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맞아 늘어난 장거리 자전거 주행, '봉크' 조심하세요
빈 속에 달릴 때 찾아오는 저혈당쇼크… "배고프면 이미 위험한 것"
60대 중반의 유상옥(65)씨는 지난달 30일 남양주시 팔당리에서 북한강 자전거길 75km를 달려 춘천 신매대교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이날 인증센터에는 유씨처럼 먼 거리를 자전거로 달려온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무더위가 가시고 이처럼 '자전거 마니아'들의 장거리 주행이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 자전거 동호인·전문가들은 주행 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5년차 로드 자전거 동호인 이상민(49)씨의 사례는 그 요주의 사항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씨는 지난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8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아침 식사를 거른 채 약 60km 정도 거리를 자전거로 달렸을 즈음, 시야가 좁아지더니 몸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핸들바를 지탱하던 팔까지 떨려왔다. 결국 배고픔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이씨는 그대로 그늘에 드러누웠다. 그는 "장거리 라이딩을 자주 다녀 체력이 좋은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씨는 로드 자전거 동호회 sRCC 소속으로, 주말마다 약 100km, 1년 평균 약 7천km를 주행하는 '자전거 마니아'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동호인은 1년에 1만 km 이상도 탄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그는 지난 6월 8일 ~ 9일, 기흥그룹에서 주최하는 '코리아 채리티 라이드'에도 참가했다. 이는 이틀 동안 서울-부산 간 약 530km를 달리는 기부 행사로, 일반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체력이 요구된다. 이렇듯 평소 장거리 라이딩에 익숙했던 터라, 갑작스럽게 찾아온 '체력 저하 현상'은 더욱 곤혹스러웠다.
이씨의 경험은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봉크(Bonk)'라 불리는 현상이다.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영양 부족으로 인한 급격한 체력 저하 현상을 일컫는 자전거 '은어'다. 'The American Heritage' 사전에 따르면 봉크는 "머리에 가해진 타격", 혹은 "쿵 하는 소리"인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지구력 운동 중, 갑자기 찾아오는 극도의 피로"라는 설명도 나와 있다.
로드, MTB자전거에 입문한 지 18년 차인 김식현 춘천시 자전거 연맹 회장은 "힘을 줘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평소의 케이던스(분당 페달 회전수)가 60이었다면, 3분의 1 꼴로 낮아진다"며 봉크의 증상을 설명했다. 심한 경우, 동호인 이씨와 같이 시야 제한, 식은땀, 몸 떨림 현상도 동반한다.
회복도 간단치 않다. 김 회장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배터리'로 비유했다. "배터리가 0%로 완전 방전된 것과 같기에, 뒤늦게 음식을 섭취해도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선 "배고프면 이미 끝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봉크는 이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였다.
의식소실 위협까지... '봉크'란 무엇인가?
박규민 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 스포츠과학센터장은 봉크를 "일종의 저혈당 증상"으로 정의했다. 우리 몸은 운동 시 탄수화물의 분해된 형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포도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이 되어 보관되는데, 운동을 할 때는 다시 포도당으로 분해된 후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결국 봉크는 "당 부족으로 인한 글리코겐 고갈, 그리고 이로 인한 급격한 체력 저하 현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마라톤 경기만 봐도 선수들이 바나나와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데, 이는 저혈당 방지를 위한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에너지 보충 없이 운동을 하면 쓰러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2년차 간호사 신재은씨는 동호인 이씨가 겪은 시야 제한, 식은땀, 몸 떨림 증상이 '저혈당 쇼크'의 '전조증상'이라며, "의식 소실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씨는 "목숨과 관련된 일이기에 즉시 운동을 멈추고 전문가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설탕물, 사탕과 같이 가공되지 않은 '원초적 형태의 당분' 섭취를 권고했다.
