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 강화되는데, 한반도는 평화롭지 못한 까닭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해설 및 분석 (Ⅱ)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SCM/아래 한미 SCM)가 열렸습니다. 한미 SCM에서 발표되는 공동성명은 매년 한미 국방장관이 1년 간의 한미동맹의 정책을 평가하고 이후 정책을 담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매년 한미 SCM 직후 공개되는 공동성명에 대한 해설 및 분석을 해 온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는 올해도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에 대해 3번에 걸쳐 소개하고 분석합니다.[기자말]
▲ 나토 퍼블릭포럼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퍼블릭포럼 인도·태평양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에는 이전 공동성명에는 없던 내용이 추가되었는데 한미동맹의 대상 범위에 기존의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더해 '유럽-대서양 지역'이 언급된 점이다(공동성명 제3항, 9항)
이는 2022년부터 한국이 나토 회원국이 아님에도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상황과 연관된 것으로 판단된다. 정상회담 참석 뿐 아니라 한국은 나토에 한국대표부를 개설하며 나토와의 협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나토가 한국에 추파를 던지는 직접적인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해서 한국이 얻을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불투명하다.
나토와의 군사협력 강화는 오히려 동북아의 진영 간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를 안고 있다. 2022년 정상회담에서 나토는 처음으로 전략 개념 상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럽-대서양 지역과 연계시키며 안보적 불가분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공동안보의 대상으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중국을 서구의 가치를 위협하는 체제적 도전자로 규정했다. 이어 나토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를 증대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 지역 파트너 국가들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언급했다.
이 같은 나토의 정책과 관련해 한국이 나토를 동맹으로 인식하고 접근해 나간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나토와 중국과의 갈등상황에 구조적으로 연루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이수형, <한국-나토 협력의 전략적 구상과 추진 방향> 2024년 3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시킬 것
관련해 한미 SCM 공동성명은 러북 간 무기거래와 러북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내용 등을 언급하며 우려와 규탄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제3항, 6항)
이 사안은 현재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 논의가 진행되며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역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통해 한국이 얻을 것이 무엇인지와 관련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동성명에도 언급된 북러 간의 군사협력 심화의 요인에는 작년 한국이 미국을 우회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을 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작년 4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언급하자 러시아는 한국의 움직임을 겨냥해 "한반도에 대한 우리 접근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이후 5월 경 실제 미국을 통한 우회 지원이 이루어지자 7월 러시아의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하며 본격적인 북러 간 군사협력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북러 군사협력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다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할 경우 한러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이며 북러 간의 군사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임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제도화 되어가는 한미일 군사협력, 북한 넘어 중국 겨냥
공동성명은 2023년 캠프데이비드 선언으로 본격화 된 한미일 군사협력과 관련해 2024년 7월 체결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rilateral Security Cooperation Framework, TSCF),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강화, 3국 간 연합군사연습 등을 거론하며 3자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증진하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는 지난 7월 28일 한미일 국방장관은 일본 도쿄 방위성에서 회담을 갖고 서명한 '협력각서(MOC)'를 말한다. 각서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할 순 없지만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일 간 고위급 정책회의, 정보 공유, 3자 훈련, 국방교류협력 등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한미일 국방당국 간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에 대해 일본에 면죄부를 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한일 군사협력이 가속화되어 왔다. 해상 수색 및 구조 훈련 중심이던 군사협력은 확산방지구상, 미사일 방어 훈련, 대잠수함전 훈련 등으로 확대 추세이며 미사일 방어 훈련은 정례화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통한 '한미일 군사협력의 제도화'는 곧 한미일이 사실상 군사동맹 내지 준군사동맹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일 간 군사동맹화를 판단하는 척도로 평가되는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과 관련해 국방부 차관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번복하는 상황은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관련해 미일동맹의 변화도 주목된다. 한미일 국방장관이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각서에 서명하던 날 미일은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일본 자위대의 통합사령부 편성에 조응해 주일미군을 인도태평양군사령관 예하의 통합군사령부로 재편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전에 주일미군에 대한 지휘권을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갖고 있음으로 인한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과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해 양국 간 공동군사작전 능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더불어 우려스러운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MOC)'에 적시된 대응의 대상이 북한과 더불어 중국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서는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떠한 일반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항해와 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을 완전히 존중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명시했는데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을 지목한 내용과 동일하다.
한반도 외 안보협력 공식화한 한미동맹
관련해 공동성명은 이번 한미 SCM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한미동맹 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승인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미동맹의 한반도 외 지역에서의 협력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군 당국은 "한미동맹이 한반도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 축"이라고 자평한 뒤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양국의 공약을 천명하기 위해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관련해 프레임워크의 대상 영역이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일대라는 점에서 미국과 글로벌 전략 경쟁을 벌이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프레임워크가 구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한미의 합의는 "규칙 기반 질서와 관련된 한미의 공통된 이익이 있고, 항행의 자유나 비행의 자유 등을 유지하는 것이 한미동맹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 역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겨냥할 때 사용되는 표현들이다.
동맹의 확장, 전쟁과 불안의 확장으로 귀결돼
이번 한미 SCM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의 대상이 지역적으로 인도-태평양에서 유럽-대서양으로 확장되고 나토와의 군사협력이 본격화되고 한미일 군사협력이 군사동맹의 수준으로 강화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득 질문을 던져본다. 동맹이 확장되고 강화되는데 왜 한반도의 상황은 평화롭지 못하며 전쟁위기는 갈수록 고조되는가?
동맹은 서로의 힘을 합쳐 스스로를 지키기도 하지만 동맹의 대상을 자극해 우리와 맞서는 또 하나의 동맹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 동맹은 각자가 처하고 있는 위기와 위험에 서로를 끌어들이는 연루효과를 내기도 한다.
미국과 연결돼 중국과 갈등관계에 처하고, 미일과 연결돼 북러(중)과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지고, 나토와 연결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게 되는 지금의 상황은 한미동맹이 그토록 주장하는 '평화와 안정의 확장'이 아닌 '전쟁과 불안의 확장'으로 귀결되고 있지는 않은가.
-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 해설 및 분석<Ⅲ>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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