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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건축왕'에 면죄부 준 재판부 "칼 꽂는 고통"

[현장] 인천 전세사기 '건축왕' 1심 법정최고형, 2심 대폭 감형... "엄벌 촉구"

등록|2024.11.06 14:49 수정|2024.11.06 14:49

항소심 판결은 피해자들의 삶과 미래를 짓밟은 판결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인천 미추홀구 남OO 일당 엄벌 촉구 및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세보증금을 가로채 세입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범죄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1심 재판부는 전세사기 범죄자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어 피해자의 심장에 칼을 꽂는 고통을 주었습니다. 대법원은 인천지법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여 힘없는 서민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억울함을 풀어 주십시오." - 강민석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부위원장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건축왕' 남아무개(63)씨 일당에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대법원에 엄벌을 촉구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아래 미추홀구 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아래 전국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아래 시민사회대책위) 등 20여 명은 6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중 한 사람인 박순남 미추홀구 대책위 부위원장은 눈물을 참으면서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들은 "2023년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이후 2만 4천여 명(2024년 10월 25일 기준)이 피해자로 인정받았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전세사기를 엄벌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법원은 가해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며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8월 29일 2심 재판부는 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뒤집어 대폭 감형된 징역 7년을, 공범으로 기소된 이들에겐 무더기로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라며 "향후 다른 전세사기 가해자 판결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2심 '솜방망이' 판결 확정되면 벌어질 일

항소심 판결은 피해자들의 삶과 미래를 짓밟은 판결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인천 미추홀구 남OO 일당 엄벌 촉구 및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세보증금을 가로채 세입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범죄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남씨 일당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안상미 미추홀구 대책위 위원장은 "남씨 일당 사건은 건축주, 임대인, 공인중개사, 관리업체가 조직적으로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 '임대인이 재력가라서 안전하다', '근저당을 많이 갚았다'는 등 임차인에게 거짓 정보를 주며 적극적으로 기망한 사건"이라면서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형량을 50% 이상 감하고 심지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처럼 (가해자들이) 조직화해 대규모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그 증거와 증언이 다분한 사건마저 무죄라고 한다면 과연 법원이 이 나라의 질서를 수호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피해자를) 보호해 줄 법률이 아직 없다면 처벌이라도 제대로 해서 사기꾼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그로 인해 피해자를 위로하는 것이 법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법률을 지원하는 김태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이 사건의 본질은 건물주와 바지임대인, 공인중개사가 합작해 2500여 채 이상의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2심) 재판부는 공인중개사가 직접 임대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라면서 "항소심 판결은 보면 볼수록 '가해자들을 작정하고 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판결문을 쓴 것 같다"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항소심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전세사기를 벌일 수 있는 장을 사실상 열어주는 것이고, 또 다른 지역의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라면서 "대법원은 법원이 국민들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이 사건 항소심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으로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항소심 판결은 피해자들의 삶과 미래를 짓밟은 판결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인천 미추홀구 남OO 일당 엄벌 촉구 및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세보증금을 가로채 세입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범죄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호소문을 낭독한 피해자 박순남 미추홀구 대책위 부위원장은 "피해자들은 생계를 뒤로 하고 피해 회복과 가해자들의 엄벌을 위해서 경찰서, 검찰청, 법원, 국회, 청와대, 지자체, 언론사 등 문을 두드리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거리에서 혹독한 추위와 무더운 여름을 지내며 목소리를 낸 지도 벌써 3년 다 되는 시간이 흘렀다"라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어 "전세보증금은 평생 모은 돈이거나 만져본 적도 없는 거액의 대출금이다. 그런 큰 금액의 전세 계약을 안전하게 체결하기 위해 자격을 갖춘 공인중개사를 믿고 진행하는 것이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라면서 "이 사건처럼 실소유자가 따로 있고 계약 당시 임대인은 바지임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전세 계약을 체결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씨 일당의 전세사기 피해자인 강민석 미추홀구 대책위 부위원장은 대법관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라고 호소했다. 강 부위원장은 "이 사건 피고인들은 우리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한 번도 진실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돌아가신 피해자만 6명이다"라면서 "대법원이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남씨 일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1516명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미추홀구 대책위는 "오는 11일부터 12월 말까지 매일 평일 오전 1시간씩 대법원 앞에서 남씨 일당의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항소심 판결은 피해자들의 삶과 미래를 짓밟은 판결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인천 미추홀구 남OO 일당 엄벌 촉구 및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위원들이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1,516명의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대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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