이어서 "영양 섭취 후 회복 기전도 맹신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만약 봉크가 회복되었다 하더라도, 복귀를 위해 곧바로 자전거에 오르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인 것이다. 결국 회복 후에도 충분한 휴식과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동호인들의 '봉크' 예방법, "보급이 중요"
봉크의 원인이 '저혈당'인 만큼, 운동 전과 중간 충분한 영양분 섭취는 필수적이다. 봉크 예방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회장은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고, 동호인 이씨는 "무조건 배고프기 전에 먹는다"라고 답할 정도였다. 이씨에 의하면, 동호인들은 라이딩 전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은 물론, 라이딩 중 편의점에 들러 빵과 콜라 등 간식을 먹는 방법으로 봉크에 대비하고 있었다.
또한 주행 중에는 포도당 캔디, 등산·자전거 등 장시간 운동에 사용되는 젤 형태의 탄수화물 식품인 에너지젤, 에너지바, 양갱 등을 섭취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조언, "훈련을 통한 영양 섭취점 파악"
사이클 선수로 30년, 경륜 선수로 20년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강원도장애인체육회에 소속되어 강원도 대표 사이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공민우 지도자의 '선수 영양 보충 루틴'도 참고할 만하다. "자전거 훈련 30분 전부터 선수들은 수분을 섭취하고, 라이딩 시작으로부터 40분에서 1시간이 되었을 때 에너지젤 등 탄수화물을 보충한다. 이후 약 40분 간격으로 이와 같은 영양 보충을 실시한다면, 선수들은 "150km까지도 무리 없이 주행한다"는 것이 공 지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방법으로, 체력이 비교적 부족한 일반인, 동호인들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공 지도자는 "영양 보충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훈련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본인에게 맞는 영양 섭취 타이밍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나'는 언제 지치는지, 그래서 언제 영양 보충이 필요한지 알아내려면, "지속적 훈련을 통한 컨디션 체크가 먼저"라는 말이다.
박 센터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점진적으로 라이딩 거리를 늘려가며 본인에게 맞는 영양 섭취점을 파악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는 "본인의 체력과 컨디션을 느끼며 어느 시점에서 물과 탄수화물을 먹어야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지 알아야 한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급격히 라이딩 거리를 늘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장거리를 달리기보단, 5km에서 10km씩 차근차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거리를 늘릴 것"을 당부했다.
이승윤 대학생 기자
5년차 로드 자전거 동호인 이상민(49)씨의 사례는 그 요주의 사항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씨는 지난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8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아침 식사를 거른 채 약 60km 정도 거리를 자전거로 달렸을 즈음, 시야가 좁아지더니 몸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핸들바를 지탱하던 팔까지 떨려왔다. 결국 배고픔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이씨는 그대로 그늘에 드러누웠다. 그는 "장거리 라이딩을 자주 다녀 체력이 좋은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봉크'로 쓰러진 동호인 이씨성남시 분당구 석운동 여우고개 정상에서 쓰러진 동호인 이씨. 봉크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그에게 동료가 물을 뿌려주며 각성을 유도하고 있다. ⓒ 이상민씨 제공
그도 그럴 것이, 이씨는 로드 자전거 동호회 sRCC 소속으로, 주말마다 약 100km, 1년 평균 약 7천km를 주행하는 '자전거 마니아'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동호인은 1년에 1만 km 이상도 탄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그는 지난 6월 8일 ~ 9일, 기흥그룹에서 주최하는 '코리아 채리티 라이드'에도 참가했다. 이는 이틀 동안 서울-부산 간 약 530km를 달리는 기부 행사로, 일반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체력이 요구된다. 이렇듯 평소 장거리 라이딩에 익숙했던 터라, 갑작스럽게 찾아온 '체력 저하 현상'은 더욱 곤혹스러웠다.
▲ 서울-부산 간 530km를 이틀만에 라이딩 하는 '코리아 채리티 라이드' 종료 후 이씨2일차 230km를 달린 직후이지만, 그의 얼굴엔 여유가 있었다. ⓒ 이상민씨 제공
이씨의 경험은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봉크(Bonk)'라 불리는 현상이다.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영양 부족으로 인한 급격한 체력 저하 현상을 일컫는 자전거 '은어'다. 'The American Heritage' 사전에 따르면 봉크는 "머리에 가해진 타격", 혹은 "쿵 하는 소리"인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지구력 운동 중, 갑자기 찾아오는 극도의 피로"라는 설명도 나와 있다.
