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왕' 전남도립대 총장 직위해제
이번엔 '채용 비리'... 봉선동 아파트 5채 등 11채 보유, 임명 경위도 '의문'
▲ 김영록 전남지사가 1일 조명래(오른쪽) 신임 전남도립대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3. 8. 1 ⓒ 전라남도
총장 임명 후 재산공개에서 부동산 과다 보유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던 전남도립대 조명래 총장이 직위해제됐다. 이번엔 도립대 직원 채용 비리 혐의다.
5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는 지난 1일 자로 조 총장을 직위해제했다. 전남도 감사를 통해 조 총장이 교무처장으로 재임하던 시기 부적격자를 채용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명을 뽑는 전형에 모두 3명이 지원했는데, 관련 경력이 전무한 A 씨가 최종 선발됐다. A 씨 경력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무실무사로 근무한 것이 전부였다.
전남도 감사관실은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A 씨는 관련 경력이 없어 서류 전형에서 불합격 처리됐어야 했는데도 면접 기회가 제공되는 특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채용 배경에는 당시 교무처장이었던 조 총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고 도 감사관실은 밝혔다.
도립대 채용 실무자는 도 감사에서 "서류 심사 결과 'A 씨는 증빙 서류 미비로 불합격 처리될 것'이라고 보고했더니, 처장(현 총장)님이 '일단 서류합격자 명단에 올리라고 지시했다'"며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느냐고 누차 말씀드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 서류 심사 결과와 관련해 "처장(현 총장)님이 매우 화를 많이 냈다"는 도립대 채용 담당자 진술도 전남도 감사관실은 확보했다. 조 총장은 그러나 도 감사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도 감사관실은 '금품 수수' 등 채용 비리 대가 등은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만 했다.
도 감사관실은 이 같은 내용의 전남도립대 감사결과를 지난달 8일 내놨다. 조 총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요구했다. 전남도는 조 총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징계는 일단 미루고 직위를 먼저 해제했다. 공석이 된 총장 자리엔 장헌범 전남도 기조실장을 겸임 발령냈다.
<오마이뉴스>는 조 총장 반론 등 입장을 듣기 위해 이틀에 걸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 ▲광주 봉선동봉선동에는 1층을 제외하곤 오로지 학원만 입주해 있는 건물이 적지 않다. 공부와 식사, 휴식을 한 건물 안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 서부원
총장 지원자 3명 중 아파트 등 11채 보유자 '낙점'
조 총장은 교무처장을 거쳐 지난 2023년 8월 총장으로 임명된 이후 부동산 과다 보유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올해 3월 '2024년도 재산변동사항'을 살핀 결과, 조 총장은 배우자 명의를 포함해 모두 11채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 총장은 광주 남구 봉선동에만 5채의 아파트를 보유 중이라고 당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전용면적 59㎡(26평)짜리 포스코더샵 아파트 3채, 전용면적 41㎡(18평)·31㎡(9평)짜리 라인광장 아파트 각각 1채다.
광주 북구 매곡동 아파트 한 채(59㎡), 서구 농성동 오피스텔 1채(24㎡)도 신고했다.
또한 부산 해운대 소재 호텔 가운데 4채(전용면적 23㎡)를 보유 중이다. 호텔 객실 일부를 분양(매입)한 것으로 '수익형 호텔' 개념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 총장은 1억 1000만 원 상당의 일본산 승용차 1대를 포함한 승용차 3대를 본인 명의로 신고했다. 배우자 명의로 2900만 원 상당의 골드바 등 순금 326g과 현금 1500만 원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었다.
당시 조 총장은 '부동산 과다 보유' 문제를 지적한 <오마이뉴스>에 "모두 합법적으로 매입한 부동산"이라며 "아파트와 호텔, 오피스텔 11채 다 합쳐 20억 원 수준이다. 강남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라남도의회 박형대(진보당·장흥1) 의원은 "부동산 과다 보유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저 정도면 학자가 아니라 임대 사업자나, 부동산 투자자 아니냐"고 했다.
아울러 "아파트 11채를 가지고 있어도 고위직에 오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잘못 된 신호'를 공직사회에 줄 수 있다"면서 "조 총장에 대한 인사 검증 등 임명 경위도 의문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8월 조 총장 임명장 수여 직후 "총장 후보 공개 모집 결과 총 3명의 지원자가 응모해 서류 전형과 임용추천위원회의 정견발표를 거쳐 임용 후보자로 조명래 교수를 선정,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임용했다"고 밝혔다.
조 총장은 전남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99년 도립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총장 직무대리, 교무기획처장 등을 거쳤다.
광주 봉선동 아파트 5채를 포함한 부동산 11채 보유 사실이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채용비리 건에도 도립대 총장 임면권자인 김영록 전남지사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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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담양군에 위치한 전남도립대 ⓒ 전라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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