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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행정통합 설명회에 주민들 "장점만 있나?" 비판

1일부터 5일까지 설명회 열었지만... '주민의견 수렴 부족' 지적, 통합 후 예측 놓고도 "허황" 반응

등록|2024.11.05 18:16 수정|2024.11.05 18:17

▲ 5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설명회. ⓒ 조정훈


대구시가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주민들은 '장밋빛 청사진만 있을 뿐 실질적인 통합을 위한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지난 1일 남구를 시작으로 5일 중구와 수성구, 서구까지 9개 구·군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대구시 '획기적 투자환경, 첨단산업 유치, 도시공간 개발, 우수인재 확보...'

대구시는 행정통합에 대한 필요성으로 지역경제가 정체되고 특·광역시 중 대구시의 경쟁률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어 지방소멸 고위험군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경북과 통합을 통해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통합의 해외 사례로는 일본 도쿄시가 도쿄부와 통합해 도쿄도를 출범한 것과 프랑스가 규모의 경제를 통합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22개 레지옹(광역자치단체)을 13개로 통합한 것을 들었다.

또 대구경북이 특별법을 제정해 통합하게 되면 비수도권 거점 경제축을 조성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획기적인 투자환경이 조성돼 글로벌 투자유치 강화뿐 아니라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도시공간 개발을 촉진하는 한편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문화·예술·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기에 광역교통망 및 물류기반 구축과 친환경 탄소중립 선도 도시를 조성할 수 있고 민생과 복지를 증진, 자치조직과 지방의회 활성화, 연간 2조 원 이상 재정 증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행정통합이 될 경우 2045년에 대구경북의 GRDP는 8.4배 늘어나 1511.7조 원에 달하고 연평균 성장률도 현재의 1.41%에서 9.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 수도 269만 명에서 773만 명으로 2.8배 늘어날 뿐만 아니라 거주인구와 유입인구가 증가해 2045년에는 대구경북에 12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달 중으로 시의회 동의를 얻은 뒤 정부 검토를 거쳐 12월에 특별법을 발의하고 내년 6월 국회를 통과하면 2026년 7월 1일자로 대구경북특별시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 반응은... "현혹-난센스 아니냐"

▲ 5일 오후 수성구청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설명회. ⓒ 조정훈


하지만 설명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행정통합 논의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만나 논의하면서 시작돼 주민의견이 수렴되지 않았고, 통합에 따른 장점만 나열할 뿐 부작용이나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5일 오후 수성구청에서 열린 통합설명회에서 한 주민은 "통합이 되면 인구가 2.5배 늘어난다고 했는데 과연 20년 만에 이렇게 많이 늘어날 수 있느냐"며 "세계 어느 나라에 그런 전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또 "설명회에서 중앙에서 내려오는 권한만 있고 국비 지원만 있다"며 "통합하지 않으면 국비를 지원 받지 못하나? 허황된 내용으로 주민들을 현혹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따졌다.

지방소멸과 관련해 해외 사례로 일본과 프랑스를 예로 든 것에 대해서도 "도쿄는 일본의 수도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과 경기도이고 프랑스와 비교하는 것도 불합리하다"며 "난센스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것 같아서 좀 아쉽다"며 "특례를 받거나 재정지원을 받겠다는데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어떤 사업을 하기 위해 특례가 필요하고 거기에 따른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설명회에 나선 박희준 대구시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장은 "경기도는 엄청 잘 나가는데 인구 1200만, 1300만이 왜 대구경북은 안 되느냐"며 "대구경북이 통합되면 공항이 생기고 생산 잠재력이 생기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45년 전망치는) 공무원들이 죽으라고 일해야 된다, 공무원들이 열심히 해서 20년 동안 4배의 특혜를 받아오고 돈을 받아와 개발하겠다는 목표치다. 지금은 허황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소멸은 전 세계적인 추세로 통합을 통해서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경쟁을 수도권하고 하는 것은 난센스"라면서도 "우리는 상하이나 일본, 홍콩과 경쟁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오전 중구에서 열린 설명회에서도 주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30대 주민은 "온통 장밋빛 전망만 있고 통합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에 대한 해결방안은 없는 것 아니냐"고 주적했다.

또 "홍준표 시장이 시·도민을 무시하고 하향식 일방적 의사결정을 한 것 아니냐"며 "주민투표도 안 하면서 시·도민들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안재철 중구의원(더불어민주당)도 "홍준표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TK 행정통합은 난센스'라고 하더니 갑자기 통합에 찬성하고 공론화 절차도 패싱하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민투표 관련해 통합추진단장 "법적 의무는 아냐"

박희준 단장은 주민투표와 관련해 "지방자치법(제5조)상 반드시 법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다"라며 "투표를 하면 선관위를 거쳐야 하는데 250억 원 이상 들고 2026년 7월까지 통합이 물리적으로 힘들다"라고 해명했다.

대구시는 이날까지 주민설명회를 끝내고 여론조사를 통해 주민 의견을 들은 뒤 통합논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행정통합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통합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날도 경북 영양군의회가 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영양군의회는 결의안에서 "문화, 사회적 차이 등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행정통합은 대구 중심의 행정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이는 경북 안에서도 북부지역 주민이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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