로드, MTB자전거에 입문한 지 18년 차인 김식현 춘천시 자전거 연맹 회장은 "힘을 줘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평소의 케이던스(분당 페달 회전수)가 60이었다면, 3분의 1 꼴로 낮아진다"며 봉크의 증상을 설명했다. 심한 경우, 동호인 이씨와 같이 시야 제한, 식은땀, 몸 떨림 현상도 동반한다.
회복도 간단치 않다. 김 회장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배터리'로 비유했다. "배터리가 0%로 완전 방전된 것과 같기에, 뒤늦게 음식을 섭취해도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선 "배고프면 이미 끝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봉크는 이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였다.
의식소실 위협까지... '봉크'란 무엇인가?
박규민 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 스포츠과학센터장은 봉크를 "일종의 저혈당 증상"으로 정의했다. 우리 몸은 운동 시 탄수화물의 분해된 형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포도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이 되어 보관되는데, 운동을 할 때는 다시 포도당으로 분해된 후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결국 봉크는 "당 부족으로 인한 글리코겐 고갈, 그리고 이로 인한 급격한 체력 저하 현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마라톤 경기만 봐도 선수들이 바나나와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데, 이는 저혈당 방지를 위한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에너지 보충 없이 운동을 하면 쓰러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2년차 간호사 신재은씨는 동호인 이씨가 겪은 시야 제한, 식은땀, 몸 떨림 증상이 '저혈당 쇼크'의 '전조증상'이라며, "의식 소실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씨는 "목숨과 관련된 일이기에 즉시 운동을 멈추고 전문가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설탕물, 사탕과 같이 가공되지 않은 '원초적 형태의 당분' 섭취를 권고했다.
이어서 "영양 섭취 후 회복 기전도 맹신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만약 봉크가 회복되었다 하더라도, 복귀를 위해 곧바로 자전거에 오르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인 것이다. 결국 회복 후에도 충분한 휴식과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동호인들의 '봉크' 예방법, "보급이 중요"
봉크의 원인이 '저혈당'인 만큼, 운동 전과 중간 충분한 영양분 섭취는 필수적이다. 봉크 예방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회장은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고, 동호인 이씨는 "무조건 배고프기 전에 먹는다"라고 답할 정도였다. 이씨에 의하면, 동호인들은 라이딩 전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은 물론, 라이딩 중 편의점에 들러 빵과 콜라 등 간식을 먹는 방법으로 봉크에 대비하고 있었다.
또한 주행 중에는 포도당 캔디, 등산·자전거 등 장시간 운동에 사용되는 젤 형태의 탄수화물 식품인 에너지젤, 에너지바, 양갱 등을 섭취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조언, "훈련을 통한 영양 섭취점 파악"
사이클 선수로 30년, 경륜 선수로 20년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강원도장애인체육회에 소속되어 강원도 대표 사이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공민우 지도자의 '선수 영양 보충 루틴'도 참고할 만하다. "자전거 훈련 30분 전부터 선수들은 수분을 섭취하고, 라이딩 시작으로부터 40분에서 1시간이 되었을 때 에너지젤 등 탄수화물을 보충한다. 이후 약 40분 간격으로 이와 같은 영양 보충을 실시한다면, 선수들은 "150km까지도 무리 없이 주행한다"는 것이 공 지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방법으로, 체력이 비교적 부족한 일반인, 동호인들에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공 지도자는 "영양 보충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훈련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본인에게 맞는 영양 섭취 타이밍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나'는 언제 지치는지, 그래서 언제 영양 보충이 필요한지 알아내려면, "지속적 훈련을 통한 컨디션 체크가 먼저"라는 말이다.
박 센터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점진적으로 라이딩 거리를 늘려가며 본인에게 맞는 영양 섭취점을 파악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는 "본인의 체력과 컨디션을 느끼며 어느 시점에서 물과 탄수화물을 먹어야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지 알아야 한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급격히 라이딩 거리를 늘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장거리를 달리기보단, 5km에서 10km씩 차근차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거리를 늘릴 것"을 당부했다.
이승윤 대학생 기자
덧붙이는 글
이승윤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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