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친윤 파열음..."레밍처럼 죽을건가" vs. "대통령 공격 괴담"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앞두고 대결 고조... 친윤, 인적 쇄신 요구에 선 그어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남소연
"쥐 중에 레밍은 이유 없이 바다에 빠져 죽는다." - 박정훈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권을 흔들기 위해 사람 바꿔라? 나중에 어떡하겠느냐?" - 이철규 국민의힘 국회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을 직격하며 공개적으로 압박에 나선 가운데,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 사이 대결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공개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친윤계의 반발 메시지가 나오고, 친한계 지도부가 반격에 나서면서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5일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친한계 인사들은 한 대표의 발언을 적극 뒷받침하며, 용산 대통령실의 전향적인 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친윤계를 비판하며,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친윤계는 용산 대통령실의 입장을 옹호하며, 이번 기자회견 역시 한 대표의 공이 아니라는 식으로 견제구를 날렸다.
[친한] 김종혁 "국민들 느끼는 참담함 달래주지 못해"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운영위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라는 식의 대응들이 나왔잖느냐"라며 "그것은 국민적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들이 느끼는 참담함, 이런 것들을 달래주지 못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예고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향해 "지난번 총선 때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서 4월 1일날 대통령의 담화 발표가 있지 않았느냐? 그때 당에서는 뭔가 좀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답변이나 그런 담화가 나오기를 바랐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통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되풀이하시는 걸로 끝났지 않았느냐?"라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이 그 담화를 보면서 '이번 총선은 끝났구나'라는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난다"라며 "'내가 이렇게 좋은 의도로 정책을 이렇게 시도하려고 했다'라는 그런 설명에 그치면 후폭풍이 더 커질 것 같아서 사실은 걱정이 많이 된다"라고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를 회고한 것이다.
그는 "국민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라며 "'이것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 않느냐'라는 얘기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치적 책무를 도외시한 채 그것을 그냥 법률적 공소시효의 문제로 치환을 시킨다 그러면 국민들이 굉장히 실망하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한] 박정훈 "친윤, 레밍처럼 똘똘 뭉쳐 비극적 상황으로"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의 요구사항들을) 안 받아들일 거면 담화할 이유가 있을까?"라면서 "'이게 다 오해고 별거 아닌데 부풀려졌고' 이런 얘기로만 점철된다면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지금 당 대표가 이렇게 '솔직하게 사과해야 된다' 이런 얘기를 했잖느냐.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얘기한 상황에서 그걸 그냥 뭉개고 덮고 간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총리를 바꿀 수 있으면 가장 효과적"이라며 "총리를 바꾸는 것까지 적극적으로 검토해도 정무적으로 크게 우리가 잃을 건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소위 '한남동 라인'으로 일컬어지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인사들에 대해서도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지금 가장 중요한 거는 솔직함"이라며 "대통령이 솔직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의 마음이 풀린다. 그러면 반등 기회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의 육성이 나온 상황이고, '대통령이 당무개입을 한 거 아니냐'라는 정황이 나온 상황"이라며 "(김건희) 여사가 '내가 잘못했고 앞으로는 활동을 안 하고' 이런 차원의 얘기로는 이걸 수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그는 "쥐 중에 레밍이라고 있잖느냐. 걔들이 왜 이유 없이 바다 절벽에 떨어져서 다 죽잖느냐"라며 "똘똘 뭉쳐서 비극적인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고 직격했다."똘똘 뭉치는 건 좋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되느냐"라며 "민심의 방향이어야지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키는 데만 가야 하는 것은 반대"라는 취지였다.
▲ 국무회의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친윤] 이철규 "대통령 공격하기 위한 괴담, 국가에 도움 안 된다"
반면, 친윤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이철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 현안과 관련해서 국민들께 이렇게 설명드리고, 또 오해 했던 부분은 이해를 시켜드리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며, 이번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이미 준비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대표의 목소리 때문에 급하게 기자회견을 잡은 게 아니라는 취지이다.
이 과정에서 "결코 우리 국민들이 알고 계시는, 또 보도된 내용 같은 실질적으로 국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일은 없던 걸로 알고 있다"라며 "한 사람의 주장만 가지고 마치 선거가 불법으로 이루어졌냐, 또 그다음에 국정농단이 이루어진 것처럼 이렇게 왜곡돼서 알려지는 것은 지극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서 괴담을 만들어내는 것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명태균씨와 윤 대통령의 관계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한 것.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인적 쇄신'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변화나 교체는 몰라도, 단순히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사람을 바꾸는 것은 우리가 이제는 지양해야 할 점"이라며 "누군가가 그냥 이 정권을 흔들고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서 '무조건 사람을 바꾸라, 바꾸라'고 하면 나중에 어떡하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사실상 한 대표 측의 인사 교체 요구에 반발한 것이다.
[친윤] 유상범 "민주당의 불법 녹취 공개, 탄핵 선동 미끼 던진 것"
당 회의 시간에는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 사이 통화 녹음이 공개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항변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명태균의 과거 대화 녹취가 공개되며 대통령당선인의 공천관여 의혹이 논란이 되고 있으나, 그 와중에 반드시 검증되어야 할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를 지적하고자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헌법 제18조는 통신의 비밀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선언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한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간 대화에 대한 불법적 도청과 녹음을 금지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으로 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형사소송법 등에서 규정한 경우 외에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는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고, 이를 위반하여 취득한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는 제16조 제1항에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의 중한 형벌에 처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운전기사 김씨가 통화를 몰래 녹음하고 누설한 행위, 이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공개한 행위는 모두 현행법에 저촉되며, 지난 1일 한 시민단체는 박찬대 원내대표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라는 이야기였다.
유 의원은 "헌법의 두터운 보호를 받는 언론의 자유조차 통신의 비밀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사법부의 확립된 입장"이라며 "이를 알면서도 민주당이 제3자의 불법녹취를 불법적으로 공개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선동의 미끼를 던지고, 이재명 대표 유죄선고로 인한 '11월 위기설'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재명 지키기'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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