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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국민행동 1000일, 마냥 기뻐만 할 수 없다

[천막 소식 187일차] 천막농성장 200일을 준비하며 느끼는 소회

등록|2024.11.05 09:20 수정|2024.11.05 09:20
새만금신공항백지화국민행동이 1일 진행한 '새만금신공항 철회촉구 천막농성 1000일 문화제'에 다녀왔다. 함께 연대하고 축하해주며 진행한 환경부와 국토부 앞 농성장은 잔치집 이었다. 1000일을 함께 보낸 동지들과 함께 웃고 즐기다 북받쳐 우는 모습에 심장이 두근 거렸다. 현장을 지켜온 동지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우리 같기도 했다. 1000일을 지켰지만 아직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기에 더 그렇다.

▲ 새만금 1000일 문화제 ⓒ 이경호


5일에는 가덕도신공항백지화 농성 200일이 되어가고 환경부와 국토부 앞에서 진행한다. 전국에 10개의 공항을 더 짓겠다는 것을 막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 활동가들은 거리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역에 많은 현안들이 있음에도 이를 막기 위해 현장을 지키는 동지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제코가 석자'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우리도 200일이 다 되어 간다. 4월 29일 농성장을 차리고 벌써 190여일이 다 되었다. 세종보 천막농성장은 거리가 아닌 금강 야생과 함께 봄, 여름, 가을을 지냈다. 우리도 마냥 축하할 수 없지만 200일 동안 함께한 동지들과 함께 서로를 격려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4년 11월 16일 14시 농성장에서 시민들을 초대해 문화제를 연다. 혹한을 준비하기도 만만치 않지만, 잠시 동지들과 힘을 모아보고 쉬어가는 행사를 하기로 정했다. 농성장을 차리고 첫 번째로 진행한 문화제에 함께한 이들을 초대해 모실 생각이다.

▲ 200일간 자리를 지켜온 농성장의 모습 ⓒ 이경호


200일간 함께한 200종의 생명의 안녕을 위한 절을 올린다. 100일 문화제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일이 된 것이 놀랍다. 우리의 미래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이다. 환경활동가의 삶이 본래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을 벌인다. 환경활동가로 살아오면서 우리는 한번도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우리는 지켜야 할 가치가 있고 당위가 있었다. 특히 금강에서의 200일은 더 그렇다. 우리가 지켜온 200종의 생명이 그렇고, 그곳의 모래와 자갈이 그렇다.

▲ 농성장을 찾아오는 삑삑도요 ⓒ 이경호


▲ 농성장주변에서 만나는 딱새 ⓒ 이경호


농성장에서 함께 한 생명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갯버들, 왕버들, 수양버들, 갈대, 억새, 달뿌리풀, 고마리, 도고마리, 까마중, 여뀌, 고랭이, 방동사니, 꼭두서니, 물봉선, 질경이, 미국가막사리, 쇠뜨기, 개구리밥, 생이가래, 맹공이, 두꺼비, 살모사, 무자치, 누룩뱀, 옴개구리, 자라, 무당개구리, 참개구리, 청개구리, 수염풍댕이, 무당벌래, 애기물방개, 줄날도래, 창나방, 갈고리가지나방, 물결수염나방, 넓적배사마귀, 왕사마귀, 쌕쌔기, 땅벌노린재, 동양하루살이, 쑥장삼벌레, 카멜레온줄풍뎅이, 잔물땡댕이, 애물땡땡이, 지옥독나방, 꼬마구름무늬나방, 귀매미, 끝동매미충, 모무늬매미충, 다색줄풍뎅이, 등얼룩풍뎅이, 렌지소풍뎅이, 긴다색풍뎅이, 십자무늬긴노린재, 메추라기노린재, 연못하루살이, 검은다리실베장이, 청나비날도래, 팔점날개매미충, 북쪽비단노린재, 강변쐐기노린재, 쑥장삼벌래, 벼들머리매미충, 벼넓적매미충, 등얼룩풍뎅이, 긴다리색풍뎅이, 고마방아벌래, 녹슬은방아벌래, 콩중이, 팥중이, 멋쟁이나비, 네발나비, 방울실잠자리, 검은물잠자리, 물잠자리, 여치,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삵, 수달, 흰수마자, 미호종개, 모래무지, 피라미, 미꾸라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원앙, 비오리, 큰기러기, 딱새, 박새, 쇠박새, 참새, 방울새, 알락할미새, 백할미새, 검은등할미새, 노랑할미새, 긴발톱할미새, 힝둥새, 꾀꼬리, 새호리기, 말똥가리, 매(송골매), 새매, 참매,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민물도요, 빅삑도요, 알락도요, 청다리도요,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뻐꾸기, 쑥새, 노랑턱멧새, 까치, 큰부리가마귀, 물까치.

이들에게 세종보 담수는 죽음이다. 공주보는 문화제 개최를 위해 담수한 지 30여 일 만에 죽음의 펄밭이 되었다. 공주보는 이미 죽음으로 한 발짝 가까이 갔다. 다시 열렸지만 생명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것은 자연 뿐이다. 1년이 걸릴지 2년이 100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세종보가 개방되고 6년간 생명들은 더디지만 천천히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직 모자라지만 많은 생명들이 스스로 다시 자정하며 자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을 다시 죽일 수 없어 펼친 농성장이다. 30cm넘는 죽의의 펄이 쌓인 공주보처럼 세종보를 만들 수는 없다. 흐르지 못하는 강은 이미 강이 아니다.

▲ 다시 펄밭이 된 공주보의 모습 ⓒ 보철거시민행동


천막농성장은 200일 뿐만 아니라 겨울도 준비하고 있다. 아직까지 필요 없었던 난방을 위한 물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올여름 유난히 더워진 날씨에 혹서를 버텨 냈고 이제는 혹한이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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