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연루됐지만 '특별수사팀'이라 말하지 않는 검찰
검사 11명이라 규모는 사실상 특별수사팀... "2루타로 마무리하려는 것" 지적도
▲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와 정대택씨가 10월 3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것을 비판하며 항고이유서 제출 기자회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디올백을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최재형 목사도 참석했다. ⓒ 권우성
지난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와 나눈 대화가 담긴 육성 통화 녹음이 공개됐습니다. 검찰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수사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검찰은 대통령과 영부인, 주요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할 때는 '특별수사팀'을 꾸립니다. 인력도 보강을 해서 특수부 검사들이 참여합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철저하고 빠르게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사실상 특별수사팀'이라고는 말을 합니다. 이번 공천개입 의혹 수사는 기존 창원지검 형사 4부 검사 5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2명이 보강됐고, 대검찰청은 6일 자로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과 인훈 울산지검 형사5부장, 서울동부지검과 부산지검 서부지청 검사 각 1명 등 4명을 추가 파견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사만 11명으로 통상적인 '특별수사팀'의 규모는 갖춘 셈입니다.
홈런이 아닌 2루타만? 대통령실 자극 최소화?
▲ 2020년 2월 10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 유성호
검찰이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 '특별 수사팀'이라는 말을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5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법조팀 이준희 기자는 "전직 검찰 간부는 '홈런을 치지 않으려는 거'라고 말했다"면서 "중앙지검 사건은 검찰이 명운을 걸고 수사를 하기 때문에 홈런 아니면 삼진이다. 그런데 창원지검에 검사 몇 명 보내서 보강하면 2루타 정도로 마무리해도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자는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시늉'을 하면 특검 여론도 막을 수 있다. 특별수사팀이라는 말도 안 썼다. 대통령실 자극도 최소한으로 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검찰 수뇌부에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거나 검사들이 용산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논란 자초한 검찰의 늦장 수사... 명태균에 공직선거법 적용 어려워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 연합뉴스
'특별수사팀'이라고 부르진 않지만 규모는 '특별수사팀'이니 수사만 제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도 쉽지가 않습니다.
우선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정도입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공천개입 의혹이 있지만 공직선거법 적용은 어렵다고 합니다.
지난 10월 10일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 김호경)는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내사 종결' 처리했습니다. 이날은 4.10 총선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일이었습니다.
2023년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명씨와 김 전 의원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지만 창원 지검은 검사도 없는 수사국에 사건을 배당했습니다. 검찰이 부실, 늦장 수사라고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무제한 질문을 받는 '끝장 회견'을 한다고 합니다. 공천개입 의혹과 명태균씨와의 통화에 대한 답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는 8일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명씨가 윤 대통령의 회견이나 답변 내용을 보고 검찰 조사에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습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믿지 못해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를 향해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 졌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 바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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