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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 실타래를 풀어가는 사람들

네 번째 팽목 기억 캠프를 가다

등록|2024.11.06 09:23 수정|2024.11.06 09:23

팽목 기억공간 앞에서기억 캠프에 함께한 활동가와 세월호 가족들 ⓒ 4.16 연대


지난 11월 2일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진실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팽목 기억캠프 길에 나섰다.

4.16 연대와 광주시민상주단이 마련한 4번째 팽목 기억캠프로 4.16 연대 실무자, 광주시민상주단, 대구 4.16연대 대표, 일산 세월호 지킴이, 도봉, 노원 등 활동가 10명과 9명의 세월호 가족협의회 가족들이 함께한 자리다.

2014년 4월 16일 후 10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기억에 붙들려 사는 사람들은 세월호 가족만이 아니다. 사고 상황을 접하고 달려간 민간 잠수사들도, 자원봉사로 달려갔던 이들도, 곳곳에서 노란 리본을 만들어 나누고 서명을 받았던 시민들에게도 세월호는 여전히 풀어야 할 매듭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는지, 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는지, 왜 공식적인 기억의 공간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지, 왜 우리가 알고 기억하고 있는 사실은 여전히 어둠 속에 묻혀 있는지, 그 진실을 규명하고 기억하려 1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오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속내를 풀어냈다.

첫 번째 기억실타래 - 광주시민상주 모임 정기열 대표

팽목 순례구간팸옥 기억관에 걸려있는 팽목 순례 구간 안내지도 ⓒ 이명옥


정 대표는 처음엔 시민 상주로 3년만 활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고도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어 세월호 가족 곁에 함께 하기로 했다. 가족들이 시간을 내기 여의치 않은 주말마다 광주시민상주단에서 팽목 기억 공간을 지키기 시작했다. 또 한 달에 한 번 9.5km 팽목 순례 구간을 걸으며 이제는 청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고 팽목 그 자리에 기억 공간이 세워질 그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 처음엔 삼년상처럼 3년 만 활동하고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런데 3년이 지나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어요.가족들 곁에서 팽목 기억 공간이라도 지켜야겠다 생각했어요. 주말마다 팽목 기억 공간을 지키고 매달 열두 명이든 두 명이든 빠지지 않고 팽목 순례 구간을 걸어요."

처음엔 400명의 회원이 활동했지만 지금은 60여 명의 회원이 남아 활동 중이다. 여건이 맞는 회원들이 주말마다 팽목 기억공간을 지키고 한 달에 한번 팽목 기억공간 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년은 우리가 가족들 뒤에 서서 힘을 보태고 응원을 해 왔지만 이제는 가족들과 나란히 손잡고 동행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진상규명이 되고 기억 공간이 만들어지는 날까지 끝까지 함께 갈 것입니다."

정기열 대표의 동반자적 의지가 단단해 보였다.

두 번째 기억 실타래 - 대구 4.16 연대 한유미 대표

순례길을 걷는 팽목 기억 캠프 참가팀팽목 기억 캠프 참가팀이 순례길을 걷고 있다. ⓒ 4.16 연대


"올해 세월호 21일 전국 순례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어요. 필요한 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함께해서 가족과 다름이 없어요."

세월호 가족의 말이다. 하지만 정작 한 대표는 '가족이라니 무슨 말이냐'며 쑥쓰러워 했다. 대구 4.16 연대 한유미 대표는 대구에서 피켓팅, 리본 나눔, 서명, 연대 활동 등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대구 지하철 참사 21년을 언급하며 세월호를 통해서 '생명과 안전'의 중요성을 늘 새롭게 인식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어 목포 고하도에 안치된다는 계획과 달리 대구 지하철 참사를 일으킨 지하철 두 량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한유미 대표는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세월호 가족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김대한의 방화로 사망 192명(신원 확인된 사망자 185명, 인정 사망 1명, 신원 미상 사망자 6명), 부상 151명의 대형 인명 피해를 낸 사건이다. 지난 2월 18일 참사 21주기를 맞았다.

세 번째 기억실타래 - 팽목 바람길 대표 안병호 임정자

팽목 바람길은 팽목항을 찾는 사람들, 팽목 마을 주민들과 순례길 탐방 및 다양한 새월호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팽목 바람길은 두 갈래 길이 있다. 한 길은 평소 팽목 마을 주민들이 늘 다니던 길이고 다른 한 길은 청소년들이 순례길을 탐방하며 만든 길이라고 한다.

임정자 대표는 최근 팽목 마을 관련 책자를 발간했단다. 목적은 '어떻게 팽목 사람들과 연대해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가'라고 한다. 팽목 기억 공간이 마련되어 책자를 그 공간에 전시하고 팽목 마을 사람들과 팽목을 찾는 사람들에게 길잡이와 안내가 될 그날이 올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네 번째 기억실타래 - 실로암사람들 김용목 목사

광주 시민상주단의 뒷것을 자처한 김용목 목사는 이른바 '도가니 사건'의 실제 현장이던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대책위를 꾸려 활동했다. 2012년 인화학교 폐교 이후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에게 홈더지역아동센터를 만들어 보금자리를 제공했고 2013년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광주 선우학교가 만들어지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김 목사는 장애인 활동에서 외연을 넓혀 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연대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기열 대표는 광주시민상주 모임에 틈 힘이 되어주시는 고마운 분이라고 소개했다.

다섯 번째 기억실타래 - 함께 기억하고 행동하는 일산, 도봉 활동가들

전국의 세월호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활동가들은 여전히 세월호를 잊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 피켓팅과 다양한 연대 활동을 통해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기 위해 마음을 다하는 중이다.

일산세월호지킴이 팀은 11월 21일 세월호 침몰 당시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로썸> 공동체 상영을 준비해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한다.

도봉의 김현석 활동가는 매일 4.16 연대를 비롯한 각 지역 세월호 관련 행사와 피켓 시위 연대 요청 등 홍보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하도고하도에서 세월호 안치 예정지를 뒤로 하고 ⓒ 4.16 연대


세월호 참사 10년 5개월이 지났지만 공식 기억 공간 한 곳 마련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안산 생명 안전 공원 조성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목포, 팽목 등 세월호 기억 공간이 마련되어야 할 곳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공간 조성 이후 운영 등이 나와 있지 않다.

팽목항 세월호 가족들이 자녀들을 만났던 그 자리에 임시 마련된 세월호 기억 공간은 없어질 예정이다. 가족들이 여객선 청사 옆 18평 공간에 기억 공감을 조성해 달라 요청했고 전남도청이 땅을 내어주기로 한 상태지만 공간 건립 등 구체적인 안에 대해선 답이 없는 상태다.

"결국은 비용 문제다. 도청은 땅을 줬으니 의무를 다했다는 식이고 진도군은 3년 간 우리 요구에 아무런 답이 없는 상태다. 기억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지을 것인지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설계와 비용 계산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해수부가 마무리를 책임져야 한다. 모든 과정을 해수부가 담당했기 때문이다."

장훈 세월호 가족협의회 위원장은위와 같은 설명과 함께 지속적인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를 당부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잊혀지지만 기억하고, 행동하고, 기록하는 역사와 사건은 결단코 묻혀질 수 없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 안치 예정지를 바라보는 활동가들앞에 보이는 바다를 매립해 세월호를 안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 4.16 연대


기억의 실타래를 움켜쥐고 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로 인해 반드시 세월호의 기억과 진실은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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