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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다른 자녀 키우는 부모 고민에 공감하는 이유

혼자 아이 키우는 부모들 보며 떠오른 내 옛 시절... 다양한 형태의 가족 포용해야

등록|2024.11.05 17:00 수정|2024.11.05 17:00
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던 중 '돌싱글즈'라는 프로에서 딸을 양육하고 있는 돌싱아빠들이 나누는 대화에 채널을 고정했다. 두 아빠의 대화는 동성이 아닌 자녀를 홀로 키우는 부모에게 큰 공감을 주는 고민이었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워터파크 이용에 대한 문제였다. 4세가 되면 샤워시설이 이성과 구별된다. 다시 말해, 아빠가 키우는 딸이거나 엄마가 키우는 아들은 각각 다른 샤워장으로 가야 한다. 나 역시 혼자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문제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시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지난 시절이 떠올랐다. 유난히 에너지 많은 아들을 5살 되던 해부터 여러 사정으로 홀로 키우게 되었다.

다행히 친정엄마가 집 근처에 계셔서 봄이면 밭으로, 여름이면 집 앞 도랑으로, 가을이면 들판으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메뚜기, 물고기, 잠자리를 잡아줬고 그렇게 아이의 에너지 발산을 해소해 주셨다. 그렇지만 무엇이든 척척 함께 해주는 할머니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바로 워터파크장 입장이었다.

집 근처 가까이에 작은 워터파크는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부탁하여 아이의 수영복 입기와 샤워를 도움 받을 수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머리 감기는 엄두고 못 내고 몸에 물 한번 뿌리고 서둘러 나가기 바빴다. 잠시라도 아이가 혼자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이 타 지역 규모가 엄청난 워터파크에 다녀온 후 쏟아지는 자랑에 아이가 시무룩했다. 말은 안 하지만 내심 가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우리도 가자고 큰소리쳤다.

그렇게 큰 워터파크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아이의 탈의와 샤워를 도와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너무나 명쾌한 방법에 그 후로 매년 여름이면 걱정 없이 다녀왔다. 바로, 모자샤워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텔레비전 속 고민하는 아빠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서, 나는 혼잣말을 연신했다.

"아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샤워실이 따로 있어요."

예전과 달리 이제는 다양한 가족형태가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여전히 사별 또는 이혼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에 대한 선입견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초등학교까지 아이는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다. 모두 친정엄마 덕분이었다. 엄마는 아이가 아빠와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을 부족함 없이 채워주었다.

그러다, 사춘기가 되면서 아빠의 빈자리가 크게 다가왔다. 첫 몽정을 하던 날 아들은 이상한 꿈을 꿨다며 당황스러워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나는 책에서 본 그대로 얘기하면서 커가는 과정이라고 아이를 다독였다. 그 꼬맹이는 지금 스무 살 성인이 되었다. 주변에서 참 점잖고 착하다며 잘 키웠다는 인사말을 많이 해주신다.

아들은 얼마 전 특전사에 지원하고 신체검사를 받고 왔다. 앞으로 필기시험, 체력평가, 면접이 남아있다.

▲ 배구왕이 모였다. 단양군수배 스포츠클럽 전국배구대회 ⓒ 박서진


배구를 좋아하는 아들은 주말이면 인근 제천중학교를 찾아가 제천 배구동아리팀 깍두기가 되어 경기를 하고 온다. 우리 지역 단양에는 마땅한 배구동아리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양에서 주최하는 전국 동아리 배구대회에 친구들과 동아리를 결성해 출전하기도 했다. 8강에서 멈췄지만 짧은 연습시간에 비하면 큰 수확이었다.

지난 금요일에 큰아들은 엄마인 내가 근무하는 어린이집 가족운동회에 참여했다. 그래서 여러 이유로 아빠가 오지 못한 가족들의 팀이 되어 감초역할도 척척 해냈다. 아이와 손을 잡고 달려주고, 아빠들 경기에 나가서는 선물도 받아서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아빠몫이 필요했던 어린이집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다.

아들이 모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법은 아이 친구 가족의 다정함과 친절 때문이다. 아이 친구 엄마는 가족나들이에도 우리 집 아이를 꼬박꼬박 데려갔다. 형제자매 없이 혼자였던 아들은 그 안에서 형도 돼보고, 동생도 돼보며 친구와 더욱 끈끈한 형제애를 쌓았다.

▲ 가족운동회에 참여해 이웃삼촌이 되어준 스무살 아들 ⓒ 박서진


나 또한 다른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다정하고 친절한 옆집이모가 되어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갚아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들은 친구가족에게 받은 좋은 느낌을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나눔 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는데도 아이는 밝게 자랐다. 마치 요술램프 속 지니 같다. 램프를 쓱 문지르면 나타나서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처럼, 아이는 우리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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