원에 소유한 재산을 파악했다"며 "오는 18일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국가귀속 공동신청 서명을 받아 20일 법무부에 국가귀속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귀속신청서는 '온리법률사무소' 이성구 변호사와 충북인뉴스 '친일청산마적단'이 공동으로 작성한다.

친일재산에 대한 조사는 충북인뉴스가 맡았고, 이성구 변호사는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른 환수대상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를 진행했다.

국가귀속신청은 단체나 시민들이 동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충북지역시민사회단체(총23개단체)와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단재신채호선생 기념사업회, 충북인뉴스 친일청산마적단, 예관 신규식선생 순국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전 시사인 주진우 기자, 법률사무소 온리 이성구 변호사가 '친일 재산 환수를 위한 국가귀속 참여 공동 제안'을 한 상태다.

"민영휘와 최연국의 무덤이 있는 곳, 꼭 환수해야"

▲ 강원도 춘천시 동면 장학리 소재 민영휘 무덤 전경 (사진=김남균 기자) ⓒ 충북인뉴스


▲ 경남 사천시 곤양면 은사리 친일반민족행위자 최연국 무덤 전경 (사진=김남균 기자) ⓒ 충북인뉴스


이들이 제안한 '제 1차 국가귀속 신청' 대상 토지에는 민영휘(閔泳徽. 1852~1935)와 최연국(崔演國, 1886~1951)의 무덤이 존재한다. 이둘 친일파 2인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인물이다.

민영휘는 명성황후의 외척으로 조선왕조 고관대작을 지냈지만, 곧바로 친일파로 변절한 인문이다. 1907년 고종이 이준‧이상설 선생을 헤이그 밀사로 보낸 것을 트집잡아 고종에게 퇴위를 요구했다. 이완용의 한일병합에 동조했다.

또 일본의 신궁을 만들어 일본의 시조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에게 제사를 지내자고 주장하는 '신궁경의회' 고문을 지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자작'이라는 귀족 작위를 받았다.

최연국은 창씨 명은 '아사히 쇼'(朝日 昇)다. 창씨 개명을 하고는 신문에 광고까지 냈다. 1920년 조선총독부 경남도평의원을 지냈고, 그해 중추원 참의후보로 추대됐다. 이후 1933년 정식으로 조선총독부 중추원참의가 됐다.

민영휘 일가의 환수 신청대상토지는 충북 청주시 상당산성 내 소재 9필지다. 이 땅은 민영휘의 첩 안유풍(사망)과 후손들의 명의로 돼 있다. 또 후손들이 친일재산귀속법이 제정된 후 매각한 상당선성 내 토지에 대한 부당이득환수금도 환수 대상이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 있는 토지도 포함됐다.

▲ 최연국의 묘는 단종 태실지에 남아있는 유물을 무덤 부속물처럼 방치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 충북인뉴스


최연국 일가의 환수신청 대상토지는 경남 사천시 곤양면 은사리에 있는 3954㎡의 토지다. 이곳은 단종태실지가 있던 곳으로, 일제가 태실지를 파낸 뒤 최연국에게 매각했다. 최연국이 사망하자 후손들은 태실지에 무덤을 썼다.

최연국의 무덤이 있는 곳은 경상남도 기념물이고, 청주 상당산성의 경우 국가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특히 이곳이 국가에 환수될 경우,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않아 합법적으로 친일파 무덤에 대한 파묘가 가능해진다.

친일재산 발굴실적 '0', 그래도 법무부에 귀속신청을 하는 안타까운 이유?

법무부에 친일재산 국가귀속신청을 하는 이유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구성된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 제정된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친일재산 환수 업무는 조사위원회가 맡았다. 조사위원회는 친일재산을 찾아 조사해 심의를 진행하고, 직권으로 국가귀속을 결정하는 권한이 부여됐다.

하지만 2010년 이명박정부에서 1기 활동이 종료됐다. 이명박정부는 한 번 더 조사위원회 활동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그대로 종료했다.

이후 친일재산 국가귀속 업무는 법무부로 이관됐다.

친일재산 업무를 맡은 법무부는 사실상 친일재산을 신규로 발굴하는 작업을 중단했다. 이강일(더불어민주당‧청주상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당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법무부가 친일재산을 자체적으로 발굴해 환수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그럼에도 법무부에 국가귀속신청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해당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자체나 시민, 단체가 국가귀속신청서를 접수 할 경우 후손들을 상대로 환수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친일재산귀속법 개정이 꼭 필요한 이유는?

만약 조사위원회가 현재까지 있었다면 시민들이 직접 친일파의 재산을 조사해 환수신청을 하는 번거로운 상황은 아니지 않았을까?

조사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친일재산조사위원회를 구성해 2010년까지 환수절차를 진행해. 친일파 168명이 후손에게 증여한 2359필지, 11,139,645㎡(공시지가 2010년 기준 959억원, 시가 2106원)의 재산을 환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처럼 법무부가 업무를 맡아 14년 동안 '0'건이라는 기적(?) 같은 일을 벌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강일(더불어민주당,청주상당) 국회의원은 '친일재산귀속법' 개정안을 준비중이다.

이 의원은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에 시민단체들의 친일재산 환수 노력이 계속되었다"며 "조사위원회를 재설치해서 친일재산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환수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다시 대표 발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이 법에는 조사위원회 활동을 보장하고 시민들이 친일재산을 신고할 경우 보상하는 규정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8일까지 국가귀속신청 공동 참여 서명(구글 설문)이 진행된다. 이후 명단이 취합되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법무부에 귀속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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